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구글에서 '문창극'을 검색했을까?
"내가 왜 구글에서 '문창극'을 검색했을까?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08.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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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0일, 문창극 씨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날, 인사검증TF팀 김연주 기자는 사실 다른 후보자를 만나기 위해 일명 ‘뻗치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도 의문입니다. 차 안에서 왜 포털사이트 연예기사 대신 ‘문창극’이란 이름을 검색했는지 ^^;”

 김 기자는 휴대전화로 구글에 문창극을 검색했지만, 웹문서로는 딱히 건질 게 없었다. 다시 구글 이미지로 검색하고 몇 페이지를 넘기다 부인과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교회 예배때 찍은 사진인데, 누군가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아, 온누리 교회 장로구나’ 다른 사진에는 문창극 씨 얼굴과 CGN TV란 마크가 보였다. 온누리교회 TV 홈페이지였다. 홈페이지 검색에서 문창극을 쳤더니 강연과 토크쇼 출연 영상 6개가 쭈루룩 떴다. 각각 1시간 이상씩 되는 영상이었다.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인사검증팀에 보고하고 뻗치기를 하면서 하나를 들어봤다.

 “교회 강연인 점을 감안하고, 아무리 기독교적 섭리사관에 기댔다고 하더라도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본적인 역사인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요내용을 팀에 보고하고, 팀원들과 영상을 나눠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여다 봤다. 녹취록까지 정리를 하고 검증팀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입장에서 검토를 했다. 정말 종교적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은 제외하고, 비숍여사와 윤치호 일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저서 등을 인용한 부분도 걸러냈다. 그래서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내용만 고민하고 고민해서 추린 것이 당일 보도에 나가게 됐다.

 “전체 강연 중에서 문 후보자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을 발췌했어요.”

 사실, 문창극 후보자가 지명된 날 인사검증TF 팀은 첫 회의를 했다. 고위 공직 경력이 없는 후보자여서 관보를 통해 재산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재산 내역이 없으니 납세 부분도 길이 막혔다. 인사 검증 보도는 속도전. 탕, 하고 출발했는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발견한 동영상 6개는 길환영 사장이 물러난 직후 KBS를 향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김연주 기자를 비롯해 인사검증TF팀은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우연히 발견한 쉬운 특종이라고.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상당한 분량의 동영상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기준을 세우고 자체 검토를 해서 발빠르게 보도한 노력은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공영방송을 위해 뜨겁게 싸웠던 5월에, 인사검증TF팀의 특종은 단비였고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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