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05.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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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투쟁선언문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는 비겁했습니다.

 

권력만 바라보며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우리는 애써 눈을 감고 모른 채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원망과 시청자들의 비난의 목소리에도 숨죽여 있던 우리를 일깨운 건 양심의 소리에 솔직하고자 했던 보도본부 막내기자들이었습니다.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으로 우리 모두가 죄인이었음을 깨닫고 난 뒤에 우리는 더욱 참담한 현실에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구조가 늦어지며 온 국민이 애를 태우고 있을 때 해경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청와대로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길환영 사장이 직접 KBS 뉴스에서 해경 비판을 자제해 달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우리 모두가 참담한 KBS의 모습에 눈을 감고 있을 때 길환영 사장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습니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할 수도 없었고, 대통령 관련 뉴스는 9시 뉴스에 20분 내에 소화했고, 국정원 수사 아이템은 순서를 내리면서 공영방송 KBS 뉴스는 철저하게 망가져 갔습니다.

 

권력만을 바라보며 진실을 외면했던 공영방송 KBS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우리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잘못된 보도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보도본부 부장단들의 사퇴를 시작으로 보도본부의 대부분의 기자들이 카메라와 펜을 내려놓고 제작거부에 들어갔습니다. 98%의 불신임을 받은 길환영 사장을 더 이상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300명이 넘는 보직 간부들이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직종 간의 이해를 뛰어넘어 KBS 16개 직종 협회가 길환영 퇴진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조금 더 큰 용기를 내고자 합니다.

 

KBS 노동조합과 언론노동조합 KBS본부 39백여 조합원은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시키고 오늘 새벽 5시부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양대 노조 간 있었던 불신과 분열의 벽을 뛰어넘어 우리는 공영방송 KBS인으로서 내려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습니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브라질 월드컵도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길게는 수년간 기자와 PD, 기술과 경영 등 모든 직종의 동료들이 피땀 흘리며 준비했던 방송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시청자와 국민의 신뢰를 되찾지 않는 한 KBS가 내보내는 그 어떤 방송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총파업 투쟁은 공영방송 KBS가 정권과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해 오로지 국민에게만 충성하겠다는 독립선언이기도 합니다. KBS는 국민의 방송이며, 오로지 국민만이 주인이기에 국민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길환영 사장의 퇴진은 우리 싸움의 시작이지 목적지가 아닙니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는 것은 KBS가 새롭게 태어나 권력의 품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의 출발점입니다. 길 사장 퇴진 이후 우리는 독립적 사장 선임과 보도와 프로그램의 제작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한 사내외적 제도 개선이라는 지난한 싸움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이번 싸움이 많이 늦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발길을 되돌려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감히 국민 여러분의 응원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다만 외면만은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국민들이 명령한 이번 싸움, 반드시 승리해 국민의 방송 KBS로 되돌아가겠습니다.

 

 

2014529

KBS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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