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경영'을 위기 탓으로 돌리지 마라
'무능 경영'을 위기 탓으로 돌리지 마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1.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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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채널' 자랑하는 초라한 현실... 해답은 '혁신과 실천'

 

[편집자 주] ‘지상파가 위기다’, ‘요즘 KBS 위상이 One of them이다’, ‘이러다 10년 가겠나’. 온갖 위기론들이 각종 회의, 외부전문가 특강, 홍보실 사보기사 등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회사가 2% 임금 삭감안과 임금 피크제 등 고통전담을 들고 나오는 근거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임금협상에 들어가기 몇 달 전 전부터 예산부서는 몇 백억 적자 전망을 내놓아 위기론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길환영 사장을 몰아내고 KBS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골든타임을 맞았다고 생각했던 KBS 구성원들의 기대는 조대현 사장의 애매모호한 행보와 회전문 구태인사를 보며 실망과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다.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는 조대현 사장의 위기론, 그 실체가 무엇인지 분석한다.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Joseph S.Nye)교수는 문화연구 분야에서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흔히 국가 간 외교에서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 등으로 행사되는 ‘하드 파워’와 달리 가치전파, 문화선전, 자유 시장경제의 흡인력 등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하드파워가 무력을 통한 제압이라면, 소프트 파워는 입(가치 등)을 통한 동화(同化)라 할 수 있다.

 

위기 조장 뒤에 숨겨진 조대현 사장의 Soft POWER 전략

제왕적 경영 행태를 보인 역대 KBS출신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사장과 비교해 조대현 사장의 경영은 상대적으로 무리수를 두지 않고 사장의 권한을 분점 하는 듯 한 모양새다. 얼핏 보면 보도본부장에게는 보도의 전권을 맡기고, 제작진의 의견수렴과 공모를 통해 1월 대개편을 준비하고, KBS의 비전을 마련하는 데도 전 사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는 것 같다.

사장은 KBS 위기를 진단하고 공영방송 KBS의 가치를 구현하는데 무게를 싣고 ‘한강 100℃’,‘미디어 대특강 시리즈’,‘전문가 특강’등에 전력하는 분위기다.

다 맞는 말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데 뭔가 공허하다.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조대현 사장의 경영형태는 조지프 나이 교수가 주창한 ‘소프트 파워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상명하복의 제왕적 행태도, 막가파식 밀어붙이기도, 교묘한 줄타기도 없어 보이지만 부지불식간 조대현 사장의 위기론이 곧 KBS인의 책임이 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 같은 자기 합리화에 어느새 빠져들게 만드는 고도의 통치, 경영전략이다.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한 조대현 사장의 소프트파워 전략이 현실에선 얼마나 참담한 결과들을 가져오는지 몇 가지 장면을 살펴보자.

 

 

[장면 1] 방통위 “다채널은 EBS만 허가하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월23일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무료다채널서비스(MMS)를 교육방송 EBS만 허용키로 하고 의결할 예정이다. 12월초 이 같은 방통위 지침을 보고받은 조대현 사장은 부랴부랴 관련부서장을 긴급 소집해 그동안 뭐했는지 질책했다고 한다. 지상파 무료다채널 서비스는 이미 2006년 월드컵방송에서 KBS가 실험방송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김인규 사장 때 영국 BBC를 모델로 한 Korea-VIEW추진단을 만들면서 구체화됐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공적서비스 모델로 지상파무료다채널 서비스는 KBS가 12년을 고민하고 준비한 플랫폼이다. 그런데 KBS만 뒤따르던 EBS가 지상파 최초로 지상파무료다채널 서비스를 하게 된 셈이다. KBS는 닭 쫓던 개신세가 됐다. 700MHz를 지상파(KBS)에 주지 않으려고 하는 청와대와 미래부의 꼼수가 KBS의 다채널서비스 허가와 맞물려 있는지 아는 경영진이 있기나 한 것인가.

 

[장면 2] 전 보도본부간부 “청와대 비서관 전화에 황당했다”

일명 정윤회 문건으로 시작된 국정농단 비선실세 사건은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JTBC 등이 연달아 특종을 하면서 KBS 보도본부는 무엇을 하냐는 자조와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특별취재팀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해당 부장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말도 들린다. 사회부 검찰 출입기자들만 사지에서 고군분투한 결과 KBS보도는 싱거웠고 칼날은 무뎠다는 말로 있다. 6월 문창극 후보 검증팀의 쾌거로 문창극 씨가 낙마하는 걸 보며 KBS 뉴스의 희망을 이야기했던 사실조차 아득하게 느껴지는 12월, 신관 보도본부는 춥다. 보도본부장은 소위 추노(推奴)꾼이라 불리는 탐사전문 악바리 기자들을 다 어디로 보내놓았는가. 이런 틈에 1년을 불면으로 고심하던 능력 있는 젊은 기자는 뉴스타파로 갔다. 조대현 사장은 보도본부 내 특정사조직을 척결 하기는 커녕 되레 주요 간부로 중용했고 노조의 탐사전문부서 신설요구는 묵살했다. 전 보도본부 고위간부는 청와대 비서관의 전화에 황당했다고 하며 KBS보도본부의 위상추락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9시뉴스 시청률 20%대를 자랑하는 KBS보도본부의 현실이다.

