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토론'은 정상화 돼야 한다.
'심야토론'은 정상화 돼야 한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11.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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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 아이템 누락 여전...진행자 공정성 지적도 수차례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의 대표적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생방송 심야토론>의 파행에 대해 수차례 지적을 해 왔다. <심야토론>은 그동안 공정성이 사내외에서 논란이 되면 어느 정도 시정이 되는 듯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양새가 반복돼 왔다. 이제 <심야토론>은 완전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KBS의 ‘공정성 시비 종식’의 첫 걸음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난도질돼 온 <심야토론> 

<심야토론>이 속절없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인 2010년부터. 패널을 짝수가 아닌 홀수-예를 들어 5명-로 구성해 보수:진보 또는 여:야 비율을 3:2나 4:1로 배치하는 장난질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패널 4명 전원이 보수, 친여 성향 인사들만 나온 적도 있었다. 당시 TV제작본부장이 길환영 전 사장, 부사장이 조대현 현 사장이었는데 2011년 1월 25일 3차 공방위에서 노측이 강력히 항의를 했고, 이 때문이었는지 이후 이런 극심한 편향성은 한동안 시정이 됐다.

하지만 길환영 본부장이 부사장, 사장이 되면서 이런 논란이 다시 격화됐다. ‘종북세력 국회입성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같은 황당한 내용이 다뤄지는가 하면, 당시 길환영 부사장이 아이템과 패널을 일일이 통제한다는 증언이 다수 있었다(2014. 6. 5 KBS본부 노보. ‘길환영, <심야토론> 여론조작 수준으로 개입, 통제’). 급기야 올해 6월 3일, <심야토론> 장영주 전 CP는 제작진에서 복수의 아이템, 출연자를 복수로 보고하면 길환영 사장이 직접 낙점을 했고, 주제는 대부분 여권에 유리한 방향이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한 적이 있다 (아래 박스기사 참고). 이렇게 <심야토론>은 김인규, 길환영 사장을 거치면서 권력의 입맛에 맞게 ‘난도질’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조대현 사장 취임 후에는?

올해 7월 28일 조대현 사장 취임 이후 <심야토론>은 총 11회가 방송됐다. 3달여 남짓한 짧은 기간이라 이전과 직접적인 비교는 하기 힘드나 일단 패널이나 주제 선정에 있어 공정성이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주제가 성역 없이 다뤄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에도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 개헌, 전작권 환수 공약 파기, 4대강과 자원외교 등 심야토론에서 충분히 다뤄볼 만한 대형 이슈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지만 이런 주제들은 아직 다뤄지고 있지 않다. MB 정부 때에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 ‘용산’, ‘4대강’ 등은 사실상 금기어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간첩 조작 사건 등에 유난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심야토론>이 여전히 이런 금기에 눈치를 보고 있다면 조사장이 말하는 ‘공정성 시비 종식’은 불가능하다.

왕상한 MC의 문제

<심야토론>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같이 제기되는 것이 왕상한 MC의 문제다. 서강대 교수인 그는 2010년 5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4년 반 동안 <심야토론> MC를 맡고 있다. 그가 어떻게 <심야토론> MC가 됐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김인규 사장 때 급조된 ‘MC 선정위원회’에서 밀실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MC가 되고 나서 심의실의 공식 심의에서도 끊임없이 그의 진행 자질에 대해 지적이 계속됐다는 점이다.

다음은 <심야토론>의 공정성 시비가 극심했던 2010년 심의지적 사항 중 일부다.

날짜

부제

진행자의 공정성 관련 심의지적사항

12/11

한미 FTA 추가 협상,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발언을 차단하고 갑자기 전화나 정부측에 발언권을 주는 등 자연스런 토론의 흐름을 방해 하거나 패널의 발언에 다소 거부적인 반응

12/4

연평도 포격 도발,

북한을 다시 본다.

김용현 교수에게 공격적 질문을 던지는 등 중립적이지 못함

11/6

G20서울회의, 세계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는?

패널의 설명 중에 개입해 패널과 토론. 중립적이지 않은 진행 태도.

10/30

정년연장, 고령화

사회 대안인가?

상식적으로 예측키 어려운 질문으로 일부 패널을 공격.

10/23

위험수위, 인터넷

문화의 현주소

인터넷 문화의 부정적 측면만을 언급하다보니 네티즌들, 특히 청소년 층을 잠정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져서 진행자의 형평성 있는 진행이 부족하게 느껴짐

10/9

한-EU FTA,

평가와 과제는?

백일 교수의 발언을 자주 막아 공정치 못한 느낌. 과도하게 선을 넘는 모습.

9/11

북한 쌀 지원, 대화재개 신호탄인가?

중립적이어야 할 MC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일정한 방향으로 토론을 끌어가려고 하는듯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

 

 심의평을 절대시할 수는 없지만 당시 심의위원들은 왕상한 씨가 상당히 편파적으로 진행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심의평에서 이런 지적이 많지 않았는데, 그가 공정하게 진행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에도 간혹 다소 무리한 진행이 눈에 띌 때가 있다. 지난 3월 22일 방송된 ‘규제개혁’ 관련 토론에서 특정 패널이 발언을 하자 “아니, 동문서답을 하셨는데”라고 면박을 주는가하면 썰렁한 조크로 상대방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아이템, 패널 선정과 함께 MC 문제도 반드시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

 <아이템, 패널 낙점은 사실이었다.>

 

길환영 사장이 이사회에서 해임되기 직전인 지난 6월 3일, <심야토론> 전 CP가 코비스에 쓴 글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아이템과 패널을 복수로 올리면 길환영 사장이 직접 낙점을 했고, 이렇게 채택된 결과는 대부분 여권에 유리한 방향이었다는 것. 이 폭로가 있은 후 조합이 2013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심야토론 기획안’ 50여부를 입수했다.

폭로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기획안에 아이템이 기획의도와 함께 2,3개가 기재되고 각각의 아이템에 패널군 1,2안이 후보로 올라온다. 그러면 이 중에서 하나의 아이템과 패널군을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에 언급된 올해 3월 22일 방송을 보자. 애초 기획안에는 외국인 카지노, 규제개혁, 임금개편 논란 등 3개의 아이템이 후보군으로 올라 있었다. 그 중 방송이 된 것은 규제개혁이었다. 패널 후보에도 야당 국회의원, 유종일 교수, 김상조 교수 등이 포함돼 있었으나 결국 방송에 나온 것은 현오석 부총리,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김종석 전 규제학회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 등 모두 규제철폐 찬성론자들이었다. 결국 노동계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양쪽에서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앉아 정부의 규제개혁 완화를 시종일관 지지하는, 토론 아닌 ‘대담’을 펼쳤다. <심야토론>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심야토론>이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다시 이런 황당한 일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심야토론>의 치욕의 역사는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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