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보도감시[4월1일] ‘친노’는 ‘패권’, ‘친박 vs 비박’은 그냥 ‘갈등’?
총선보도감시[4월1일] ‘친노’는 ‘패권’, ‘친박 vs 비박’은 그냥 ‘갈등’?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6.04.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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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에 다른 잣대...대놓고 불공정

 - ‘친노’는 ‘패권’, ‘친박 vs 비박’은 그냥 ‘갈등’?-

 

 

  ‘패권(覇權)’이란 본디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힘’을 말한다. 원뜻은 이러하지만 최근 우리 정치 상황에서 ‘패권’이라는 말은 좀 더 그 뜻이 확장된 것 같다. 주로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이 ‘인의(仁義)’나 ‘신뢰(信賴)’를 통한 정치가 아니라 ‘힘’과 ‘권모술수’ 등으로 반대 세력 또는 비주류를 억누르고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려할 때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가 기사를 통해 ‘패권’ 혹은 ‘패권주의’라는 말을 자주 거론한다. 주로 각 정당에서 세력 간 혹은 개인 간 정치적 갈등과 다툼이 일어날 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KBS 메인뉴스에서는 ‘패권’이라는 말을 특정 정당의 상황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때만 사용하고 있다. 바로 짐작했겠지만 야권, 야당의 내분을 전달할 때만 ‘패권’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여당의 내분을 설명할 때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총선보도감시단」이 지난 1월1일부터 3월29일까지 KBS 보도국 정치외교부가 ‘뉴스9’를 통해 보도한 리포트 383건에서 사용한 단어를 전부 분석해 얻은 것이다. 

 

  383건의 정치부 리포트 가운데 ‘친노’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는 16건으로 이 가운데 7건의 리포트에서 ‘패권’이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했다.(리포트 건수가 아닌 ‘패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총 횟수는 모두 11번) 

 

  ‘친노’라는 언급 없이 ‘패권’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리포트도 1건이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패권주의’라고 표현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KBS 뉴스9’가 야권의 내분을 전달할 때 ‘패권’과 함께 자주 발견되는 단어가 또 있는데 ‘운동권’이라는 단어다.(‘친노’라는 단어가 들어간 리포트에서 17번 사용)

  ‘운동권’이라는 말은 이른바 과거 ‘군사독재’ 시절 ‘학생운동’ 혹은 ‘반독재 운동’ 전력이 있는 인사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단어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놓고 ‘운동권 정당’이라고 지칭하며 공격하고 있음을 볼 때 KBS 정치부 뉴스가 야당을 묘사하는 방식이 여당의 시각과 선거 전략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예로 3월 10일 9시 뉴스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 현역의원 5명이 공천에서 탈락됐음을 전하면서 “최민희 등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우원식, 이인영, 우상호 등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단수공천이 확정됐습니다. 이 때문에 김종인 대표가 강조해온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 극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묘사했는데 이처럼 ‘친노=운동권=패권주의’라는 등식의 적용이 마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비판인 것처럼 꾸미고 있다.

 

  반면 383건의 리포트 중, 친박(혹은 진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여당의 내분 관련 전달)는 모두 39건이었는데, 이 중 ‘패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리포트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계파’, ‘갈등’과 같은 ‘가치중립적’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이는 ‘친노’가 포함된 야권 내분 관련 리포트에서도 같다) 이어 ‘반발’, ‘신경전’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용어들이 자주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3월14일 9시 뉴스에서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등 현역 4명이 공천에서 배제됐음을 전하면서 “새누리당이 친박계 중진인 서상기 의원을 비롯해 대구지역 현역의원 네 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습니다.(앵커멘트)”, “진박 논란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서상기,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등 의원 4명을 공천 배제했습니다. (기자 리포트)”,“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인터뷰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라고 묘사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갈등’, ‘충돌’ 정도의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새누리당 내분을 전달했다. 심지어는 앵커 멘트로 ‘친박’ 중진 서상기 의원의 탈락을 강조하면서 이와 함께 공천 탈락한 주호영, 권은희, 홍지만 의원 등 3명의 비박계 의원에 대해서는 ‘비박’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이날 4명의 현역 의원 공천 배제가 전체적으로 친박계의 공천 탈락인 것처럼 묘사했다. 

 

  요컨대 KBS 정치부 9시 뉴스는 야당(주로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은 ‘친노’ ‘운동권’의 ‘패권(주의)’이 문제라는 인식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는 반면, 여당(새누리당)의 내분은 당 대표가 ‘옥새’를 갖고 저항할 정도로 친박계의 공천 전횡이 문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은 ‘패권’이 아닌 ‘반발’, ‘신경전’과 같이 가벼운 갈등 상황으로 묘사됐음이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다.

 

※ ‘친노’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에서 야당의 내분을 묘사하는 용어로 사용된 단어들.
( )은 횟수.

 

 

 

 

 

 

 

 

 

 

 

 

 

※ ‘친박(진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리포트에서 여당의 내분을 묘사하는 용어로 사용된 단어들.
( )은 횟수.

 

 

 

 

 

 

 

 

 

 

 

 

 

 

 

<참고>

- 여,야의 당내 내분과 관련하여 이 같은 상황을 묘사 또는 판단하는 단어들만 뽑아서 분석하였음.

  이 때문에 ‘탈당’, ‘비판’과 같은 단순 사실 관계를 전달하는 단어는 제외한 것임.  

- ‘친노’와 ‘친박(혹은 진박)’ 단어가 모두 함께 사용된 리포트는 4건.

- ‘이슈’와 같이 2명의 기자가 함께 연이어 보도한 경우도 리포트 1건으로 처리.

 

 

   우리 노동조합은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보도 책임자들의 답변을 요구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난 이 같은 여당 편향적 보도 태도에 책임을 지고 답하라! 왜 야당의 ‘친노’는 ‘패권’이고, 여당의 ‘친박(진박)’은 ‘패권’이 아닌지, 우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적이고 성실하게 답변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2016년 4월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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