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구하기 위해 해설까지 바꾸나?
총리 구하기 위해 해설까지 바꾸나?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4.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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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사장은 강선규 보도본부장을 엄중 문책하라!

 공영방송 KBS 뉴스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다시 벌어졌다. 지난 1월 총리 후보자였던 이완구 씨에 대한 검증 기사 삭제를 지시했던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이번에는 이완구 총리에 대한 뉴스해설의 수정을 요구해 바꾼 것이다. 주인공은 모두 강선규 보도본부장으로 문제가 된 뉴스의 주인공인 이완구 씨는 그 사이 총리 후보자에서 총리로 직함만 바뀌었을 뿐이다.

 

당초 지난 17일 KBS 1TV 아침 메인뉴스인 [뉴스광장]의 ‘뉴스해설’ 코너에는 ‘이 총리 결단해야’라는 제목으로 A 해설위원의 뉴스해설이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송 전날 녹화까지 모두 마친 이 해설은 결국 이날 방송을 타지 못했고, 이날 [뉴스광장] 해설은 제목과 원고가 바뀐 채 B 해설위원의 뉴스해설이 나갔다.

 

A해설위원 대신 뉴스광장 해설을 녹화 방송한 백운기 해설위원.

자초지종은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총리 거취 문제를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라고 말한 방송 전날 저녁 8시가 넘어서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해설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초 방송 예정이던 해설의 ‘제목과 클로징이 아직 이 시점에서는 빠르다’며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보도본부장이 수정을 요구한 클로징은 다음과 같다.

 

“당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으로 앞으로 열흘간 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하는데 자신의 코앞에 닥친 현안들 때문에 과연 국정이 눈에 들어올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 마디로 이 해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의 3천만 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총리가 해명 과정에서 잇따라 거짓 해명을 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잃은 만큼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 본부장은 ‘3천만 원 수수 여부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데, 검찰 수사 결과도 안 나왔는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여론재판해서 나가라는 것으로 사퇴 요구가 시기적으로 빠르다’며 해설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 강 본부장이 시기적으로 빠르다고 말한 17일에는 조간 신문 가운데 우리가 흔히 보수지로 일컫는 조.중.동 가운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또는 각각 ‘이완구 총리, 조속히 사퇴하고 수사에 응하라’, ‘박 대통령의 ’시한부‘ 예고, 이 총리는 거취 정리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이 사설들 역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총리는 더 이상 총리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공직자 가운데 가장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할 총리가 언제부터 검찰 수사에서 범법 사실이 들어날 때만이 물러나야 할 자리가 됐단 말인가? 강 본부장이 말하는 사퇴 요구를 할 적절한 시기는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보수지들조차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민심의 흐름을 공영방송 KBS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한 현 상황에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날 ‘뉴스해설’은 강 본부장의 수정 요구에 따라 ‘국정혼란 우려된다’는 제목으로 B 해설위원의 해설이 방송됐다. ‘바뀌기 전이나 후나 똑같다’고 강 본부장이 주장했던 바뀐 해설의 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이완구 총리는 무언의 메시지를 잘 새겨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동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잘 이끌어줄 것과 온갖 의혹에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달라는 뜻일 겁니다.”

 

‘뉴스해설’에 대한 강 본부장의 수정 요구는 내용상으로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부당했다. 통상 ‘뉴스해설’은 해설위원실 회의를 통해 주제와 내용을 정한다. 해설위원이 하는 ‘뉴스해설’은 개인의 주관적 견해를 피력하는 자리가 아니라 회의를 통해 합의된 해설위원실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란 것이다. 총리의 거취 표명을 촉구한 이날 해설도 이 같은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이었고, 이런 사실을 해설위원실장은 강 본부장에게 설명했는데도 강 본부장은 수정 요구를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KBS 방송편성규약’은 제4조(취재 및 제작의 규범) 2항에서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내외의 모든 간섭과 압력을 배제하여 방송의 독립을 지켜 나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뉴스해설’은 해설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본부장에게도 해설의 내용은 물론 제목조차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 해설 수정 요구와 더 나아가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설까지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우리는 이 같은 사태를 명백한 ‘KBS 방송편성규약’ 위반이자 심각한 공정방송 저해 행위라고 규정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강 본부장의 공정방송 저해 행위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완구 총리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1월 31일 [뉴스9]를 통해 보도된 ‘총리 후보자 양도소득세 논란...날마다 바뀌는 해명’ 기사가 기사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기자 본인 동의 없이 강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방송 직후 일방적으로 삭제됐던 일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 당시도 강 본부장은 취재 기자의 취재 내용을 믿기보다는 사실이 아니라는 총리 후보자의 주장을 더 신뢰하고 전례 없는 일방적 기사 삭제 조치를 취했었다.

 

공영방송, 공정보도의 최후의 보루가 되기보다는 권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강선규 본부장에 대한 우리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강 본부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KBS와 보도본부 구성원들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또한 KBS본부는 사측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임시공방위 소집을 즉각 요구할 것이며, 강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조대현 사장에게도 경고한다. 사사건건 권력의 눈치만 보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았던 전임 길환영 사장을 기억할 것이다. KBS 뉴스의 최고 책임자가 반복해서 공정방송을 가로막는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조 사장의 말로 또한 전임 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 사장은 강 본부장을 엄중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조 사장이 만약 연임을 꿈꾸고 있다면 그 길은 권력 눈치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정방송의 확립을 통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라는 충고를 새겨듣길 바란다.

 

 

2015년 4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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