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외부세력’ 뉴스 몰이, 청와대 지침 있었나?
사실상의 ‘보도지침’이라며 전국기자협회의 반발을 불러왔던 지난해 7월, 성주 시위 ‘외부세력’ 개입 보도가 실제 외부의 사드 관련 보도 지침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월16일 시사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수첩에 성주 사드 반대 집회를 두고 ‘외부세력 대처’라고 작성한 메모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안종범 전 수석이 지난해 7월19일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받아 적은 메모 가운데 ‘성주 집회 학생 400명. 외부세력 대처’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의 시위를 외부세력에 의한 선동으로 왜곡하고 여기에 ‘종북’ 딱지를 붙여 반대 투쟁을 약화시키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시사인은 이와 관련해 같은 날 KBS 9시 뉴스에 나갔던 ‘성주 시위 외부세력 확인’ 리포트가 의심된다는 취지를 덧붙였다.
이미 모두가 알다시피 안종범 수석의 메모가 적힌 7월 19일은 KBS뉴스9를 통해 ‘외부단체 인사 참가 확인’이라며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퍼뜨리는 9시 뉴스 리포트를 내보낸 바로 그 날이다. 부족한 근거와 뉴스가치 때문에 현장 기자들이 뉴스 제작에 반대했지만, 본사 뉴스책임자들이 보도를 강행해 결국 취재부장이 리포트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또 이보다 앞선 보도에서는 성주 시위를 전하면서 과거 정원식 총리가 학생들에게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당하는 자료화면을 포함하라고 지시하며 폭력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강압적인 취재, 제작 지시는 결국 지역 기자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전국기자협회는 성명서를 내며 항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적반하장 격으로 성명서 작성을 문제 삼아 전국기자협회장과 대구지회장, 본사 기자협회장 등을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특히 전국기자협회 성명서에 거론된 ‘보도지침’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으며 겁박했다.
그러나 이번 시사인 보도를 통해 드러났듯이 청와대 수석의 ‘외부세력 대처’ 메모는 당시 사측이 벌인 집요한 ‘외부세력’ 몰이 주장이 메모에 적힌 것처럼 청와대발 ‘보도지침’과 연관된 것이 아닌지 충분히 의심해 볼만 한 상황이 됐다. 우리는 요구한다.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보도 책임자들은 지금이라도 사실을 고백하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 역시 참을 이기지 못하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 노동조합은 안종범 수석 수첩으로 제기된 청와대와KBS의 보도 커넥션 의혹에 대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의심하는 커넥션이 사실로 드러나면 고대영 사장은 물론 관련 책임자들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을 것이다.
2017년 1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