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없어서 공정방송 못했나?
‘가이드라인’ 없어서 공정방송 못했나?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10.0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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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책임제’ 도입이 먼저다!

사측이 조대현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이른바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지난달 TF 구성을 위한 사내 문서를 통해 ‘취재 및 제작, 보도 등 현실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공정성 원칙을 제정해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가치를 고양하고자 함’이라고 <가이드라인> 제정 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이달 중으로 초안을 작성해 전문가 자문까지 거친 뒤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해 내년 1월 발표 한다는 일정이어서 <가이드라인>은 졸속으로 마련될 우려가 높다. <가이드라인>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제작실무자들의 대부분에게는 이런 사실조차 알린지 않은 채 사측이 이처럼 촉박한 일정으로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나선 것은 조대현 사장이 취임사의 후속 조치란 점은 삼척동자라도 다 알 것이다. 조 사장은 지난 7월 말 취임사를 통해 ‘공정성 시비를 확실히 끝내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정말 KBS 저널리즘은 이런 것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KBS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조 사장과 사측의 생각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망상이거나 공정방송을 위한 사내 제도적 장치 도입 요구를 호도하기 위한 전략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KBS가 공정방송을 위한 규정과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공정방송을 하지 못했나? 소가 웃을 일이다.

현재 KBS 내에는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공정보도 일반기준>, <방송강령>, <단체협약서>, <편성규약>, <공정보도 일반기준> 등 공정방송을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보장하는 규정과 가이드라인 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정들이 제정된 이후 십 수 년간 KBS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하루라도 일지 않은 적이 있었단 말인가?

한번 만들어 놓은 뒤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고 이를 어기더라도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가이드라인> 제정으로는 공정성 시비를 결코 끊을 수 없다. KBS가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여야가 7대 4인 이사회에서 과반으로 추천된 후보를 대통령이 사장으로 임명하고, 이렇게 임명된 사장이 보도.제작 책임자들에 대해 배타적인 인사권을 갖고 있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세월호 관련 보도와 이로 인한 길환영 전 사장의 퇴진 과정은 뉴스와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주요 국장이 사장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할 때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잇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 취임 전부터 조 사장이 ‘제2의 길환영 사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도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등 ‘국장 책임제’ 도입을 거듭 요구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낮은 수준의 KBS의 보도와 제작자율성과 공정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응답자의 90%가 국장직선제나 국장 임면동의제를 포함한 ‘국장 책임제’ 도입을 꼽았었다.

 <가이드라인 제정>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따라서 사측이 <가이드라인> 제정의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가이드라인> 제정과 함께 ‘국장 책임제’ 도입을 위한 논의의 장에 하루라도 빨리 나와야 한다. 덧붙여 <가이드라인>을 진심으로 제대로 만들고자 한다면 제정 과정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내년 1월 개편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를 위해서는 그렇게도 사내 홍보를 열심히 하더니 <가이드라인> 제정은 왜 이리도 조용히 밀실에서 하고 있는가? 사내 구성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제작실무진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기자협회, PD협회 등 사내 제 단체의 의견도 적극 수렴해야 한다. 더불어 언론학계를 대표하는 명망있는 전문가, 교수들과 함께 공론의 장에서 논의가 이뤄질 때만이 조 사장이 말한 대로 ‘우리 구성원뿐 아니라 밖에서까지 인정하고 콘센서스가 이루어지는 그런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BS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진다는 내년 1월에 <가이드라인> 제정 기일을 맞출 필요는 없다. 빨리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만드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2014년 10월 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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