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는 오직 시민에게만 복종한다
저널리스트는 오직 시민에게만 복종한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3.18 16: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신임 위원장 인터뷰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7기 이임식과 8기 출범식이 열렸다. 김환균 MBC 피디가 새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언론노조 깃발을 힘차게 흔들었다. 2015년 한국 언론계에 불어 닥칠 위기를 뚜렷하게 직시하면서도, 그 중심으로 발을 내딛은 김환균 위원장을 만나 각오와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낯설다. 사람도 사무실도. 이취임식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터라, 새 집행부들의 면면도 어색하고, 언론노조 사무실까지 새로 인테리어 공사를 한 바람에 공간까지 사람을 낯설게 대하고 있다. 김환균 위원장 자리에 앉으면 백악산과 그 아래 청와대, 광화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커피 한잔 마시고 인터뷰하면 안되겠소? 그런데 무슨 인터뷰까지 오고 그래요.”

 

1999년부터 총 100부작으로 방송된 MBC 역사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PD를 거쳐, PD수첩 진행자로서도 활약했던 김 위원장은 성격이 낙천적이다.

 

“회사를 떠나서 활동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고 뭔가 불편하잖아요. 사람들이 다 힘든 결정을 했다고 하고, 특히 더 노조라는 곳을 고행의 길처럼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무슨 일을 하던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고, 어려움이 너무 없으면 무슨 재미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대신 고민했던 점은 나이였다. 전임 강성남 위원장이 올해 54세(기사검색 기준)인데, 신임 김 위원장은 55세(기사검색 기준)다. 한창 젊은 후배들이 일해야 하는 노동조합 같은 공간에 너무 고참이 끼어드는 것이 그림이 좀 이상해 보였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저곳에서 이런 역류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현재 언론계의 인력구조를 봤을 때 역류가 오히려 당연한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고 한다.

 

“또 주저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PD연합회장을 했던 것이 2006년, 2007년이었고, 그 이후에는 현업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미디어 전반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렴풋하게 밖에 모른다는 문제였어요. 그래도,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예외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보통 또 많이들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슬슬 모습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하하하”

 

인터뷰를 하러 가는 도중에 연합뉴스 차기 사장에 박노황 씨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융인 출신 YTN 사장에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라. 언론노조 위원장 입장에서는 갑갑한 소식들이다.

 

“큰 틀에서 보면 올해 방송계에서는 커다란 일들이 많아요. 7월에 방문진 이사회가 교체되고, 8월에 KBS 이사회 바뀌고, 11월에 KBS 사장 그리고 EBS 이렇게 줄줄이 있단 말이죠. 오늘 박노황 씨가 연합뉴스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는데, 2015년 언론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봅니다. YTN은 금융인이 사장이 됐고, 연합뉴스의 박노항 씨는 2012년 연합뉴스 파업당시 공정보도를 훼손했던 당사자였는데 이런 사람을 사장으로 내정하는 게 조짐이 좋아 보이지 않아요.”

 

요즘 가장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이 ‘사장’이라고 한다. 그 다음은 ‘이거 어떻게 하지?’ 그리고 방송사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방송이 대한민국 언론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지난 몇 년 동안을 돌아보면, 한국 언론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른바 공영방송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걸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볼까 하는 게 위원장 출마하겠다고 할 때부터 머릿속에 있었던 생각이에요.”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늘 ‘언론은 독립돼 있고 우리는 거기에 관여한 적이 없다’라고 하면서 빠져나가는데. KBS MBC에서도 마찬가지 였어요. 그게 지금 정부의 화법인 것 같습니다.”

 

KBS MBC에서 사장을 추천하는 사람의 절대 다수가 여당 추천인사고, 그 사람들이 사장을 추천해 놓고나서 그 이후에 사장 선임이나 불공정 시비가 일어나면 ‘왜 우리한테 그걸 따지는가?’라고 하는 정부의 태도가 무책임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판을 짜 놨으면서,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하는 게 책임 있는 것인가? 완곡하게 얘기하면 무책임한 것이고, 심하게 얘기하면 정부의 오리발입니다.”

