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교체 파문...해설위원 바꾸고 내용 수정
'뉴스해설' 교체 파문...해설위원 바꾸고 내용 수정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6.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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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규 보도본부장, 해설위원실 회의결과를 '개인생각'으로 폄훼
 

다음 날 방송을 위해 녹화까지 마친 뉴스해설이 ‘총리 본인의 용단 요구는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보도본부장의 수정 요구에 따라 다른 해설위원이 수정된 내용으로 녹화를 다시 해 방송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런 상황이 벌어진 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총리는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파문의 당사자인 강선규 본부장은 이 같은 제작자율성 훼손 행위에 대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강 본부장이 밝힌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 궤변이었는지를 자세히 짚어본다.

 

용단 요구는 시기적으로 빠르다?

 

강선규 본부장이 수정을 요구한 해설의 내용은 두 대목이었다. ‘이 총리 결단해야’라는 제목과 ‘무엇보다 본인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라는 클로징이었다. 이에 대해 강 본부장은 ‘검찰 수사(결과)도 안 나왔는데 포퓰리즘으로 여론재판해서 나가라는 것인데 그건 근거가 좀 기다려야 할 시점으로, 시기적으로 빠른 것 같다’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해설이 녹화된 지난 16일경에는 여당 내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고, 야당은 해임건의안은 물론이고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총리 사퇴를 요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총리가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고위공직자로서의 가장 큰 덕목 가운데 하나인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었다.

 

성완종 회장과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지만 23차례나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성 회장이 지난 대선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유세장에 나와 있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해명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던 것이다. 이 때문에 논란이 된 해설이 나간 17일에는 대표적인 보수지인 중앙, 동아일보조차 ‘이완구 총리, 조속히 사퇴하고 수사에 응하라’, ‘박 대통령의 시한부 예고, 이 총리는 거취 정리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본부장은 총리의 도덕성과 관련된 논란은 덮어둔 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수정 요구를 했다. 강 본부장이 생각하는 적절한 사퇴 요구 시점은 언제였단 말인가? 검찰이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유죄 의견으로 기소를 한 시점에야 가능하단 말인가, 아니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총리가 범죄 사실을 시인해야 가능하단 말인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강 본부장의 주장은 결과적으로도 오판이었다. 바뀐 뉴스해설이 나간 지 불과 사흘이 지나 이 전 총리는 사의를 표명했다. 그 사이 새롭게 나온 검찰 수사 결과는 아무 것도 없었다. 민심의 도도한 흐름과 정치권의 동향을 읽지 못했던 자격 미달의 보도본부장으로 인해 KBS뉴스는 가장 적절한 시점에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 뉴스해설을 내보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렸던 것이다.

 

해설에 개인 생각을 담는 건 신중해야 한다?

 

부적절한 해설 교체 건으로 논란이 일자 강 본부장은 이에 대해 뒤늦게라도 사과를 하기는커녕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과 궤변을 내놓았다. 밤새 총리가 사의 표명한 다음인 21일 아침 보도국 편집회의를 통해 강 본부장은 ‘KBS 해설은 신문의 논평이나 칼럼과 다르다, KBS 보도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지 여론에 좌우되면 안 된다, 해설에 개인 생각을 담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을 내놓은 뒤, ‘이번 해설 교체에 따른 파문확산이 안타깝다’며 마치 남 일 얘기하듯 하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을 펼쳤다.

 

강 본부장이 얘기하는 객관성과 공정성은 무엇인가? 당초 방송 예정이었던 해설에서 총리의 용단을 촉구한 근거는 이 전 총리가 3천만 원을 수뢰해서가 아니라 해명 과정에서 총리가 한 말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해설의 어떤 부분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고 생각하는가? 총리 사퇴 직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완구 총리가 공정한 수사를 위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71.3%’(사회동향연구소 19일 조사)나 될 정도로 총리 사퇴 요구 여론이 높았는데, 이처럼 고위공직자의 거취와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도 이러한 여론을 외면하는 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게 강 본부장이 생각하는 KBS 저널리즘인가?

 

‘KBS 해설은 신문의 논평이나 칼럼과 다르고, 해설에 개인 생각을 담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말은 더욱 황당하다. 당초 녹화됐던 해설의 어떤 부분이 개인 생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17일 해설에서 ‘이 전 총리에 대한 거취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전날 아침 해설위원들이 참여하는 편집회의에서 의견이 모아졌던 것이고, 작성된 원고는 해설위원실장의 검토 뒤 사인까지 받은 원고였다. 보도본부장이 되기 직전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까지 해설위원을 지냈던 강 본부장이 이런 절차를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강 본부장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당초 해설을 했던 A 해설위원이 마치 해설에 개인 생각이나 담는 신중치 못한 사람인 것처럼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보도본부장이 ‘뉴스해설’에 대해 의견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의견은 본부장이라는 자리의 권위를 빌은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와 설득력을 가진 것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의견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고 판명됐을 때는 그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동료들과 후배들의 잘못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한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로서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무능보다 더 나쁜 건 부도덕함이다.

 

* 강선규 보도본부장은 이 사태와 관련해 새노조의 성명서에서 인용한 원고 내용이 방송 내용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새노조 성명에 언급된 백운기 해설위원의 원고는 보도정보시스템 상의 최종 원고였으며, 실제 방송 내용과 다른 점은 ‘온갖 의혹에 자신이 있다면 더욱 떳떳하고 당당하게 풀라는 뜻일 겁니다’ 라는 문장을 방송 녹화 직전 윤준호 해설위원실장이 ‘온갖 의혹에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달라는 뜻일 겁니다’로 수정한 정도에 불과하다. 이 한 문장이 다르다고 해서, 해설위원실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한 ‘총리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의 뉴스해설을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다른 내용으로 다시 제작 방송하도록 한 사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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