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세월호 유족 만나는 것보다 미사가 더 중요했다?"
"교황이 세월호 유족 만나는 것보다 미사가 더 중요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09.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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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임시 공방위 결과 보고] 개최 2시간 만에 이사회 참석 핑계, 아무 합의 없이 마무리

지난 9월 17일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과 사측 간의 임시 공정방송위원회(제249차)가 열렸다. 조대현 사장 취임 뒤 공방위로 지난 3월 길환영 사장 시절 사측이 일방적으로 공방위를 결렬 시킨 뒤 6개 월 만에 열린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공방위 준비를 이유로 노측이 요청한 날짜를 연기할 것을 요구해 노측은 이를 수용했지만, 사측 대표인 금동수 부사장은 공방위 개최 2시간 반 만에 이사회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뜨는 등 불성실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공방위는 아무런 합의도 못한 채 마무리됐다.

 

□ 안 건

-교황, 세월호 유족 위로 장면 생중계 누락 및 미사 중계 건

-전주총국 유진휘 기자 저작권 위반 약식기소 대응 건

-청와대 규제개혁 장관회의 생중계 및 관련 보도 건

-탐사보도 강화 방안 건

-방심위 문창극 보도 심의 대응 건.

 

 

사측, “세월호 유가족 대신 미사를 선택”

“대통령이 화면에 나오지 않아 궁금해서 전화했다.”

 

노측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정에서 주관방송사인 KBS가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장면을 생중계하지 못한 것은 교황방문이 단순한 가톨릭 교인들만의 종교행사를 넘어 화해와 약자에 대한 배려 등으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됐던 점을 고려할 때 편성상의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타방송사들은 이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KBS만 세월호 유가족과 교황의 만남을 실시간 국민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편성상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편성본부장

이에 대해 사측은 광화문 퍼레이드보다는 시복식에 초점을 맞춰 편성을 했다며 편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일 9시 50분부터 중계가 예정돼 있었지만 타방송에서 일제히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는 장면을 생중계하자 KBS도 부랴부랴 42분으로 생중계를 앞당긴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현장상황만을 탓했다. 특히 권순우 편성본부장은 “교황이 만나는 사람이 여러 명인데 편성적으로 볼 때는 세월호 유족만 생각해 요것만 넣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은) 원 오브 뎀으로 인지하고 있었고, 퍼레이드 전체는 안 중요하고 세월호 유족 만나는 것보다 미사가 더 중요했다”며 교황이 퍼레이드 중 세월호 유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퍼레이드 대신 시복미사 중계를 ’의도적‘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시복미사 전 퍼레이드 과정에서 교황과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은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상황으로 이 행사의 가장 뉴스 가치가 높은 장면이었지만, 이를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중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편성 책임자의 잘못이었다. 더구나 권순우 본부장은 명동성당 미사 중계과정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자 “대통령이 한 컷도 안 나오는데 왜 안 잡냐,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중계단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 또한 인정했다. 권순우 본부장은 광화문 시복식 중계에서는 정무적 판단보다는 편성적 판단을 우선했다고 답변했지만, 대통령이 참석한 명동성당 미사 중계에서는 그러한 원칙은 찾아볼 수 없었던 셈이다.

 

사측, “규제개혁은 민생문제, 시청률도 높았다.”

 

노측은 지난 9월 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가 1TV를 통해 70분간 생중계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기획하고 연출한 자체 회의를 정부방송인 KTV가 방송하는 영상을 그대로 받아 중계하는 것은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시킨 부적절한 방송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규제개혁은 민생문제이며, 1차 때 시청률이 높게 나왔을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봤기 때문에 생중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측은 당일 [뉴스9]에서 관련 뉴스를 톱부터 5꼭지를 보도한 것과 관련해 MBC나 SBS가 4꼭지로 보도한 것에 비해 양적으로도 과했으며, 타사가 1꼭지씩 정부 규제개혁의 성과와 실효성에 문제제기를 하는 보도를 낸 데 비해 우리는 아무런 비판적 시각 없이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발표 중심으로만 5꼭지를 보도한 것은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보도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회의와 관련해 비판적이거나 반론적 성격의 리포트를 준비하려 했지만 취재부서에서 당일 취재의 어렵다고 밝혀와 관련 보도를 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며 향후 대통령 관련 보도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측 “탐사보도 강화 공감하나 인력 부족”

 

노측은 KBS가 권력을 감시, 비판하고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공정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탐사보도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현재 팀장 포함 6명에 불과한 탐사보도팀을 보도본부장 직속의 ‘탐사보도부’로 확대 개편하고, 단기적으로는 취재와 지원 인력을 확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측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재 인력 상황에서 탐사보도팀에 기자를 증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신규 채용으로 인력 상황이 좋아지면 추가 배치를 검토하고, 단기적으로는 리서처나 데이터 분석요원 등 지원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보도본부 내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5백 명이 넘는 기자들 가운데 3-4명의 인력을 보강해 본부장 직속의 탐사보도부로 만드는 것이 과연 기자 전체의 인력난을 그렇게 가중시킬 만한 일인가? 부사장부터 보도본부장, 시사제작국장까지 한 목소리로 탐사보도 강화에 공감한다고 말하면서도 탐사보도부 부활을 단행하지 않는 건 실제로 탐사보도 강화의 의지는 공허한 말뿐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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