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최초 기획자는 누구인가?
‘특집’ 최초 기획자는 누구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5.11.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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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이사장과 조대현 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➁

 지난 171호 노보를 통해 KBS본부가 제기한 두 번째 문제는 <특집> 프로그램의 이상한 편성과정이었다. KBS본부의 주장은 ‘특집 다큐’ 프로그램의 제작비 조달 방식이 ‘협찬’에서 ‘자체 제작비 투입’으로 변경됐고, 당초 한 편으로 기획된 ‘특집 다큐’가 두 개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쪼개진 과정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편성 변경이 이인호 이사장의 미국 출장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 ‘협찬→제작비 투입’으로 바꾸도록 지시한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한국전쟁유업재단-한종우 이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미군 참전용사 기록 사업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에는 KBS의 소중한 수신료 1억 원 가량이 투입됐다. 사측은 <특집> 예산이 6,700만 원이라고 항변하겠지만, 앞서 6월 27일 방송된 ‘다큐 공감’ 역시 미군 참전용사에 대한 내용을 동일한 외주 제작사 PD가 제작했다. 사측도 지난 4일 코비스에 게시한 해명서를 통해 ‘취재 분량이 많아 예정에 없던 ’다큐 공감_6.25 기획‘을 추가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국전쟁유업재단의 활동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예산은 총 1억 원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KBS본부는 노보에서 ‘프로그램의 특성상 협찬을 구하지 못해 외주제작사도, 한국전쟁유업재단도, 협력제작국까지 포기했던 프로그램에 6,790만 원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에 관련된 아이템을 두고 협찬을 추진하는 것이 공영방송으로서 옳지 않다고 판단하여 협찬과 무관하게 우리 제작비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사측은 최근 또 다시 KBS본부 노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간부 2명의 업무수첩 사본을 제출했다. 3월 13일로 표기된 페이지에는 분명히 ‘정전 특집-1억 협찬 요구’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5월 6일로 표기된 페이지에는 ‘정전 특집-한미유업재단(이름을 잘못 쓴 듯)-협찬 X, 제작비 7,000만 원’이라고 돼 있다.

 

즉, 3월 기획 당시에 1억 원의 협찬이 필요했었는데, 5월까지도 협찬이 되지 않아 자체 제작비 7천만 원을 투입했다는 얘기다. 나머지 3천만 원은 ‘다큐 공감’ 제작비를 통해 충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획 초기부터 줄곧 협찬으로 제작하려다가, 결국 협찬이 불가능해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하자, 어느 날 갑자기 자체 제작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해 놓고 뒤늦게 ‘국가 정체성’과 ‘공영방송’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협찬 프로그램에 1억 원의 자체 제작비를 투입토록 결정한 인물은 누구인가? 특집 프로그램 편성과 거액의 제작비 투입까지 좌지우지한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사측은 스스로 밝혀야 한다.

 

■ 1억 원 이상의 ‘자체 제작비’가 투입된 <해외 특집 다큐>프로그램이 있는가?

 

사측은 답변서에서 6,700만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은 이례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내는 신청서에는 제작비가 7천만 원 이상이 들어간 해외 특집 다큐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여러 건 첨부했다.

 

* 사측이 제출한 프로그램 기획서를 정리한 표. (천만 원 이하 단위는 표기하지 않음)

프로그램명

제작비

기타

문화복지, 세상을 바꾸다

1억 3천만 원

1억 8천만 원 협찬

한식, 밀라노에서 길을 묻다

7천만 원

1억 원 협찬

길 잃은 세계 경제, 도시에서 답을 찾다

1억 3천만 원

2억 2천만 원 협찬

100세 시대, 이제는 건강복지다

7천만 원

9천만 원 협찬

유럽인이 사랑한 한국문화, 그 130년의 이야기

7천만 원

8천만 원 협찬

음식한류, 만리장성을 넘다

1억 3천만 원

2억 2천만 원 협찬

넥스트 잡

7천만 원

1억 원 협찬

이제는 평창이다

7천만 원

1억 원 협찬

 

사측은 스스로 제출한 증거 자료를 통해, 이번 한국전쟁유업재단을 조명한 2부작을 제외하고는 7천만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프로그램 중에 ‘협찬’이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제작비 보다 많은 협찬을 받아서 회사의 수익을 발생시켰던 다른 해외 특집 다큐와 달리 ‘정전 특집’ 2부작 프로그램에는 왜 1억 원의 자체 제작비를 사용한 것인가.

 

KBS본부는 이번 ‘정전 특집’ 2부작에 자체 제작비 1억 원이 투입된 것이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2015년에 KBS 특집 다큐 시간(매주 목요일 23:40~24:30)에 방송된 프로그램을 모두 살펴봤다. 모두 19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이 가운데 1월 29일과 2월 5일 2부작으로 방송된 ‘희망창조 코리아-벤처 재도전 신화를 쓴다’를 제외한 모든 특집 다큐는 ‘협찬’으로 제작됐다. 그나마 자체 제작비가 들어간 ‘벤처 재도전’ 프로그램은 ‘토크&다큐멘터리’ 방식으로 2부작 제작에 소요된 전체 제작비가 6천만 원(편당 3천만 원)이 들어간 프로그램이었다.

