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위해 ‘보도 독립’ 내팽개친 조대현
연임 위해 ‘보도 독립’ 내팽개친 조대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07.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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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 반론 보도'에 이어 보도 관련 부서장들 전원 경질
 

어젯밤 보도본부를 중심으로 한 국.부장급 부분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보도본부 국제뉴스와 디지털뉴스를 책임지는 국.부장급 간부들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이다. 국제주간과 디지털뉴스국장은 심의실 평직원으로 발령이 났고, 국제부장과 디지털뉴스부장 또한 보도본부 내 타부서의 평직원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부서는 최근 논란이 됐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타진’ 보도와 관련돼 있었다. 국제부 소속 모 특파원은 지난 6월 24일 <뉴스9>를 통해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이라는 보도를 했고, 다음날 디지털뉴스국 모 기자는 인터넷뉴스 기사로 [전쟁 통에 지도자는 망명 시도...선조와 이승만] 기사를 작성했다. 그리고 두 기사 모두 사내외 보수세력의 강한 반발과 압력으로 인해 인터넷에서 기사가 삭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었다.

 

‘화요일 밤의 대학살’...명백한 징계성 인사

 

더 나아가 KBS는 지난 3일에는 다시 <뉴스9>를 통해 [이승만 기념사업회, ‘일 망명 정부 요청설’ 부인]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굴욕적인 반론보도까지 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어젯밤 해당 보도의 책임 라인에 있는 간부들을 전원 보직해임했다. 가히 ‘화요일 밤의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한 명백한 징계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KBS에서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의 조정을 거치지도 않고 당초 보도와 같은 분량의 반론 보도를 내준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특정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 부서의 간부들을 전원 보직해임한 것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이인호 이사장이 관련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임시이사회를 소집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연임 욕심에 ‘보도 독립성’ 팽개쳐

 

사측이 이번 인사를 단행한 목적과 의도는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만큼 명약관화하다. 임기 만료 4달을 앞둔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위한 욕심으로 차기 사장에 대한 선임권을 행사할 이사장에게 충성 맹세를 한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차기 사장 경쟁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정권의 입맛대로 보도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차기 사장 선출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조대현 사장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보도의 독립성’이라는 공영방송의 가장 큰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버렸다. 이 과정에서 이사장이나 정권에 누가 되는 보도나 방송을 하는 직원이나 간부들은 누구나 해당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한 것은 덤으로 얻은 효과일 것이다.

조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가 이번에 휘두른 칼날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방송법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제4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사장은 특정 보도 내용에 대한 이사장의 부당한 개입에 당당히 맞서기는커녕, 자신에 대해 사실상의 인사권을 지닌 이사장에 굴복해 이사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를 한 KBS 직원에 대한 이사장의 인사 조치를 대리 수행하는 굴욕을 자처했다.

 

조대현은 ‘제2의 길환영’...반드시 책임 물을 것

 

KBS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굴욕적 반론보도와 이번 인사 조치를 거치면서 1년 전 조대현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방송의 공정성 시비를 확실히 끝내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우리는 이제 조대현 사장에 가졌던 일말의 기대마저 완전히 거둘 것이다. 지난 조대현 사장 1년의 임기는 결국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과 관련해 조 사장이 결국 길환영 사장과 다르지 않은 인물이었다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다.

조대현 씨가 KBS의 독립성을 수호할 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단순해졌다. 조 씨를 ‘제2의 길환영’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조 씨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해 싸울 우리의 길에는 1500 KBS본부 조합원들이 앞장설 것이며, 그 뜻에 동참하는 4700 직원들이 함께할 것이다.

 

 

2015년 7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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