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집행부가 출세의 수단인가?
노동조합 집행부가 출세의 수단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11.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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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낙하산사장을 영접한 어용집행부의 계보

<편집자 주> 누구나 이야기 한다. KBS가 위기라고. 이러다가 10년 안에 회사 문 닫는다는 탄식도 터져 나온다. 간부들은 몇 년 채우고 집에 가면 끝이라지만 남은 후배들은 남은 회사를 책임져야한다. 회사가 바로 서기위해 젊은 후배들이 모여 있는 노동조합이 바로서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노동조합,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으로 기획연재를 총 5회에 걸쳐 실을 예정이다. KBS를 위기에서 살려내고 10년, 20년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공영방송 KBS를 물려 주기위한 뼈를 깎는 반성들을 담고자 한다. 조합원 동지들의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기대한다. 

 <연재 순서>

 1편> 교섭권 독점으로 얻은 게 무엇인가?
 2편> 수익사업, 노동조합의 독(毒)되다.
 3편> 노조집행부가 출세의 수단인가?
 4편>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KBS가 죽는다.
 5편> 정리 좌담회

 

노동조합을 이끄는 조합 집행부는 고행의 길이다. 90년 민주노조를 만들던 시기에는 조합 집행부를 한다는 것은 옥고를 각오해야하는 큰 결단의 자리였다. KBS를 정권의 친위대로 삼으려는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음모에 맞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지켜내는 최후보루가 KBS 노동조합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노동조합 집행부가 승진을 빨리하고 회사간부를 할 수 있는 꽃보직이 돼 버렸다. 위원장 출신은 최소 ‘국장’은 떼 놓은 당상이다. 집행부 출신도 그 어렵다는 해외특파원과 해외연수를 잘도 간다.

 노동조합 집행부 출신이라고 회사 간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노동조합 집행부를 하며 쌓은 경험을 회사발전을 위해 적재적소에서 발휘 할 수 있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조대현으로 이어지는 KBS출신 사장들은 노동조합 집행부 출신들을 주요 핵심 간부로 전면배치하면서 패거리 문화를 조장하고 노동조합을 길들이고 순응시킨다는 게 문제다.

조대현 사장 오며 벌떡 일어선 노조집행부들

얼마 전, 조대현 사장이 취임하면 최 모씨를 중용할 거라는 얘기가 돌았다. 10대 노동조합 사무처장을 맡으며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는데 소위 진검승부를 벌인 후, 그의 광폭행보는 다들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병순 사장의 취임사를 썼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곧이어 기획예산국장 직무대리를 거머쥔다. 이후 외주제작국장(김인규 사장 시절), 인재개발원장(길환영 사장 시절)을 거쳤고, 조대현 사장은 다시 그를 자회사인 KBS N 사장에 앉힌다. 노조집행부 출신으로 사측 간부로 갈아탄 자 가운데 甲중의 甲이다.

11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박 모씨도 조대현 사장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2008년 8월 8일 청와대에 의해 사장이 쫓겨나고 전 직원들이 경찰의 군홧발을 맨 몸으로 받아낸 뒤인, 8월 25일 11대 집행부는 총파업 포기선언을 한다. 그 다음날인 8월 26일 이병순 사장이 취임했다. 11대 집행부가 깔아준 양탄자를 밟고 무혈 입성한 이병순 사장은 취임한 다음해 1월 15일 사원행동 양승동 PD와 김현석 기자를 파면하고 성재호 기자를 해임시킨다.

강동구 당시 KBS노조 위원장(왼쪽에서 5번째, 김인규 당시 KBS 사장 옆)은 2010년 1월 4일 오전 KBS 시무식에 참석했다. 노조 간부가 KBS 시무식에 참석한 것은 KBS 역사상 처음이다.

이후 박 모 위원장은 몇 차례 부장을 거쳐 조대현 사장에 의해 보도국 취재주간으로 등극한다. 박 모씨와 함께 11대 집행부의 부위원장을 했고 연이어 12대 위원장을 맡았던 강 모씨의 처세술은 또한 으뜸이다. 특보출신 낙하산 김인규 사장이 2009년 11월 24일 취임하고 강 위원장은 사장반대운동을 펼친다. 그러나 노조파업 찬반투표가 12월 2일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강 모씨는 단식투쟁에 돌입한다. 그러나 채 보름도 지나지 않은 2010년 1월 4일 신년 하례식에서 양복을 차려입은 강 모 위원장은 김인규 사장과 정답게 떡케익을 커팅한다. 사상 최단기간 ‘변절’이었다. 위원장 임기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2011년 9월 강모 씨는 입사 최단기간, 최연소 남산송신소장이 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조대현 사장은 그를 다시 목포방송국장에 임명한다. 직원들은 그저 놀랄뿐.

조대현 사장은 11대 노조 집행부의 위원장, 부위원장 발탁에 이어 사무처장 출신인 조 모씨까지 광고국장에 앉힌다.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사장이 깔아놓은 노조집행부 출신과의 밀월과 유착을 조대현 사장도 이어받아 가고 있는 것이다.

