[123호] '창조'개편? '망조'로 끝난 가을개편
[123호] '창조'개편? '망조'로 끝난 가을개편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3.10.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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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

 

 

지난 21일(월) 가을 개편이 시행됐다. 이번 개편에서는 ‘KBS가 젊어집니다’라는 모토를 내걸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이탈한 시청층을 다시 끌어들일지에 대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17일 열린 개편설명회에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개편 설명회에 들을 게 없다”, “어떻게 젊어지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홍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대거 편성됐고, 온갖 관제 특집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다. 길환영 사장 출범 후 두 번째 개편. 정말 눈앞이 깜깜하지 않을 수 없다.

 

‘손석희 쇼크’를 극복할 수 있는가?

 

가을개편 설명회 (2013. 10. 17)

 

요즘 방송가의 최대 화제는 손석희의 jTBC 뉴스다. 지난 9월 16일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이 9시 메인뉴스 앵커를 맡은 뒤 여·야, 보수·진보 가리지 않는 출연자 섭외에다 국정원 선거개입 등 민감한 이슈에서 계속 특종을 터뜨리며 “jTBC가 진정한 공영방송”, “조중동 싫어하는 나도 어쩔 수 없이 jTBC 뉴스 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개편에는 9시 등 주요 뉴스 앵커의 연령대가 젊어졌고, 낮 3시에 <뉴스토크>(월-금 1TV)가 신설됐다.

KBS 시청연령층은 지속적으로 고령화되고 있고, 특히 총선과 대선이 있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종편의 영향력이 급증한 반면 시사, 뉴스의 관제화가 계속되며 젊은 층, 여론주도층의 이탈은 심각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개편에서 낮 시간대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젊은 뉴스’를 지향한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MC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똑같은 뉴스가 방송되고 있고, 개편 첫 주부터 <역사저널> 첫 회가 불방됐고, <시사토크>의 경우에도 위에서 일부 내용을 문제 삼는 일도 있었다.

또한 현재 KBS가 시급히 해야 할 일, 즉 ‘시사기능 강화’ 역시 <시사토크> 신설을 제외하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1라디오는 지난 봄개편 때 ‘뉴스채널’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열린토론> 등 시사프로그램을 대거 폐지했다. 올해 ‘한국리서치’의 3차 청취율 조사에서는 1.2%가 하락했고, 채널점유율은 5.1%로 지난 4차 조사보다 0.2%가 하락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1라디오의 ‘종합편성’화는 이미 실패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부분조정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TV제작본부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 해 파업 후 노사합의한 시사프로그램 신설이 무산된 후 TV제작본부는 시사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다. 지난 봄 개편 때 , <환경스페셜>, <역사스페셜>을 로 바꾸는 대수술을 했지만 는 각종 시사 등 최소한의 현안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고, 의제설정기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작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종편들은 ‘유사 보도채널’로서 채널이미지를 만들어나갔고, 지상파의 의제설정기능을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다. 그런데 KBS는 이를 정면돌파하기는커녕 여전히 소극적 편성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창조경제’, ‘4대악 근절’에 올인

 

이번 개편에서 TV는 16개의 프로그램이 신설(1TV 13, 2TV 3개)되고 20개의 프로그램이 폐지(1TV 13, 2TV 7개)됐다. 개편의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만 <뉴스토크>(보도국/시사제작국), <슈퍼맨이 돌아왔다>(예능국) 신설 외에는 그다지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벤처창업이나 중소기업 활성화 같은 경제 관련 프로그램이 대거 신설됐다는 것이다.

 

 

개편 때 이렇게 많은 경제관련 프로그램이 신설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유가 뭘까?

조합 개편 설명회 자료에는 ‘희망기업열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그 인재들이 만들어나가는 창조경제’.

 

<황금의 펜타곤>

 

청년 벤처사업가들이 오디션 형식으로 사업 아이템을 선보이는 형식의 <황금의 펜타곤> 편제위 기획안에는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창조경제 시대, 청년 창업의 성공 가능성에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신개념 캐스팅 피칭 리얼리티쇼’.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국정화두인(그렇지만 그 실체는 아무도 모르는)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육성, 창업 활성화, 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그 실체도 모호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목적일까? 이는 KTV 같은 곳에서 할 일이다. 경제민주화가 왜 안 되는지,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것은 없는지 등등 공영방송 KBS가 비판하고 짚어야 할 주제는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KBS가 이런 문제들은 외면하면서 왜 창조경제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가?