 

김 위원장은 언론사 사장도 고무신 공장 사장과 같다고 강조했다. 통상 언론인들이 “우리가 뉴스 만드는 게 고무신 만드는 건 아니잖아!”라고 항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비유다.

 

“크게 보면 CEO니까 회사 전체의 경영이나 그런 것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요. 고무신 공장에서도 제품을 만들고, 언론사에서도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은 같습니다. 고무신 공장 사장이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상품, 고무신을 잘 만들어 내야하는 거죠. 이게 있고 나서 영업을 잘하는 것과 광고도 잘하고 이런 게 있겠죠. 그래서 방송사 사장이라면 가장 먼저 고무신 공장 사장이 고무신을 잘 만들려고 애를 쓰듯이, 언론사 사장도 방송사 콘텐츠를 잘 만들려고 애쓰는 게 당연합니다.”

 

국민에게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보도 시사프로그램이 공정하면 좋은 고무신이요. 제발 좀 공정하게 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프로그램은 밑창이 찢어진 고무신이라는 말이다.

 

“고무신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거죠. 그런 기본을 안 하면서 다른 것으로 만회 해보려고 한다는 말이죠. 모 방송사처럼 스케이트장을 만든다던지.... 뭔가 순서가 잘못된 거죠.”

 

상암동에 있는 그 스케이트장 가봤는데 빙질이 정말 엉망이었다.

 

“저널리즘의 원칙 중 하나는, 저널리스트는 그 누구에게도 복종할 필요가 없고, 복종해서도 안 된다. 단 유일한 복종의 대상은 시민이다. 거기에 정치권력, 돈 많은 사람이 끼면 그 원칙에서 벗어난 거다. 어찌됐던 방송사 사장들이 몇 년 동안 보여준 것은 정도에서 벗어났다.”

 

저널리즘이라는 테마로 접어든 위원장의 말투가 점차 단호해졌다. 이쯤에서 MBC 상황을 물어보고 싶었다. 사실 지난해 길환영 사장을 몰아내고 난 그날 밤, KBS본부 권오훈 위원장이 제일 먼저 전화한 곳이 MBC 노동조합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싸웠는데 몹시 아쉽고, 일면 우리만의 승리가 미안하기도 한 그런 분위기의 통화였던 걸로 기억된다.

 

“지금 MBC의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이 일어난 권성민 PD를 해고한 것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내가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봤어요. PD 개인과 혹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저널리즘 원칙에 이어 김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우리가 표현의 자유라고 얘기하는데, 언론기관이라고 하면 그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기도 하면서,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통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합니다. 또한 언론사 내부에서도 표현의 자유, 그것을 지켜내야 합니다. 언론사, 더군다나 공영방송사에서 표현의 자유를 문제 삼아 이해되지 않는 논리로 젊은 피디를 해고해 버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C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언론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신념, 언론의 역할을 모두 무시한 것이다. 늘 인터뷰를 마치는 마지막 질문은 우리 조합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지난해 KBS 파업, 그리고 승리는 절대 운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이 좋았다면 그 운은 스쳐지나갔을 것이고. 힘겨웠어도 끈질기게 싸웠고, 그래서 이겼죠. 2015년은 지난해의 경험이 소중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 경험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경험을 한용운 님의 시로 대신하자면,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처럼 아주 강렬하게 각인됐을 것입니다. 언론노조는 많은 지본부의 집합체요 모임이니까, 지난해 KBS의 투쟁, 그리고 승리의 기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언론노조 전체에 가득 퍼져 나갔을 것이고, 이 기운들이 다시 서로서로 언론노조 안에서 자라날 것입니다. 그 기운들이 쌓여서 언론자유, 공정보도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7대 집행부 본부장 강성원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