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문에 공방위 거부?
휴가 때문에 공방위 거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11.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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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은 정녕 ‘제2의 길환영’이 되려는가?

결국 우려했지만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지난 7월 31로 노측이 요구했던 7월 정례 공정방송위원회를 사측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일방적으로 개최 거부한 것이다. ‘이승만 정부 망명설’ 보도와 관련해 굴욕적 반론 보도와 징계성 인사를 하는 최근 들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던 사측이 급기야는 단체협약에 보장된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공방위마저 무력화하려고 나선 것이다.

 

휴가까지 겹쳐서 공방위 하기에 여유가 없다?

 

사측은 7월 정례 공방위 개최를 거부하며 8.15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하면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8.15 특집 프로그램들로 집행기관들이 바쁘고 휴가까지 겹쳐서 공방위를 하기엔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측이 밝힌 공방위 연기 사유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그 자체로도 모순된다. 8.15 특집으로 바쁘다는 집행기관들이 휴가까지 겹쳤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집행기관들은 휴가철이 되면 임원회의도 안 하고 자기 할 일도 다 내팽개친단 말인가? 정녕 휴가 때문에 매달 열려야 하는 공방위를 열 수 없다면 집행기관들은 그 알량한 자리를 다 내놓고 영원히 KBS에서 떠나 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이번 정례 공방위에서 노측은 ‘8.15 특집 방송’과 ‘이인호 이사장 인터뷰 방송 건’, ‘이승만 정부 망명설 보도 건’, ‘국정원 해킹 관련 보도 건’ 등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그런데 사측은 공방위 간사 모임에서부터 노측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일일이 이견을 제시하더니 결국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공방위 개최 불가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결국 사측의 바쁘다는 이유는 공방위를 열지 않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며,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위해 방송을 사유화하는 데 대한 노측의 문제제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게 실제적 이유였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공방위 개최 거부는 ‘공정방송 포기 선언’

 

현행 단체협약은 ‘정례 공방위는 매월 개최하며, 휴일 등 특별한 사유 없이 개최일을 연기할 수 없다’(제24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방위 개최 거부는 단체협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공방위의 근간이 되는 방송법과 편성규약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공방위 개최를 거부한 것은 조 사장의 연임을 위해서라면 청와대를 향한 맹목적인 짝사랑 이외에는 그 어떠한 눈치도 보지도 않겠다는 명백한 ‘공정방송 포기 선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이 같은 사측의 비이성적인 행태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길환영 전 사장 시절의 ‘데자뷔’를 떠올린다. 길 전 사장이 해임되기 두 달여 전이었던 지난해 3월 사측은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폐지’ 건과 관련해 안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공방위를 결렬시켰고, 이후 길 전 사장이 해임될 때까지 사측이 이런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 공방위는 열리지 못했다. 결국 이 같은 공방위에 대한 부정은 길 전 사장의 몰락을 가져온 시발점이 됐던 과거를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최근 KBS는 조대현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조 사장 개인의 연임을 위해 급속도로 방송이 사유화되고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승만 정부 망명설’에 대한 굴욕적 반론보도와 문책성 보복 인사, 국정원 해킹 사건에 대한 축소 보도, 사실상 청와대 줄대기용 관제방송인 ‘광복 70주년 국민대합창’ 편성까지 그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측은 공방위 개최를 거부함으로써 이에 대한 KBS 내부 구성원들의 문제제기와 논란을 일시적으로는 모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이는 결국 더 큰 부메랑이 돼 조 사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공방위 거부’ 조대현, 정녕 길환영의 전철을 밟으려는가?

 

사측의 이번 공방위 개최 거부 사태를 통해 ‘KBS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확실히 끝내겠다’는 조 사장의 취임사와 이를 위해 마련했던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제정은 모두 실제로 공정방송을 하겠다는 진정성은 전혀 없었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한층 명백해졌다. 사장이 공정방송이라는 가치보다는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복무할 때 공영방송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결국은 사장 본인의 말로 또한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길환영 전 사장이 잘 보여준 바 있다. 조대현 사장이 기어코 그 길을 다시 걷고야 말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우리는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당당하고 정당한 투쟁을 통해 조 사장의 말로가 어떠할지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다.

 

 

2015년 8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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