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서 더 큰 공부를 하고 왔어요.
산 속에서 더 큰 공부를 하고 왔어요.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12.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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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 템플스테이 체험기] 손지혜(고등학교 2학년, 손현철 조합원 자녀)

 

강화도 전등사에서 가족과 함께 주말을 의미 있게 보냈다. 절밥은 처음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세끼 모두 입에 잘 맞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발우공양은 동생이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고 와서 걱정 많이 했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냥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가가 강화라 자주 왔었고, 교과서에도 많이 나와서 강화에 대해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등사와 강화도의 역사에 대한 주지스님의 강의를 통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섬과 절 자체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지만 전등사와 왕실의 묘한 관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활동 중에서는 스님과 함께하는 차담시간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른들 틈에서 질문하고 얘기들을 수 있어서 즐겁고 유익했다. 더 어린 아이들과 하는 프로그램도 재밌었을 것 같지만, 어른들과 함께 진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종교를 떠나 인생에 대한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스님이 재밌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약과랑 떡, 감이랑 차가 다 맛있어서 점심을 안 먹어도 될 정도로 많이 먹었다. 감이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최고였다. 떡도 차랑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었다. 종교세, 신, 욕심과 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스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 나도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답이 있는 건 아닌데 그래서 고민하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아이들의 질문이라고 가볍게 넘기지 않으셔서 감사했다. 딱딱하고 엄하기만 할 줄 알았던 스님들이 웃기고 박학다식하셔서 놀랐다. 불교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108배를 하면서 108이란 숫자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힘들 거라고 예상하고 시작했는데 염주를 만들면서 하니까 생각보다 괜찮았다. 구슬이 잘 안 꿰어져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기도 했는데 스님께서 끝까지 편안하게 진행해주셔서 좋았다. 저녁 종을 칠 때, 별도 봤다. 서울에선 잘 안 보이는데 여긴 별들이 훨씬 더 크고 밝게 보였다. 절에 체험학습 갔을 때마다 종이 장식용인지 누가 치기는 하는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직접 쳐 볼 수 있어서 의문이 해결되었다. 종을 치니까 온몸에 진동이 울리는데 시끄럽기보다 은은했다. 소리는 분명 컸는데 텔레비전에서 보는 보신각 종소리나 교과서에서 배우는 이론과는 달랐다.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것 같다.

 예전에는 종밖에 안보였는데 그 옆에 다른 3가지 사물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보물인 대웅전도 아름다웠지만 예불을 드렸던 무설전의 공간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유명한 작가 분들이 공들여 만드신 거라는데 그림들도 좋았고 절하면 딱 떠오르는 고전적인 공간이 아니어서 신기했다.

 나에 대해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108배 때도 식사 시 묵언 할 때도 말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다. 아빠의 동료들, 그 가족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어색해서 말을 못 건 게 아쉽다. 어린애들 보는 게 오랜만이었는데 애들 보면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 다들 사진도 많이 찍어주시고 친절하셨다.

 사실 자유시간이 많을 줄 알고 시험공부 할 것들을 싸갖고 왔는데 공부 못해서 아쉬운 것보단 오히려 산속에서 더 큰 공부를 하고 재충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시험이 끝나고 수능까지 다 끝나면 꼭 다시 템플스테이에 참여해서 그땐 새벽에 별도 보고 새벽예불도 하고 참선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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