 

[장면 3] 지금은 OTT다. “지상파에 연연하지마라” 호들갑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회사가 갑자기 ‘미래타령’으로 시끄럽다. 홍보실 사보는 584호(12.8일자)에서 톱 제목을 ‘지상파에서 미래로’로 뽑고 김성철 고려대미디어학부 교수의 황금(콘텐츠)마차(플랫폼)가 지상파의 미래라며 황금마차의 열쇠는 우리 안에 숨겨져 있다고 쓰고 있다. 크로스미디어 전략 찾기 특강, 기획공모, 한강 100℃ 특강, 인재개발원의 미디어 대특강 시리즈까지 한마디로 야단법석이다. KBS 경영진은 참 이상하다. 같은 주장을 KBS직원들이 하면 콧방귀를 꾸며 흘려듣고 교수다, 전문가다, 정치인이다 외부에서 한 마디 하면 백 마디로 알아 듣는 신기를 보여준다. KBS의 독자적인 OTT서비스의 하나인 오픈스마트플랫폼(OSP)서비스는 벌써 3년째 준비 중이지만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는 경영진이다. 김 교수의 특강 아니었으면 OTT는 여전히 먼 미래형 이었을 려나.

 

만병통치약 ‘위기’, 불신만 초래

KBS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다. 청와대, 방통위, 국회, 시민사회, 학계 어느 곳 하나 우호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KBS 위기’를 모든 경영행위 부실의 원인이고 책임의 핑계로 삼는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조대현 사장의 위기론은 역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다. 몇 백억이 적자라던 수지전망은 12월이 되자 약간의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하고, EBS에 한방 먹은 무료다채널 서비스는 뒤늦게 방통위에 매달리는 꼴이다. 조대현 사장은 외부 전문가, 교수들의 입을 빌려 KBS 위기를 이야기 하며 구성원의 고통을 요구하고 임금을 삭감하자고 한다. 수년간 예산만을 담당해온 자들의 불투명한 그들만의 숫자놀음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KBS 위기’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 정도로 치부되며 불신만을 초래 한 잘못은 결국 조대현 사장에게 있다.

 

날 선 KBS가 해법이다.

방통위의 광고 총량제 도입을 지상파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조중동의 공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살아서 KBS발목을 잡고 있다. 정의의 보루가 되어야 할 헌법재판소는 정당을 해산하고 의원직을 박탈하며 정치권에 예속화 돼 있고 조중동과 종편은 헌법 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2조(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비웃고 있다. KBS가 살 길이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공영방송 언론사 본연의 권력 감시와 비판기능의 회복이다.

정치권력, 관료사회, 자본권력 그 누구도 KBS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KBS의 가장 큰 위기다. KBS는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저들의 거만함이 각종 비대칭적 규제, 편향된 방송정책, 표적 심의, 플랫폼정책, 지배구조, 기형의 수신료구조 등등에 뿌리깊이 작용하고 있다.

 

 

보도본부 혁신만이 조대현 사장 살 길이다.

강선규 보도본부장 체제는 이미 기자사회 내 평가가 끝났다. 조 사장이 취임 후 보도본부 국부장단 인사를 단행할 때 이미 그 전초전이 시작됐지만 세월호, 정윤회 문건, 헌법재판소 판결 등등 KBS보도에 대한 기자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더욱이 공공기관 운영법 발의에서 보듯 이미 KBS의 운명을 지켜내는 첨병의 역할에서도 그 기능 작동이 멈춰져 있다.

홍성규, 고대영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KBS보도본부에 조대현 사장의 살 길은 없다. 그 검은 그림자가 결국 조 사장을 덮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조사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때의 유행처럼 위기론 설파로 조 사장의 무능 경영을 덮을 순 없다. 사장의 최고 권한은 사람을 쓰는 것이다. 정말 KBS가 위기라면 그 시작은 무뎌진 KBS보도의 칼날을 다시 가는데서 출발한다. 그 칼을 국민들을 위해 쓸 줄 아는 진짜기자를 찾는 게 조대현 사장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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