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조차 기대하기 힘든 조직개편안
수익성조차 기대하기 힘든 조직개편안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6.05.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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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모사(朝三暮四)식 땜질 수정

수익성조차 기대하기 힘든 조직개편안

  

 

조사모사(朝三暮四)식 땜질 수정

  고대영 사장이 독선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조직개편안’이 지난 주말 일부 개정돼 경영회의를 통과했다. 보도영상과 보도그래픽이 지금과 같이 보도본부에 존속하고, 제작기술센터가 본부로, 네트워크본부가 센터로 변경된 정도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조합과 협회의 의견이 뒤늦게나마 약간 반영된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기술 관련 조직에 대한 수정안은 이른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땜질에 불과하며, 예능 조직의 협업을 무시했다가 뒤늦게 신설한 예능총괄담당도 직제규정 개정안에는 권한과 기능조차 언급되지 않고 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고 있다.

     

  고대영 사장과 정부·여당측 이사들은 이 같은 조직개편안을 담은 ‘직제규정 개정안’을 오는 5월 4일(수)에 의결, 통과시키겠다고 사실상 공언한 상태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조직개편안은 수익성만을 좇다 공영성은 포기한 밀실 개편안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제작 현장 평가는 수익성 기대 못해     

  그러나 문제는 조직개편을 통해 수익성이 향상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업본부 내 ‘제작투자 담당그룹’과 드라마사업부로 의사결정 구조가 이원화됨으로써 신속하고 확실한 의사결정이 어렵고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 제작펀드와 예산이 방송본부와 미래사업본부로 흩어져서 전략적 투자가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현장에 근무한다고 하지만 소속이 다른 홍보와 마케팅, BM 등이 얼마나 제작 현장과 어울려 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어서 타사와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예능은 또 어떤가? 작금의 상황은 KBS 「1박2일」과 MBC 「복면가왕」이 경쟁하는 구도다. 그런데 회사의 조직개편안은 「1박2일」과 「뮤직뱅크」가 서로 경쟁하라고 한다. 이 같은 내부 경쟁 구조라면 가령 ‘「1박2일」에 한효주가 나온다고 하더라.’ 그러면 다른 프로덕션 소속의 「뮤직뱅크」는 ‘한효주 출연을 막아야 우리가 이긴다. 어떻게든 막아보자’라는 황당한 국면이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나? 이런 상황 속에서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조차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조직개편은 수신료 포기 선언     

  KBS의 재원은 광고나 콘텐츠 판매 수익만이 아니다. KBS 재원의 근간은 수신료이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은 사실상 수신료 현실화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는 어찌 보면 불가피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 KBS의 입장에서는 재원의 공영화가 더욱 절실한 것이다.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업무 자체가 별도의 조직 없이 대외협력실 업무 가운데 하나로 통합된 것은 단순 업무 조정의 영역이라고 치더라도 공영성을 포기한 채 돈만 벌겠다는 ‘사업형 조직개편’을 하면서 수신료 현실화를 거론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그 동안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KBS 수신료 현실화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온 것이 공정성, 공영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강화인데, 이번 조직개편은 이 같은 요구와는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고대영 사장과 혁신추진단이 ‘여소야대’라는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결과를 전혀 예상치 못한 채, 총선 이전에 기획하고 작성한 ‘조직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에 촉구한다. 이번 ‘조직개편안’의 문제점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난 공영방송 KBS의 ‘살 길’과 관련된 것이다. 단순히 노동조합과 각 협회의 주장과 의견을 ‘직종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사측의 주장에 현혹되지 말기 바란다. 이사들 앞에 놓여있는 조직개편안은 현장에서 일하는 KBS의 일꾼들과 단 한 번의 공식적인 의견 교환조차 없이 밀실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직시하라. 공영성 포기는 물론이고 수익성 향상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오는 5월4일 이사회에서 사측의 졸속·밀실 조직개편안을 반려하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 전 조합원과 구성원에게 약속드린다. 이번 조직개편안이 설령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향후 전개될 공영방송 정상화와 언론장악 적폐 청산 과정에서 공영방송임을 포기한 이번 ‘조직개악’을 반드시 원상 복구할 것이다. 그리고 고대영 사장과 공영방송 포기 선언에 부화뇌동한 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약속드린다.

 

     

2016년 5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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