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대는 박근혜 정권의 KBS 장악 시나리오
다시 꿈틀대는 박근혜 정권의 KBS 장악 시나리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09.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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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낙하산, 이인호가 왜 문제인가?
 

 좀처럼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이길영 이사장의 전격사퇴는 의외였다. 수년간 그를 보아온 많은 이들은 하나같이 자기발로 나갈 사람이 절대 아니라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8월27일(수) 이길영 이사장 사퇴, 29일(금) 이인호씨 내정, 9월1일(월) 방통위 이인호씨 여당 단독추천, 2일(화) 박근혜 대통령 재가. 불과 1주일 만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이인호씨를 KBS 이사장으로 보내기 위한 청와대의 짜여진 각본이었던 것이다. 세월호 정국과 길환영 사장의 사퇴로 주춤하던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KBS장악 음모 신호탄이 오른 것이다.

박근혜의 약속, 거짓말

어제 9월3일은 제51회 방송의 날이었다. 1947년 대한민국이 일본의 호출부호 대신 우리의 독자적인 호출부호를 배당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KBS는 그런 의미 있는 방송의 날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친일을 옹호하는 뉴라이트 원로사학자 이인호씨를 사실상 KBS 이사장으로 선물 받았다. 그리고 KBS는 화답이라도 하듯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2차 규제개혁민관합동회의를 국정홍보방송 KTV것을 받아 중계방송했다.

박근혜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 당선인시절, 취임후 대국민 담화등을 통해 “방송장악을 할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서 약속드린다”고 누차 강조해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증언, 백모 국장의 청와대행, 길환영 사장과 이길영 이사장의 퇴진까지 모두 뒤에는 청와대와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이인호씨의 KBS이사장 만들기를 통해 만천하에 그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

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이인호씨를 무리하게 KBS에 밀어 넣으려 할까?

역사를 바꿔서라도 친일과 독재 옹호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을 하고자 한 이유가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라고 한다. 국정원과 동원 가능한 국가기관들을 선거에 개입시켜 당선된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정권은 그 정통성에 항시 의문을 제기 받으며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 답을 아버지 박정희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또 이념가르기와 지역패권에 의해 당선된 51%지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귀착점일 것이다.

그런데 친일과 독재로 점철된 아버지 박정희에게 박근혜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고 역사를 재해석해 아예 역사를 다시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역사, 교육, 방송 등 사회 전 분야에 친일을 옹호하고 독재를 찬양하는 자들이 대거 중용되는 이유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들어 요직을 꽤차는 중심에는 2011년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가 있다.

친일,독재미화 논란을 일으킨 역사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한 교과서 포럼이 주축이 됐다. 이인호씨는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으로, 방통심의위원장 박효종은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회론’의 주창자들이 모인 곳이다. 한국현대사학회 홈페이지 참고(http://www.kconhistory.com). 박근혜 정권의 면면을 채우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역사를 바꿔서라도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회복과 현 정권의 정통성을 찾겠다는 의도가 차근차근 구체화 되고 있다. 그 중심에 KBS이사 이인호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방심위 박효종, KBS 이인호의 쌍두마차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정국으로 가뜩이나 몰려있는 상황에서 KBS 문창극 특종보도로 휘청했다. 결국 문창국 낙마로까지 이어졌다. 6월17일 박근혜 대통령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 대표적 뉴라이트 학자이며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창하는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의 박효종 서울대명예교수를 ‘검열기관의 수장인’ 제3대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임명한다.

박효종 위원장이 이끄는 3기 방통심의위는 바로 본색을 드러내며 KBS손보기에 들어갔다. 문창극 전 후보자의 강연 발언을 보도한 KBS에 대한 중징계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효종에 이어 이인호씨가 KBS이사로 들어와 이사장자리까지 꿰찬다면 환상의 박-이 커플의 탄생이다. KBS안에서는 최고의결기구의 수장으로서 사사건건 개입이 불보듯 뻔하고, KBS밖에서는 심의라는 미명하에 ‘검열의 가위질’을 보도,프로그램 가릴거 없이 마구 해 댈 것은 명약관화하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그리는 KBS장악의 완성이다.

왜 이인호가 문제인가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축적에 의해 이루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를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이인호씨는 할아버지,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친일에 대한 행적을 지우고 싶은 것은 박근혜대통령과 이인호씨 사이를 잇는 공감대일 것이다.

이인호씨에게 조부의 친일행적을 문제 삼아 KBS이사로서의 자격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정부가 발간한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보고서에 조부의 친일행적이 수록되는 것을 계기로 이인호씨는 급격히 보수진영의 편향된 역사관으로 기울게 되고 아주 적극적으로 그 역사관을 대변하고 최근의 문창극 강연에 이르기까지 확신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지대에 서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이사는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특정집단의 이해를 대변했던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는 자리이다.

 

각종 특종상을 휩쓴 KBS 문창극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하겠다는 뉴라이트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문창극 강연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이인호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인식이라면 앞으로 KBS에서 백범 김구의 백자도 못 꺼내게 할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제2의 이승만, 박정희 찬양프로그램과 보도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20대 총선승리, 박근혜정권 재집권의 포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청와대 낙하산 이사 이인호씨의 투하를 즉각 중단하라. 우리는 현 사태를 박근혜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로 규정하고 정권에 맞서 싸울 것이다. 청와대와 박근혜대통령은 KBS이사회 장악을 통해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홍위병으로 쓰겠다는 야욕을 즉각 버려야 한다. 내년 9월 KBS이사회 재구성, 11월 KBS사장 선출 그리고 이어지는 20대 총선까지 이인호 이사를 통해 KBS장악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추악한 시나리오를 당장 집어치워라.

이인호씨, 즉각 사퇴하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인호씨에게 정중히 요구한다. 80평생 쌓아온 학자로서의 양심이 있다면 이사직을 던지고 조용히 물러나길 바란다. 만일 KBS에 발을 들여놓고 이사장 자리를 넘본다면 그동안 쌓아온 명예마저도 송두리째 부정 당 할 수 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아울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청와대 낙하산 문제가 끊이지 않는것은 대통령이 KBS이사와 사장을 좌지우지하는 현행 방송법 체제에 있다고 보고 전면 개정작업에 돌입할 것이다. 공영방송 KBS는 특정 정치집단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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