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당장 방송하라!
KBS 스페셜, 당장 방송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03.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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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당장 방송하라!

     

 KBS스페셜 '광장의 기억(가제)'의 편성이 보류된 채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파면당한 3월에 맞춰 제작진이 제작과 편집까지 모두 마치고 방송을 준비했건만 제작과 편성책임자들은 사실상 불방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려 5개월 동안 부패한 권력에 맞선 광장의 민심을 취재해 온 제작진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 됐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찬성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 사이 국민들은 광장에 함께 모여 무너진 정의와 민주주의를 되찾자며, 박근혜를 파면하라며 촛불을 들었다. 결국 그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이 부패한 권력을 무너뜨렸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명예혁명을 일궈낸 것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라면 반드시 담아야 할 역사의 현장이며 그 의미를 되짚어봐야 하는 최고의 다큐멘터리 소재이다.

     

 그런데 왜 방송을 내지 못하는가. 방송책임자들은 불방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전언에 의하면 일부 간부들이 이번 다큐멘터리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이후로 방송을 연기하자는 말을 했다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을 되짚어 보는 것이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인가.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럼 뉴스마다 나오는 박근혜 탄핵과 수사 소식은 모두 선거에 영향을 주는 비정상적인 보도인가?

     

  솔직히 말하라. 헌법과 상식을 무시해가며 막무가내로 탄핵무효를 외치는 박근혜 잔당들이 걱정되는가? 촛불과 광장의 시민들을 적대시하는 구() 여당인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어떤 방송 지침이라도 전달받았는가? 아니면 박근혜가 임명한 고대영 사장이 절대 방송하지 말라고 지시했는가?

     

 심지어 사측 간부들은 제작PD가 완성한 다큐멘터리의 편집본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보지도 않고 프로그램이 선거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이러고도 이번 불방 사태에 대해 제작진과 시청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고대영과 호위 세력들이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사이, 공영방송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들은 망가져가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KBS의 이미지는 수구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채널로 각인되고 있다.

 

 최근 고대영 사장이 제작본부와 방송본부의 간부들에게 특정 프로그램들과 아이템을 직접 거론하며 편향적이라느니 포퓰리즘이니 야당의 아젠다가 아니냐는 식의 간섭과 통제를 시시때때로 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만일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번 광장의 기억불방도 이런 고대영식 통제의 결과일 것이다.

 

 경고한다. 말도 되지 않는 논리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고 당장 광장의 기억을 방송하라.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유린한 박근혜가 곧 구속된다. 여전히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공유하는 광장의 기억은 현재진행형이다. 만일 제때 방송하지 않는다면 이번 불방사태는 지난 9년의 KBS 불공정방송 역사 속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KBS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고대영 체제와 한판 싸움을 벌여 나갈 것이며 끝까지 관련 책임자들을 응징할 것이다.

 

 

2017년 3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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