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합창’인가 ‘연임 대합창’인가?
‘국민 대합창’인가 ‘연임 대합창’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11.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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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사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

KBS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8.15 국민 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프로그램과 관련해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15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공영방송 KBS가 대규모 행사나 기획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은 KBS가 가진 모든 리소스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집중하는 과정에서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사의 목적 또한 광복 70주년 기념이라는 당초 의도에서 많이 벗어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3달 전 급조된 기획...이사회 보고조차 안 돼

 

지난 5월 말 작성된 프로그램 기획안을 보면 [나는 대한민국]는 ‘대망의 광복 70주년을 맞아 그날의 뜻깊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광복절을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일로 만드는 이벤트를 추진.제작함’이라고 프로그램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본공연 26억 원을 포함해 모두 48억 5천만 원으로 50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예산이 이 행사에 투입되고 있다.

관례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행사라면 이미 지난해 연말에 준비에 들어가 2015년 연중기획으로 선정하고 행사의 성공을 위해 연초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KBS 대부분의 구성원들조차 이번 행사를 지난 5월 중순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KBS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에조차 단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광복 70주년의 상징성과 50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가 왜 뒤늦게 갑자기 기획되었는지에 대해 사내에서도 많은 의문이 일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2억 무리한 협찬 추진...부사장 이하 총동원령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인데도 갑작스럽게 결정되다 보니 이를 위한 예산 확보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광고 형식의 협찬을 제외하고도 모두 48억 5천만 원의 예산 가운데 대부분인 42억 9천만 원이 삼성과 현대 등 주요 기업체들로부터의 현금 협찬으로 채워진 것이다. 이를 위해 6월 초부터 금동수 부사장과 김성오 본부장 등 집행간부들이 40곳이 넘는 기업체 고위 관계자들과 집중적으로 면담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주무부서인 광고국은 물론 협찬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스포츠국 직원들까지 대대적으로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식적으로 방송사에 대한 기업체의 협찬은 연간 총량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단일 행사 제작을 위해 대규모 협찬이 집중되다 보면 다른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예산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KBS 프로그램을 위한 제작 리소스를 희생하면서까지 왜 이렇게 이번 행사에 목을 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측은 해명해야 할 것이다.

 

방통위원, 미방위원만 전원 초청...연임용 ‘사전 선거운동’?

 

사측은 [나는 대한민국]이다가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초대형 축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행사가 진정 국민을 위한 행사인지는 의문이다. 광복 70주년을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기 정권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청와대에 대해 연임에 목매고 있는 조대현 사장이 대형 이벤트 개최를 통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행사가 5공화국 출범 직후 KBS 주관으로 열렸던 ‘국풍 81’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KBS가 이번 행사에 초청한 외빈 명단을 보면 이런 의구심에 더욱 확신을 갖게 한다. 백 명이 넘는 VIP 초청 명단 가운데는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을 비롯해 여야 대표 등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총망라돼 있다. 외빈 초청을 위해 사측은 회사 내 관계부서의 적극 협조를 당부했고, 실제로 섭외와 행사 당일 의전을 위해 수백여 명의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치고 동원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정부 부처 장관급 인사와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오직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위원 전원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 전원만이 포함돼 있다. 방통위원과 미방위원들이 누구인가? 11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대현 사장의 후임 사장을 뽑을 차기 KBS 이사 선임과 차기 사장 선임, 그리고 대통령에 의해 선임된 차기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 전반에 대해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인사들이다. 조대현 사장이 결국 사장이라는 자리와 권한을 이용해 사장 연임을 위한 일종의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의문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것이다.

 

50억 행사에 대통령 초청해 ‘충성 맹세’ 하나?

 

이번 행사가 조 사장 연임용 행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의 핵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나는 대한민국]과 같은 시각에 정부가 주최하는 [정부 공식 국민화합대축제 ‘우리 기쁜날’] 행사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한민국] 행사에 박 대통령 초청하기 위해 회사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 그리고 국민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로 만드는 것과 과연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조대현 사장은 어제 열린 임원회의에서 [나는 대한민국]과 관련해 ‘정치적인 해석 등 비상식적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 얘기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하나 되는 ‘국민대합창’을 하겠다고 해놓고 임기 만료 3달여를 앞둔 사장이 50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7만 명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개최한 뒤 이 행사에 대통령을 초청한 데 대해 아무런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연임 위한 ‘KBS 사유화’...추진 과정 소상히 밝혀야!

 

우리는 이번 행사가 조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알현해 충성 맹세를 하기 위해 50억 원 가까운 공사의 예산과 핵심 역량을 동원한 ‘KBS 사유화’의 일환이라고 판단하며, 이와 관련해 사측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다.

 

1. 이번 행사가 지난 5월 급하게 기획된 배경이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규모의 행사로 결정됐나?

2. 이번 행사에 투입된 예산 규모는 얼마나 되며 조달 방법은 무엇이었는가? 하반기 기업 협찬을 당겨 이번 행사에 투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3. 행사 당일 초청된 VIP 명단과 실제 참석 명단을 밝혀라!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가?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구성원들로서 이번 [나는 대한민국] 행사가 당초 기획 의도대로 전 국민이 하나 되는 성공적인 행사로 마무리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측 또한 이번 행사가 정치적 논란 없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면 이번 행사의 기획과 추진 과정 전반과 관련한 우리의 질의에 대해 행사가 열릴 8월 15일 이전에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조대현 사장 개인이 아닌 공영방송 KBS 조직 전체가 사는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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