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한국전쟁 유업재단 한종우 이사장이 한국을 방문한다. 한종우 이사장은 미국 시라큐스 대학 교수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미군들의 인터뷰를 기록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종우 이사장은 한국 방문 중 KBS의 모 인사를 만나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대해 설명했고, KBS는 특집 다큐를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3월 13일
협력제작국(당시 김00 국장) 주재 CP 및 팀장 회의에서 정전 특집에 대한 논의가 처음 이뤄졌다. 그날 임00 부장의 업무 수첩에는 ‘정전 특집 1억 협찬 요구, 협찬 없이 제작 불가? → 협의’ 라고 적혀 있다. 협찬 1억 원을 받아서 정전 특집을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3월과 4월
한종우 이사장은 KBS 모 인사를 만난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수차례 e메일을 KBS로 보낸다. 프로그램 제작하고 있는 곳은 협력제작국인데, 한종우 이사장의 e메일 수신처는 콘텐츠창의센터 오진산 센터장이었다.
4월 30일(오전)
한종우 이사장이 오진산 센터장에게 보낸 e메일이다. ‘선배님’ 이라고 부르는 호칭이 다정하다. 실제로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e메일에는 사측이 주장하는 공식적인 초청 내용이 들어있다. “혹시 KBS에서 고위급이 이 컨벤션에 참석하시면 어떨까요?” 정말 이 문장이 공식적인 초청으로 보이는가? 그리고 검게 가려진 부분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4월 30일(오후)
“사장님께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니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한종우 이사장이 오진산 센터장의 메일을 받고 보낸 답장이다. 오진산 센터장이 “사장님께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조대현 사장은 왜 이 프로그램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을까?
또 이 e메일에는 협찬이 어렵다는 상황 보고도 포함돼 있다. 보훈처와 한 기업에 협찬을 요청했지만 모두 사정이 있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한종우 이사장은 “송구스럽습니다”라며 “다른 곳을 여전히 알아보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협찬은 없었다.
5월 초
오진산 센터장은 조대현 사장에게 고위급 참석을 건의하고, 조대현 사장은 이인호 이사장에게 미국 출장을 권유한다. 이인호 이사장은 참석을 결정한다.
5월 6일
임00 부장의 업무 수첩에는 ‘협찬 X, 제작비 7,000만원’이라고 적혀있다. 협찬이 불가능해지자 자체 제작비 7천만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인호 이사장이 행사에 참석하기로 결정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7월 7일
제작비 7천만 원은 어디서 났을까? 제26차 편성실무회의를 통과한 기획안 하단에는 협찬이 없다는 내용과 함께 제작비 예산지변이 ‘특집-편성정책부’로 돼 있다. 편성정책부는 콘텐츠창의센터 산하에 있는 부서. 제작부서는 협력제작국인데, 예산은 콘텐츠창의센터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7월과 8월
이인호 이사장의 출장비까지 포함해 1억 원가량이 소요된 특집 프로그램은 결국 이렇게 방송이 됐다. 이인호 이사장도 미국에서 역사 강의를 했다. 한종우 이사장은 한국전쟁 유업재단의 활약을 KBS를 통해 널리 홍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