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촛불’에 새노조 파업을 알리다!
‘수원촛불’에 새노조 파업을 알리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07.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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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이 되면 수원역 앞 광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원촛불’이라 불리는 시민사회단체 연합 모임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요일이면 여러 단체에서 모여 사진을 전시하고 선전물을 돌리고 서명을 받습니다. 모인 이유도 가지가지입니다. 4대강 반대, 천안함 진실 규명, 철거민 문제,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 장애인 문제… 각자 흩어져서 평화롭게 자기 단체를 위해 활동하던 사람들은 저녁 7시가 되면 광장 한 쪽에 모여 앉아 집회를 엽니다. ‘수원촛불’은 벌써 120회나 치러졌습니다. 4~50명이 모여 앉아 노래와 율동 공연을 함께 즐기고, 각 단체 사람들이 나와 뼈 있는 발언들을 합니다. 집회 도중 서명과 모금운동도 즉석에서 이뤄집니다.



KBS 새노조의 파업 소식을 전해달라는 주최 측의 부탁을 받고 처음 수원역 집회 현장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사실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얼마나 모일까. 시민들은 얼마나 호응해줄까. 여기서 KBS 새노조의 파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쓸모 있는 일일까? 괜한 걸음을 한 것은 아닐까? 짧은 시간에 여러 복잡한 생각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집회가 시작된 지 10분이 채 되기 전에 그런 제 걱정이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노련했습니다. 무엇보다 절박했습니다. 절박함이 노련함을 키운 것이리라. 순서가 돌아오면 저마다 우리 사회가 잊고 있는, 잊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힘주어 말했습니다. 사실과 진실이 그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 낯선 자리에서 KBS 새노조의 파업 이유를 담은 동영상을 지켜보면서,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KBS 새노조 파업을 설명하고 이해와 지지를 구하러 간 제 발걸음이 너무나도 위선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들에게 다급해진 제가 이해를, 관심을, 지지를 구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들이 목이 터져라 싸우고 외치며 언론의 관심과 보도를 간절히 바라고 원할 때, 나는 어디에 있었던가? 주류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사실을 직시하고 진실을 밝혀주기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저들의 외침을 그동안 나는 과연 몇 번이나 뉴스에 담아냈던가. 부끄러웠습니다. 기자인 제가 해야 할 일을 그들이 힘겹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사실을 가리고 진실을 못 본 체하는 언론이 반대로 시민사회에 이해를 구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저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부끄럽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일이 넘는 우리의 파업 투쟁도 무려 120회를 헤아리는 ‘수원촛불’의 끈기와 열정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뭔가를 전하러 간 우리가 힘내서 싸우고 꼭 이겨달라는 그들의 격려와 지지에서 도리어 더 많은 것을 배워왔습니다. (김석)


수원촛불 문화제에 참여했습니다. 경기지역과 전국의 여러 현안에 대해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공유하는 자리. 일주일에 한 번씩, 벌써 120번째랍니다. 사람이 모이건 안 모이건,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수요일 오후 7시에 어김없이 수원역에서 열리는 행삽니다. 시민들은 우리 파업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늘 목마르던 차에 KBS 파업에 대해 발언해 달라는 요청, 새삼 감사했습니다. 4대강, 천안함,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 학생 인권, 수원 신동 철거민들의 투쟁, 장애인 단체의 문화공연… 쉬지 않고 진실과 진실 규명을 외쳐온 이들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부끄러움이 확 밀려왔습니다. 우린 저들의 외침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 이제 와서 파업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우리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는 염치없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석 조합원의 조목조목 짧지 않은 발언을 그들은 조용히 들어주고 따뜻한 박수와 아낌없는 환호까지 보냈습니다. 파업 동영상엔 자상한 관심을 보였고, 준비해간 선전물은 금방 동이 나 모자랐습니다.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뒤풀이. 여러 사람들이 조심스러운 우려들을 전해왔습니다. 파업을 시작할 때 그 첫 마음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겠느냐. 시민들에게 공감을 호소하고 단체들에게 연대를 호소하던 그 첫 약속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겠느냐… KBS에 대한 불신은 그렇게 깊어 보였습니다. 쪽팔리지 않기 위해 시작한 파업,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부끄럽지 않게 잘 하고, 마무리는 더 잘 해야겠습니다. 우리 끼리 하는 파업이 아니라 이제 시민과 함께 하는 파업이기 때문입니다. 외부와 더 소통하고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 파업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귀족노동자들의 배부른 파업… 그런 이야기는 듣지 말아야겠습니다. (송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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