 

*KBS 특집 다큐 방송 목록 (방송일시 : 목요일 밤 11시 40분)

방송일

제목

협찬처

1월 15일

희망창조 코리아 관광한국으로 가는길

한국관광공사

1월 22일

희망창조 코리아 기술금융 미래를 키운다

기업은행

1월 29일

희망창조 코리아 벤처 재도전 신화를 쓴다 1편

x

2월 5일

희망창조 코리아 벤처 재도전 신화를 쓴다 2편

x

2월 12일

미래의학보고서 행복한 투병

장흥군 외

3월 5일

문화복지 세상을 바꾸다 1편

문화예술위원회

3월 12일

문화복지 세상을 바꾸다 2편

문화예술위원회

3월 19일

식탁의 황금비율을 찾아라

농림부

4월 2일

작은나라 큰기적 쿠바가 건강을 지키는 법

영남대

4월 23일

세계인 동양정신에 길을 묻다 1편

원광대

4월 30일

세계인 동양정신에 길을 묻다 2편

원광대

5월 14일

세계로 간 농부들 지구촌을 경작하다

거제알로에조합

6월 4일

제4의 물결 바이오를 선점하라

충청북도

6월 11일

농장에서 식탁까지 유통에 신바람이 분다

농림부 외

6월 18일

도시가 살아난다 2편

SH공사

7월 9일

산유국의 꿈 동해 고래 프로젝트

대우인터내셔널

7월 16일

함께하는 보육 함께 키우는 미래

보건복지부

8월 20일

광복특집다큐 항일무장투쟁의 선구자 김규흥

범재기념사업회

8월 27일

코리아 생명의 희망을 심다

제보건의료재단

 

 

■ 추가로 제작한 ‘다큐 공감’은 제작비 1억 원을 맞추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사측의 답변대로, 외주 제작사가 취재한 내용이 분량이 많아 두 편으로 쪼개서 편성을 했다면 이미 취재를 마친 촬영 분을 가지고 한 편을 더 편집하는 것뿐인데, 이런 프로그램에 ‘다큐 공감’ 예산 3,100만 원을 모두 지급하는 것이 정상적인 제작비 지급인가?

 

특히 6월 27일과 8월 1일에 각각 방송된 두 편의 다큐는 내용상 크게 다르지 않다. 1편이 장진호 전투에 참가한 참전 용사들의 얘기라지만, 그 전투와 무관한 참전 용사의 인터뷰도 다수 있다. 2편에는 이인호 이사장이 참석한 컨벤션 행사와 교과서 문제로 프로그램을 시작하지만, 후반부는 역시 한국전쟁유업재단 한종우 이사장이 인터뷰한 참전용사들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이다. 결국 미군 참전 용사들이 들려주는 ‘한국전쟁의 기억’이라는 점은 같다.

 

■ 이인호 이사장의 미국 출장이 없었다면 과연, 자체 제작비 1억 원 투입 가능했나?

 

협찬 제작으로 기획된 특집 다큐멘터리 한 편이 두 편으로 나눠져 방송되고, 여기에 총 1억 원의 자체 제작비가 투입됐다. 목요일 밤 11시 40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토요일 오후 7시 10분으로 옮겨서 방송한 특별한 프로그램. 그 프로그램에 KBS 이인호 이사장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KBS본부는 이런 편성 변경의 배경에 이사장의 미국 출장이 깊이 연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측이 해명한 자료와 KBS본부가 확인한 사실들을 시간에 따라 배치하면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특집 다큐 편성과 관련된 일정

날짜

진행과정

3월

사측 인사와 한종우 이사장 국내에서 만남 (사측 해명자료)

3월 13일

정전 특집 – 1억 협찬 논의 (사측 간부 수첩 사본)

4월 말

한종우 이사장 ‘KBS 고위층 초청’ 메일 발송 (KBS본부 확인)

?

조대현 사장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미국 출장 권유

5월 6일

정전 특집 –협찬 X 7천만원 투입 결정(사측 간부 수첩 사본)

5월 18일

한종우 이사장, 이인호 이사장 공식 초청장 발송

6월 27일

‘다큐 공감’ 그 겨울의 바다는 추웠다 (방송)

7월 23일

이인호 이사장 미국 출장(출장 기획안)

8월 1일

특집 다큐_6.25전쟁 끝나지 않은 역사 (방송)

 

 

■ 이사장 해외 출장, ‘특집 프로그램’ 편성의 총 연출자는 누구인가?

 

사측에게 묻는다. 이인호 KBS 이사장이 한국전쟁유업재단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특집 다큐멘터리에 1억 원의 자체 제작비가 투입돼 방송할 수 있었는가?

 

사측에게 묻는다. 한국전쟁유업재단에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편성되지 않았다면, 이인호 KBS 이사장이 회사 공금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는가?

 

다시 한 번 묻는다. 사장 선출 시기를 앞두고 영향력이 큰 이인호 이사장을 미국 출장 보내드리고, 이인호 이사장이 출연한 프로그램에 자체 제작비 1억 원을 투입하고, 편성 시간까지 바꿔서 방송하게 한 총 연출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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