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조 시장의 교두보 마련?
1800조 시장의 교두보 마련?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3.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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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못 벗는 대통령 순방 보도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등 서민 증세 논란 속에 취임 뒤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중동 순방길에 나섰다. 급락한 지지율을 해외 순방의 성과로 만회하고 싶어했을 청와대의 마음을 알았을까, KBS ‘뉴스9’는 실질적인 대통령의 순방 기간이었던 7일 동안 ‘제2 중동 특수 기대’, ‘비즈니스 외교 주력’, ‘제2 중동 붐 조성 발판 마련’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모두 10꼭지의 리포트를 뉴스 앞부분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KBS의 대통령 보도가 과연 저널리즘의 원칙이나 실체적 진실에 얼마나 부합했었는지를 짚어본다.

 MOU 체결로 43조 추가 수주 기대?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첫날인 지난 2일 KBS ‘뉴스9’는 박 대통령이 쿠웨이트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보건의료와 교통, 유전개발 기술 협력 등 9건의 MOU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청와대는 MOU 체결로 380억 달러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며 ‘박 대통령은 제2의 중동붐을 활용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도 충실히 전했다.

달러라서 쉽사리 감히 잡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380억 달러는 원화로 환산하면 43조 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참고로 한국무역협회 자료 기준으로 지난 2014년 우리나라의 대쿠웨이트 수출액은 2조 원가량으로 우리 보도만을 보면 한 해 수출액의 20배가 넘는 수주액을 순방 외교를 통해 이끌어 낸 것처럼 들린다.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단군 이래 최고의 세일즈 대통령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액수는 실체적 진실과는 멀어도 한참 먼 금액이다. ‘청와대 뉴스’를 살펴보면 박 대통령은 쿠웨이트 국왕과 교통과 보건의료 분야 등 9건의 MOU를 맺었으며, 380억 달러란 액수는 단지 메트로와 철도망 등 총 238억 달러 규모의 교통인프라 프로젝트 등 해당 분야에서 쿠웨이트 정부가 추진 중인 총 사업 규모에 불과하다. 아무리 순방 홍보에 눈에 먼 청와대가 ‘MOU 체결로 380억 달러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더라도 이를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전함으로써 시청자와 국민들을 호도한 KBS 뉴스는 과연 ‘청와대 뉴스’와 무엇이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2조 원대 한국형 원전 수출?

 이어 박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은 지난 4일 ‘뉴스9’는 ‘2조 원 규모의 한국형 원자로 2기를 사우디에 건설하기로 합의했다’는 뉴스를 전했다. 이 뉴스를 전한 앵커 하단의 밴드 제목 역시 ‘2조 원대 한국형 원전 수출 합의’였으며, 이어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안전성 높고 다목적 기능’이라는 리포트를 잇달아 보도해 마치 우리 뉴스를 본 시청자들은 이번 원전 수출이 본 계약까지 체결된 최종 합의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보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우디와의 맺은 원전 수출 합의 또한 본계약이 아니라 ‘스마트 공동 파트너십 및 인력양성’이라는 제목의 MOU였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2018년까지 공동 투자 형식으로 예비 검토를 한 뒤’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실제 본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구체적 사실들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채 우리 뉴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급급했다.

 1800조 규모 먹거리시장의 교두보 마련?

 

 

또 지난 5일 박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정상회담을 전한 기사에서 우리 뉴스는 ‘이슬람권 음식인 할랄식품 MOU를 통해 2018년 180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이슬람 먹을거리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도대체 한 나라의 식품 인증기관과의 교류 협력 MOU 체결에 대해 맨 정신으로 어떻게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가 밝혔다는 인용 문구 하나만으로 우리가 보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일 것이다.

 MB 정권 자원외교 보도에서 무엇을 배웠나?

 

 지난 2008년 이후 정부가 5년간 자원개발과 관련해 체결한 MOU 71건 가운데 본계약으로 이어진 건 단 1건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2012년 12월 우상호 의원실 발표) MB 정권을 거치면서 이른바 양해각서라 불리는 MOU 체결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게 됐다. 이제는 보통 사람들도 다 알게 된 이런 시사 상식을 KBS 뉴스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MB 정부의 자원외교 홍보에 놀아나 장밋빛 청사진만을 보도하기에 급급했던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언론이 감시견의 역할을 포기했을 때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가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전형적 사례였다. KBS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강선규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공방위 자리에서 MB 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대한 검증 보도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인력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당시와 똑같은 잘못을 더 이상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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