관제 홍보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와 함께 개편과는 별도로 온갖 관제 홍보 특집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21호 노보에서 밝힌 것처럼 에 따르면 학교 청소년 기획, 일요진단, 긴급출동 24시, 강연 100도C, 대한민국 행복발전소, 소비자 리포트, 위기탈출 넘버원, 비타민,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등 프로그램에 ‘안전사회’를 홍보하겠다고 한다. 지난 17일에는 이성한 경찰청장과 길환영 사장이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한 홍보를 하기로 MOU를 맺었고, 지난 토요일(26일) <생방송 실종 어린이를 찾습니다>라는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특집 프로그램과 함께 현재 ‘행복주택정책사업’(1,2TV), ‘창조경제타운’(2FM), ‘중소기업금융지원’(1R) 등의 캠페인 스팟이 계속 방송되고 있다. ‘창조경제’니 ‘4대악 근절’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홍보하기 위해 정규, 특집 프로그램이 대규모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길환영 사장에게 미래를 맡길 수 있는가?

 

지난 봄 <다큐극장> 신설 등 역사왜곡·관제개편에 이어 이번에는 묻지마 ‘창조’개편이 강행됐다. 길환영 사장이 등장하고 실시된 두 번의 개편은 이렇게 경쟁력 측면에서도, 공정성 측면에서도 역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KBS는 어디까지 망가져야 하는지, MC 한 명 바꾸는 데에도 다들 사장 입만 쳐다보는 상황에서 이렇게 KBS를 망치고 있는 길환영 사장에게 KBS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지 우려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2면]

안에서 새던 바가지, 밖에서도 줄줄~

- 전직 이사장, 이사님들 도대체 왜 이러실까?

아! 가카를 외치신 손병두 전 이사장

 

김인규 시대를 향유하며 3년(2009. 9∽2012. 9)동안 KBS 이사장을 지냈던 손병두(72. 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씨가 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 10월 26일 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4기 추도식에서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는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다. 수십 년간 직업이 이사장, 총장, 회장, 학장, 원장이었던 그의 서민타령. 참 낯설다.

"아직도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의 심기가 조금은 불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태산 같은 각하의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라는 애절한 충성이 과연 예전 각하를 향한 것인지 현재 각하를 향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사실 그는 KBS에서도 대형 사고를 칠 뻔 했다. 2009년 9월 1일 KBS 이사장이 되고나서 받은 첫 임무는 새 사장을 선임하는 것. 이병순, 김인규, 권혁부, 강동순 등 쟁쟁한(?) 멤버가 면접에 임하자 그는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24억짜리 BCG 컨설팅을 끌어들였다.(여기에 김인규 사장은 컨설팅을 적극 수용한다고 밝혔고 방송저널리스트라는 자신의 숟가락을 살짝 올렸다.) 당시 BCG는 인원 대폭 축소, 게이트 키핑 강화, 직종별 아웃소싱을 결과물로 내 놓음으로써 직원들과 공영방송 진영의 공분을 샀다.

그가 치는 사고 하나하나가 안에서든 밖에서든 스케일만큼은 갑이다.

그리고 추적60분의 적 권혁부

 

사장 선임 시기만 되면 고개를 여의도로 돌리는 수구지심을 발휘하는 권혁부 씨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심의위원회 부회장이다. 아시다시피 이 분 KBS 출신이다. 어두운 시절 1974년 공화당 특채로 입사 후 권위주의 체제의 KBS를 향유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KBS 내 구악이 특히 추종하는 인물이다.

예상된 바지만 그는 열심히 종편 채널과 정권을 위한 충정을 바치고 있다. 그의 특기는 KBS 뉴스와 프로그램 패기. 특히 <추적60분>과는 무슨 원수를 진 듯하다. 2010년 11월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에서부터 지난 9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까지 조금이라도 민감한 내용이 방송되면 후배들의 재갈 물리기에 앞섰다. 시사기획 창과 정권비판 뉴스는 어김없이 그의 그물에 걸렸다.

이러고도 철만 되면 사장 지원서를 내는 그의 용감무쌍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긴 예사 맷집은 아님은 2008년 8.8월에 이미 증명하긴 했으나.

그리고 그의 동료 박만

 

5년 전 2008년 8월 권혁부 씨 옆에서 MB정권이 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전직 공안 검사 박만 씨는 아직 그와 함께 있다. 방송업계에선 공안검열기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장이 박만 씨의 직책이다. 공안검사로서 참여정부에 의해 배척을 받았다는 코스프레를 통해 MB정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결국 완장을 차셨다.

내공에 있어 그의 동료 권혁부를 능가한다. 누가 이 정권의 총애를 받는 공안검사 출신 아니랄까봐 심의의 칼춤을 추고 계시다. 물론 종편에겐 솜방망이라는 징계만을 내리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까지 시비를 걸던 용렬함은 어디 가신지 모르겠다.

이런 그가 최근 구설에 올랐다. 고교후배 회사인 모 회사 주식구입에 9억 원 투자했다가 주가조작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주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직무관련성 여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법조항을 알지 못했다"며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 한다"고 해명했다.

말(language)일까? 말(horse)일까?

글쎄다. 정작 그가 죄송하게 생각해야 하는 곳은 이사로서 난도질했던 KBS와 아직도 가위질을 당하는 뉴스와 프로그램 제작자여야 하지 않나?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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