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굴욕적 반론보도인가?
누구를 위한 굴욕적 반론보도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7.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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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은 부당한 방송 개입 시도 즉각 중단하라

 

 

KBS가 지난 6월 24일 <뉴스9>를 통해 보도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리포트와 관련해 지난 3일 다시 <뉴스9>를 통해 [이승만 기념사업회, ‘일 망명 정부 요청설‘ 부인]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하는 방식으로 반론 보도를 냈다.

 당초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보수단체들이 KBS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잇따라 성명을 냈고, 조선일보와 종편 등에서 KBS 보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기도 했다. 이처럼 KBS에 대한 보수진영의 압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승만 기념사업회 등 보수단체들이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본부장과의 면담을 진행했고, KBS 사측은 언론중재나 소송 등의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수단체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내용의 반론 보도를 들어준 것이다.

 만약 KBS가 낸 보도에 오류가 있거나 관련 보도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당연히 KBS는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보도에서 오류가 있는 부분은 일본 외무성이 야마구치현 지사에게 한국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했다고 한 날인 1950년 6월 27일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뿐이다. (실제로는 남한이 낙동강 이남으로 밀려 인천 상륙작전을 앞둔 9월 무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의 보도 내용은 야마구치 현의 공식 역사 기록과 미 군정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또한 망명 요청의 주체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아닌 ‘이승만 정부’로 보도했으며, 리포트 말미에 ‘사실이라면 6.25초기 정부의 상황이 어땠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라고 밝혀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설’ 보도가 일본의 지방자체의 역사 기록에 근거한 것이지 확정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의 한계 또한 분명히 했다.

 또한 6.25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 정부에 망명 정부 수립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무초 주한 미 대사가 1950년 6월 27일에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을 보면 ‘신성모(국방부 장관 겸 총리서리)는 이승만 대통령과 내각이 일본에 망명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지 여부를 내게 타진했다. 이에 대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을 전한 우리의 보도는 마치 ‘이승만 정부의 망명 요청설’을 전한 당초 보도가 전체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처럼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과도하고 굴욕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특히 해당 리포트는 앵커멘트를 통해 ‘KBS는 앞서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앞으로 위안부 관련 역사적 기록이 발굴돼 리포트를 할 때 일본 정부의 반론을 들어줘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더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6.25 사변 중 권총을 옆에다 놓고 잤다’, ‘누구보다 일본군을 더 미워했다’는 기념사업회 측 주장과 인터뷰는 망명설의 사실 여부를 밝히는 데 하등의 관련이 없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내용이었다.

 통상적인 반론보도였다면 27일 날짜 표기의 오류에 대한 수정과 우리 보도의 한계에 대한 기념사업회 측의 입장을 단신으로 전하는 정도면 됐을 내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유감 표명과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의 내용까지 담아 당초 보도와 같은 분량과 형식의 리포트로 반론보도를 내주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굴욕적 반론보도가 나간 것이었다. 과거 명백한 오보에 대해서도 이 같은 대처를 하지 않았던 KBS가 왜 이번 보도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처가 달랐는지에 대해 사측은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연임 염두에 둔 굴욕적 반론 보도...책임 물을 것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사측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격적이고 굴욕적인 방식으로 이승만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 보도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뉴라이트 학자 출신인 이인호 이사장과 보수진영에 굴복한 결과라고 본다. 언론중재와 소송 등의 절차를 통해 자사 보도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하기 보다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부의 압력에 미리 겁을 먹고 정당한 절차조차 포기한 것은 조대현 사장과 강선규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사측이 공영방송을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조차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KBS본부는 앞으로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조 사장을 비롯한 사측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며, 이는 향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조대현 사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인호 이사장은 부당한 방송 개입 시도 중단하라!

 

 이런 가운데 이인호 이사장이 이번 보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오는 수요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KBS 개별 보도나 방송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여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송법 제46조는 ‘공사는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밝히고 있다. 즉, 공사의 독립성을 위해 존재해야 할 이사회가 개별 보도의 내용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은 이사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방송법에 보장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이인호 이사장에 분명히 경고한다! 이 이사장은 부당한 방송 개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이사장은 KBS 구성원들로부터의 전면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향후 방송법 위반의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2015년 7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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