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뿐인 KBS노조, 시대소명 거부하면 영원히 잊혀진다
간판뿐인 KBS노조, 시대소명 거부하면 영원히 잊혀진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4.12.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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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에 판판이 깨지고 대외적으로 고립된 사면초가 신세

<편집자 주> 누구나 이야기 한다. KBS가 위기라고. 이러다가 10년 안에 회사 문 닫는다는 탄식도 터져 나온다. 간부들은 몇 년 채우고 집에 가면 끝이라지만 남은 후배들은 남은 회사를 책임져야한다. 회사가 바로 서기위해 젊은 후배들이 모여 있는 노동조합이 바로서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노동조합,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으로 기획연재를 총 5회에 걸쳐 실을 예정이다. KBS를 위기에서 살려내고 10년, 20년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공영방송 KBS를 물려 주기위한 뼈를 깎는 반성들을 담고자 한다. 조합원 동지들의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기대한다. 

 <연재 순서>

 1편> 교섭권 독점으로 얻은 게 무엇인가?
 2편> 수익사업, 노동조합의 독(毒)되다.
 3편> 노조집행부가 출세의 수단인가?
 4편>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KBS가 죽는다.
 5편> 정리 좌담회

 2009년 12월 600여명의 조합원을 목표로 시작된 KBS본부노조의 조합원은 2014년 12월 현재 1,391명으로 790명 이상의 조합원이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KBS노동조합은 갈라지기 전 정상적인 노조활동 당시 조합원수 4,300여명에서 현재 2,470여명으로 거의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이 수치는 갈수록 초라해 지는 KBS노동조합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조합원수의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KBS노동조합은 계속되는 어용성의 비판 속에서 대외 연대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부단체가 없는 상태에서 대외 연대활동은 거의 불가능하고 ‘우물 안 개구리’식 기업별노조 체제에서 정상적인 교섭력도 행사하기가 어렵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쓴 법, 비판 두려워 말아야

 KBS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26년간 노조를 상대하는 숙련된 노하우를 축적했다. KBS노동조합이 ‘최악의 노사협상’라는 비판을 듣고 노사협상에서 경영진에게 판판이 깨지는 이유도 교섭력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내부의 교류나 소통도 부족하고 상부 단체와의 긴밀한 협조나 대외연대활동을 통한 교섭력의 축적도 없는 상태에서는 필연적인 일이다.

 전국의 150만여 조직노동자의 대부분인 90% 이상이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에 가입해 치밀한 협조와 연대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들 KBS를 의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KBS노조 제15대 정부위원장에 이현진, 안경순 후보가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2015년 1월이면 KBS노동조합에 새로운 집행부(15대 이현진 위원장·안경순 부위원장)가 들어선다. 15대 집행부는 2008년 8월 이후 지난 6년간 KBS노동조합의 전임 집행부들이 보여준 오욕의 과정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KBS 내부는 물론 시청자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현재의 고립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상식적인 노조활동, 시청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노조활동을 해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쓴 법이다. 비판을 두려워 해선 아무것도 개선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15대 이현진·안경순 집행부마저 2008.8월 이후 KBS 노동조합의 집행부들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 한다면, KBS 노동조합은 더욱 대내외적으로 고립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KBS의 역사에서 소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월호, 4대강에 정권나팔수 된 KBS

 새누리당 집권7년 박근혜 정권 2년차인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언론· 사법· 교육· 노동· 국방· 문화· 남북관계 어느 분야 하나도 정상적인 곳이 없다.