< 주요 노조집행부의 거북한 계보>

 

노동조합직책

이병순 사장(대팀제)

김인규 사장

길환영 사장

조대현 사장

진**

위원장

KBS홀팀장직대

시청자권익보호국장

네트워크관리국장

디지털100%재단사무국장

최**

사무처장

기획팀장

기획예산국장/외주제작국장

인재개발원장

KBS N사장

박**

위원장

 

사회,문화부장

국방대연수

취재주간

강**

위원장

노조부위원장

위원장

남산송신소장

목포방송국장

조**

사무처장

 

KBS N 본부장

재원관리국

광고국장

황**

00노조위원장

이사회전문위원

00노조위원장

심의실장

공영성연구부/00노조위원장

윤**

00노조위원장

외주제작국장

KBS 재팬 사장

퇴직

 

사측과 결탁한 일부 노동조합 집행부의 거북한 계보

 노동조합이 갈라지고 난 뒤 KBS노동조합은 10대부터 현재 14대까지 10년이 흘렀다. 지난 10년 노동조합 집행부 출신들이 어떻게 회사의 품에 안겼는지 살펴보자.

 먼저 10대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았던 진 모씨는 2006년 김인규 씨를 사장으로 옹립하려고 시도했었고 이후 이병순 사장 때 KBS홀 팀장 직무대리, 김인규 사장 때 시청자권익옹호국장을 거쳐 길환영 사장 때 네트워크관리국장 직무대리를 거쳐 디지털100%재단 사무국장을 지금까지 맡고 있다. 부위원장을 비롯해 사무처장, 조직국장, 노사국장, 총무국장, 특임국장도 부장(총감독) 등에 임명됐고 현재까지 자리를 이어오는 인사도 있다.

 11대 노조집행부는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처장이 조대현 사장 밑에서 국장을 모두 맡고 있는 진기한 풍경도 연출하고 있다. 그 외 집행부도 임기를 마치고 난 뒤에 부장과 팀장을 맡은 인사가 6명이고 그중 1명은 해외특파원도 나갔다.

 11대 집행부 이후 노동조합은 세습에 들어간다. 부위원장이 차기 위원장을 연이어 맡아오며 영남과 호남 출신, 기자와 엔지니어의 직종 배분을 정확히 이어오고 있다. 11대 박승규-강동구, 12대 강동구-최재훈, 13대 최재훈-백용규 14대 백용규-이현진에 이어 15대 이현진-안경순후보까지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 먼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있는 사이 노동조합의 전투력은 점점 약해졌다.

 강 모씨가 위원장으로 앉은 12대 집행부 면면도 화려하다. 사무처장 박 모씨는 집행부 임기를 마치고 해외특파원으로 비행기를 탄다. 노사국장, 조직국장, 정책실장은 부장을 역임했거나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13대 집행부는 10,11,12대로 이어오는 노조집행부 출신들의 화려한 변신에 부담이 컸던지 노조공약으로 ‘집행부 이후 얼마간 회사보직을 맡지 않겠다’, ‘단란주점 가지 않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죄인(?) 된 새노조 집행부의 참담한 일상

 다수노조인 KBS노동조합 일부 집행부 화려함에 비해 2010년 출범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집행부의 처지는 징계와 소송으로 점철돼 있다. 조합 임기가 끝났는데도 아직까지 남부지원 법정에 출두해 재판을 받는 집행부가 허다하다. 2대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처장, 조직국장은 집으로 날라 오는 출두 요구서와 지리한 법정공방을 온 몸으로 버텨내고 있다. 1대 엄경철 집행부의 소송도 진행형이다. 현재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징계무효소송 등 전·현직 집행부, 중앙위원이 법정에 불러다니는 재판만 7건이다. 3대 권오훈 집행부는 아직 임기 반을 채우지 못했는데 벌써 경찰조사와 회사 특별인사위원회 징계를 기다리는 집행부, 조합원이 수십 명이다.

 ‘노동조합은 가치를 행사하는 집단이지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아니다. 권력을 행사하는 순간 그건 어용 노조가 된다.’ 나이 50넘어 대전으로 유배 가서 새 노조의 둥지를 틀고 스스로 지부장을 맡았던 한 老조합원의 말이 귓가에 울린다.

 노동조합은 가치를 행사하는 집단, 권력을 행사하는 건 어용

 KBS내 노동조합은 다양한 가치와 지향을 가지고 때론 대립하기도, 협력하기도 한다. 1990년 방송 민주화 투쟁의 정신은 KBS노동조합은 근간이 되고 있다. KBS 노동조합 운동은 우리사회 언론운동의 중요한 전초기지라고들 한다. 그만큼 KBS는 언론자유의 헌법적 가치를 최전방에서 수호하고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공세에 맞서 공정방송사수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 언론사다. 그 최전선에 노동조합이 있음은 물론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행사하고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순간 어용집단으로 전락한다. KBS내 노동조합은 언론자유에 대한 가치와 공정방송사수에 대한 순수한 바람을 온 몸으로 보여줄 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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