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11/29)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사심도 품지 않았다는 변명들을 빼고 나면 담화의 핵심은 다음에 있다 할 것이다.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KBS 9시 뉴스는,
'조기 하야 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병용 기자 리포트의 앵커멘트)
'사실상 조기 하야 수용 입장을 밝혔는데...' (최동혁 기자 리포트의 앵커멘트)
이처럼 우리 뉴스는 '대통령이 조기 하야를 수용했다.'고 규정했다.
뉴스책임자 그리고 9시 뉴스 앵커에 묻는다. 어제 대통령의 담화가 정말 조기 하야를 수용한 것인가? 하지만 어제 담화에 대한 다른 언론들의 규정은 사뭇 다르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언론이 비판적인 해석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KBS | ‘조기 하야 수용’ |
조선일보 | ‘퇴진 첫 언급’ |
동아일보 | ‘자진 하야 거부’ |
jtbc | ‘진퇴 문제 국회로 넘긴’ |
경향신문 | ‘대통령의 꼼수’ |
청와대 & 친박 | ‘사실상의 하야 선언’ |
어제 담화를 '하야'라고 규정한 곳이 있긴 있다. 바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주류(친박)다. 이들은 어제 담화를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고 주장했다.'조기 하야 수용'(KBS)과 '사실상의 하야 선언'(청와대)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인가? 아니 오히려 '사실상'이라며 한 발 물러선 청와대와 친박의 해석이 더 신중해 보인다.
이렇듯 KBS 뉴스가 작금의 사태를 어떤 시선, 누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명확해졌다. 국민의 눈이 아닌, 언론인의 눈이 아닌 오직 청와대와 친박 인사들의 눈으로 뉴스를 만들고 보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담화에 대한 시민 반응을 전하면서 '환영과 실망이 엇갈린 반응'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방송 내용을 보면 담화를 환영한 시민은 등장하지 않는다.
<인터뷰1> "속이 시원하고 말고를 떠나서 헌법적 절차로 국정 혼란 사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2> "사과는 할 줄 알았는데 자신은 사익을 추구한 적 없다고 하시니까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국정혼란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라는 것'을 대통령 담화에 만족해 환영한다는 것으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의 담화를 '구국의 결단'으로 미화하고, 4% 지지 세력을 뻥튀기해서 대통령을 감싸려는 KBS 뉴스 책임자들의 충심에 가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미 최순실 보도 참사 초기 뉴스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가 임명한 고대영 사장은 보도 참사를 불러온 뉴스 책임자를 문책하기는커녕 여전히 자리를 보장하고 뉴스와 보도 제작을 지휘케 함으로써 '친박 뉴스', '청와대 방송'을 지금도 내보내게 하고 있다.
고대영 사장에게 묻는다. 침몰해가는 박근혜 정권의 순장품으로 KBS를 바치고 싶은가? 당장 보도 책임자들을 해임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그것만이 고대영 사장이 주어진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길이다. 더불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보도 및 방송책임자들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 당장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분노의 불길이 들이닥쳐 당신들을 단죄할 것이다.
2016년 11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첨부> 각 언론사 담화 관련 보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