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부 1원칙 : 욕심 부리지 않기
주말농부 1원칙 : 욕심 부리지 않기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6.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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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올해로 2년 차. 텃밭을 배정받고 보니 지난해 첫 농사 경험이 떠올랐다. 완전 초보였던 작년 요맘땐 5평 남짓한 밭에 이것도 심고 싶고, 저것도 심고 싶고, 약간의 공간이라도 남으면 그게 아까워서 뭐라도 더 얹어 심어야 할 것 같았다.

 그 결과 상추 모종 18개! 치커리 여섯, 쑥갓 네 뿌리에, 청경채 그리고도 토마토, 방울토마토, 피망, 고추, 감자, 오이, 양배추, 대파를 심었더랬다. (무슨 채소 가게 차릴 것도 아닐 거면서..)

 그렇게 오밀조밀 바틋하게 모종을 심고 3주가 지났을까. 텃밭은 과장을 좀 보태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부린 욕심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알지 못했다. 그저 무한한 생명력에 감탄을 보내며 신나기만 했었다. 하지만 상추는 따기가 무섭게 더 풍성해졌고 매주 일요일마다 커다란 라면 박스엔 채소들이 한가득 쌓였다.

 남편과 둘이서 부지런히 아침마다 샐러드를 해먹어도 주말이면 같은 분량의 푸성귀들이 자라나 있었다. 매주 수확한 녀석들을 친정집, 이모님 댁, 언니네집, 후배 집으로 나르기 바빴고, 그렇게 해야 겨우 한주 수확물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거다. 정말 푸성귀들의 역습. 내가 상추를 기르는 건지, 상추가 나를 기르는 건지.. 게다가 놀라운 속도로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까지 상대하니 수확의 기쁨보단 고된 노동의 후유증으로 한의원을 다니며 손목이다 무릎이다 허리에 침을 맞곤 했었던 기억들이 휘리릭 지나갔다.

 1년 차 때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결론은 ‘잎채소 보다는 열매채소에 집중하자’. 작년에 가장 인기가 좋았던, 그리고 만족도가 높았던 작물은 감자와 토마토였다. 풍년을 이뤘던 감자는 어찌나 담백하고 고소했던지 부모님은 아직도 작년 감자 얘기를 하시며 올해는 더 없냐고 하신다. 토마토 역시 설탕을 품고 태어난 것처럼 오묘한 자연의 달콤함이었는데 지금껏 먹었던 맛으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받았던 농장보다 절반은 작은 면적이기도 해서 잎채소는 아예 생략하고 감자와 토마토만 심기로 했다. 아버지가 워낙에 상추를 좋아하셔서 다섯 모종만 한쪽에 심고 씨감자는 넉넉하게 거리를 두고 뿌렸다. 심은 지 2주 만에 상추는 그럴듯한 새 잎을 내었고 씨감자는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흙더미를 밀어내고 뽀송뽀송한 이파리를 드러낸 녀석이 어찌나 귀엽고 기특하던지. 이번 주말엔 토마토 모종을 심을 거다. 좁은 공간에 몰아 심어서 서로 뒤엉켰던 작년 토마토가 떠올라 미리 둔덕도 넉넉한 거리로 만들어두었다. 역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제일 기본인 것 같다.

이정화 중앙위원 / 스포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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