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거짓말과 침묵하는 KBS뉴스
청와대의 거짓말과 침묵하는 KBS뉴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1.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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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고서

땅콩회항과 토막살인범 박춘봉, 통진당 해산 등의 이슈가 잇따르면서 한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과 문건 유출 사건이 점차 이슈의 중심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청와대가 내놓았던 여러 입장과 발표들이 거짓이었거나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사건이 불거진 지 3주간 KBS <뉴스9>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짚어본다.

 

“김기춘 실장, ‘정윤회 문건’ 구두로 보고받았다”

 

지난 10일 ‘한겨레’는 1면 머릿기사로 ‘김기춘, 정윤회 보고서 직접 받아봤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보고서를 보고하자 홍 수석이 ‘김기춘 실장과 관련된 얘기이니 직접 보고하라’고 해 김 실장에게 보고하고, 보고서도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이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비서실장은 문서가 아니라 구두로만 보고받았다’는 해명이 거짓임을 밝혀주는 보도였다.

보도가 나온 당일 민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건을 가지고 가서 대면보고를 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며 종전의 입장을 바꿔 문서 보고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김 실장이 문서 형태로 보고를 받았다면 이번 사태에 대한 김 실장의 책임론은 더 커질 것이고, 문건 사태가 발생한 초기에 밝힌 청와대의 입장이 거짓이었다라는 것은 청와대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날 KBS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는 이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대통령 문체부 인사 개입 보도는 사실무근”

 

지난 4일 ‘한겨레’는 ‘박대통령 수첩 보면서 “문체부 국.과장 나쁜 사람이더라”’라는 기사를 통해 승마선수인 정윤회 씨 딸에 대한 특혜 의혹을 감찰한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에 대한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처음으로 알려진 것으로 뉴스가치가 매우 높은 보도였지만, 이 사안은 이날 <뉴스9>에서는 여야 공방을 다룬 리포트에 포함돼 처리됐다. 기자 멘트 한 문장과 ‘(정윤회 씨와 관련된 감사) 그런 것에 따른 보복성 인사 조치는 아닌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라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 의 해명 등 녹취 2개가 나간 이 기사만을 봐서는 인사 개입 의혹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도 없었고 게다가 의혹이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조선일보’는 유진룡 전 장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진룡, “문체부 국.과장 교체, 박 대통령 지시 맞다”’는 유 전 장관의 증언을 단독 보도했다. 전날 ‘한겨레’ 보도에 대해 유 전 장관이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의혹만 제기되던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이 ’한겨레‘와 ’조선‘의 잇따른 보도로 사실로 밝혀지자, 그제서야 <뉴스9>는 5일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을 토대로 이 사안을 전했다. 해당 리포트에는 당사자의 유 전 장관의 인터뷰는 없었고, 유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김종 차관의 인터뷰만 나갔다. 그나마 열흘 뒤 김 차관이 실제로는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리포트가 제작됐지만 이 리포트는 <뉴스9>가 아니라 <뉴스광장>을 통해서만 보도됐다.

 

“7인회가 문건 작성과 유출 가담”

 

청와대는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1일 민경욱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조응천 전 비서관을 주도로 한, 이른바 ‘7인회’가 문건 작성과 유출에 가담했다는 청와대 자체 감찰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 ‘한겨레’는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오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불러 조사하며 문건 작성 및 유출 전반을 조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내용에 서명날인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법적, 도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땅콩 회항’ 관련 리포트가 3꼭지가 나간 12일 <뉴스9>에서는 이와 관련된 보도는 단 한 줄도 나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16일 검찰이 밝힌 중간 수사 결과에서조차 청와대 문건 유출 주범으로 지목된 ‘7인회’ 관련 의혹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려졌다. 하지만 이날 <뉴스9>에서는 박관천 경정이 문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옮겨 놓았고, 이를 정보분실 소속 한 모 경위가 박 경정의 문건을 몰래 복사했고, 이를 숨진 최 모 경위가 세계일보로 유통시켰다고 전했을 뿐 ‘7인회’ 의혹이 실체가 없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민정수석실 누구도 한 경위 만난 적도 없다”

 

지난 13일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최 모 경위가 고향집 근처에서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 뒤 공개된 유서에는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함께 문서 유출 혐의를 받았던 한 모 경위에 대한 청와대의 회유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의 어느 누구도 한 경위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JTBC는 15일 한 경위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해 둘이 만난 일이 있었으며, 자백을 해라, 그러면 기소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폭로했다. 청와대가 한 경위와의 접촉 및 회유 사실을 거듭 부인하자 JTBC는 한 경위와의 인터뷰 녹취 파일이 있지만 한 경위의 요청으로 보도를 보류하고 있다며 이후 나흘간에 걸쳐 5꼭지의 관련 리포트를 집중 보도했다.

하지만 <뉴스9>는 JTBC의 보도가 나간 뒤 나흘간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18일 박관천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전한 리포트에서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한 모 경위에 대한 청와대 회유설도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단 한 문장만을 보도했다. 보도본부 편집자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핵심 피의자에 대해 청와대가 위증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과연 정녕 이 정도의 기사 가치밖에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TF 필요 없다더니... 시청자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지난 5일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번 사안이 중대하고, 부서의 벽을 넘는 협업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 데일리 뉴스에 얽매이지 않는 심층 취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즉각적으로 TF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노동조합의 제안에 대해 사측은 취재주간 주관 하에 관련 부서장이 참여해 회의를 갖는 지금의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며 TF 구성을 거부한 바 있다.

공방위가 열린 이후 지난 18일까지 <뉴스9>를 통해 보도된 정윤회 문건 관련 리포트는 모두 27건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8건이 검찰 수사 보도였고, 여야 공방이 3건, 최모 경위 사망 관련이 3건, 박근혜 대통령 입장 표명이 2건이었던 반면에 KBS 단독으로 취재한 발굴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땅콩회항과 관련해 발휘된 KBS 기자들의 발군의 취재력은 왜 유독 정윤회 건과 관련해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인가? 사측은 공방위에서 이번 사안이 국정운영과 관련해 국가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향후 심층 취재를 약속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강선규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보도본부 간부들은 TF 구성 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던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일선 기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정녕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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