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소통의 회복만이 KBS의 살 길입니다.
상식과 소통의 회복만이 KBS의 살 길입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7.22 22: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관리직급에 계시는 선배 20분께서 사내 게시판에 올리신 성명서입니다.

상식과 소통의 회복만이 KBS가 살 길입니다


-KBS의 현 시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

지난 몇 개월 사이 KBS에는 많은 변화가 이어졌습니다. 새 노조가 출범했고, 파격적인 조직개편안이 시행되었으며 30년 숙원인 수신료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습니다. 모두가 KBS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들입니다.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기대감은 희망을 예고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KBS는 어떤 모습입니까? 새 노조는 출범과 거의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고, 조직개편은 논의과정의 폐쇄성과 졸속으로 인해 심판대에 올라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의 숙원이었던 수신료 인상은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희망의 징후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조직의 가장 선배그룹의 일원으로서 깊은 자괴감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늦게나마 KBS의 희망 찾기에 동참하고자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KBS를 둘러싸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몇 마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논란이 분분합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를 주목하게 하는 하나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난 6월 29일 국회에서 5개 야당과 전국의 5백여 개 시민, 사회, 여성단체들이 을 결성한 사실입니다.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일부의 목소리는 과거에도 늘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일부라는 말로 치부하기 어려울 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불만의 강도는 커 보입니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80% 이상이 현재 KBS가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는 결과도 내놓고 있습니다. 누가, 무엇이 이토록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KBS를 불신하게 만들었습니까?

이렇듯 밖에서 국민들은 결기를 곧추세운 분노의 화살로 우리를 겨누고 있는데 안에서는 갈등과 반목, 대립의 아우성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새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내 게시판에는 파업을 비판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판의 주된 내용이 수신료 인상 문제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파업을 수신료 문제와 연결시켜서 새 노조를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수신료 문제가 논란이 되는 배경은 따로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언론노조 KBS본부가 표명한 입장에 회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 노조와 회사가 파업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합원들에게 업무 복귀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KBS노동조합의 분열과 새 노조의 출범, 나아가 최근의 파업에 이르는 과정은 지난 2년간 KBS가 겪은 파란과 굴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KBS의 환경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바뀌었는지는 얼마 전 입사 3년차의 어느 후배가 게시판에서 토로한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킨 사실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는 지금 밖으로는 신뢰와 공영성이 비판을 받고 있으며, 안으로는 상하 간에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억압당하고, 민주적 절차 대신 상명하복을 강요당하는 제작환경으로 후퇴하였습니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후배들은 긍지와 꿈을 담아야 할 가슴 속에 선배들에 대한 원망과 한숨을 쌓아두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선배로서 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상식을 갖고 이해할 수 없고 적응하기 어려운 조직문화는 상하, 동료 간 소통을 끊게 될 것입니다. 소통의 단절로 온기가 식어버린 조직, 그런 조직이 국민들을 위해서 올바른 방송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봉착한 이 내우외환의 상황을 KBS가 처한 위기를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 국민에게는 신뢰받는 공영방송을, 조직 구성원에게는 희망을 심어 주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내에 상식과 소통을 되살리기 위한 큰 물꼬부터 열어야 하고, 이 일에는 마땅히 김인규 사장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김인규 사장에게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취임 이후 지금에 이르는 총체적 위기의 중심에 김인규 사장 본인이 있음을 깨닫기 바랍니다.

둘째, 언론노조 KBS본부와의 임단협 체결에 진정성을 보이십시오. 그리하여 파업 중인 후배들이 현업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터 주십시오.

셋째, 방송법의 정신에 따라 편성, 보도, 제작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하십시오.

넷째, 구성원들을 줄 세우고, 편 가르고, 소외시켜 사기를 죽이는 일을 그만 두시고 상식과 소통이 살아있는 현장 조직을 만드십시오.

다섯째, KBS 카메라와 마이크로 하여금 힘 있는 곳보다 힘없고 그늘진 곳을 더 향하게 하여 신뢰도와 영향력 1위의 KBS 명예를 되찾도록 하십시오.

어려운 시기, 상식과 소통의 회복만이 KBS가 살 길입니다.

2010. 7. 22.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7대 집행부 본부장 강성원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