 ▲자살률 세계 1위 ▲불평등지수 세계 1위 ▲언론자유지수 세계57위 (2013년보다 7단계추락) ▲비정규직 탈출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나라 (저임금노동자 비중. 비정규직 비중 OECD 1위) ▲출산율 OECD 최하위 ▲노인빈곤율 OECD 1위 ▲ 산재사망률 OECD 1위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부패국가 ▲어린이·청소년이 가장 불행한 나라(삶의 만족도 OECD 최하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새누리당 집권 7년’의 참담한 성적표다. 생떼 같은 아이들 300명을 수장시킨 세월호 참사와 그 수습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지배하는 국가권력의 부패와 무능,약자에 대한 폭력성과 잔인함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부패하고 끔찍한 국가권력을 고발·감시·견제하고 약자를 대변해야 할 이 땅의 언론은 본분을 망각한지 오래다. 세월호가 물에 가라앉고 있을 때 ‘전원구조’라는 허위보도로 아이들을 구할 골든타임을 사라지게 한 것이 바로 한국의 언론이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 5년간 KBS·MBC·YTN에 낙하산 사장을 투입해 보도·시사프로그램에 재갈을 물리고, 이에 저항하는 노조간부들을 해고하며 언론노동운동을 초토화 시켰다. KBS · MBC를 재 장악한 후, 다음 수순으로 개악된 방송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종편(채널A·JTBC·TV조선)을 출범시켰다. ‘무소불위’의 조·중·동에 날개를 달아 준 종편의 약진과 최고의 신뢰도·영향력을 인정받던 공영방송 KBS·MBC의 참담한 몰락으로 한국의 언론 판은 ‘박정희의 유신 독재시절’로 회귀하였다.

 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이병박의 천인공노할 범죄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주류언론은 모두 이명박의 ‘4·자·방’ 비리의 공범이다. 그중에서도 “4대강 찬양방송”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으로 지구촌 하늘에 대한민국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드높였습니다.” 라며 나팔을 불어 댄 KBS( 2011.10.22. 1TV 특집. ‘4대강 새 물결 맞이 4원 생방송’)는 공범 중에 우두머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KBS를 겨누고 있는 박근혜의 칼날, 누가 막을 것인가

 집권 2년차인 박근혜 정권은 이렇게 철저히 망가진 언론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이명박 정권보다 한 술 더 뜨고 있다. 박대통령의 지난 9월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자신)에 대한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발언 이후 ‘사이버 공안’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불과 두 달이 지난 11월13일 새누리당의원 155명이 K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KBS의 예산과 인사를 통제하고, 더 나아가 입맛에 맞는 보도와 프로그램만을 편성하도록 통제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한마디로 ‘KBS 너희들은 조용히 국영방송이 되라’는 말이다.

 2014년 이후 KBS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때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던 MBC의 처참한 몰골이 KBS의 미래가 되어선 안된다. 2008년 8월 이후 이명박이 투하한 낙하산 사장 3인에 의해 무너진 공영방송 세월호 국면에서 망가진 KBS의 모습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세월호참사의 격랑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을 때 청와대와 KBS (길환영·김시곤·이사회)는 우왕좌왕했고, 불행 중 다행으로 KBS 양대 노조공동파업으로 마침내 길환영이 물러나고 KBS부사장 직무대리 체제에서 2008년 8월 이후 낙하산 사장 3인에 의해 드리워졌던 6년간의 암흑 속에서 벗어나 감격스런 해방공간을 맛 볼 수 있었다.

 그 와중에서 생산된 ‘문창극 국무총리 검증보도’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정권은 KBS를 더 이상 풀어주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후 7월 28일 조대현 사장 취임, 8월 27일 이길영 이사장의 전격 사퇴, 9월 2일 보수의 아이콘이자 친일인사인 이인호 이사장 임명, 11월13일 새누리당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등 일련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권력의 촉수는 국민의 방송, 공영언론의 길을 가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KBS사원들이 완전히 저항을 포기하고 권력에 무릎 꿇을 때 까지 목을 조여 올 것이다.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KBS가 죽는다

 세계 공영방송사의 역사는 정권과의 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도 국영방송의 틀을 벗고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은 1990년 4월 방송민주화 투쟁이후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또다시 KBS를 국영방송의 노예로 살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도 KBS는 위기다.

 KBS내 노동조합이 국민의 편에 서서 정치권력과 자본의 공세를 속에 KBS를 지켜내지 않고는 KBS 미래는 없다. 시대소명을 거부하고 나만 잘 살자 식의 탐욕에 찬 노동조합은 역사 속에 오명만을 남긴 채 잊혀질 뿐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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