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듯한 야당 대표 모습 삭제하라’는 고대영의 KBS
‘조는 듯한 야당 대표 모습 삭제하라’는 고대영의 KBS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08.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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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뉴스부 간부, 뉴스 일부 장면 삭제하고 자막 수정 요구

‘조는 듯한 야당 대표 모습 삭제하라’는 고대영의 KBS

 

 

지난 18일 고 김대중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시종일관 눈을 감은 채 조는 듯한 모습을 보여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해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고인을 추모하고 업적을 기리는 자리임에도 주위 시선을 아랑곳않고 의자에 파묻혀 내내 눈을 감고 때론 고개를 젖혀가며 졸고 있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홍준표 대표의 비상식적인 모습이 알려지면서 KBS 디지털뉴스부 소속 기자는 논란이 된 홍 대표의 모습들을 편집해 동영상 뉴스로 제작해 당일 오후 KBS뉴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그런데 뒤늦게 디지털뉴스부의 국장급 간부는 팀장을 통해 동영상 뉴스의 일부 장면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추도식 행사장에서 졸고 있는 듯 눈을 감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얼굴 모습이 담긴 화면 중 ‘클로즈 업’한 화면은 쓰지 말라’는 지시였다.

    이에 담당 기자와 팀장은 반발했다. 취재기자는 이럴 바에는 ‘어정쩡한 비판을 하느니 안하느니만 못하다’며 아예 홍 대표가 눈감고 자는 부분을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국장은 취재 실무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막무가내로 화면 삭제와 ‘물타기’식 자막 수정을 강행했다.

 

▶ KBS 디지털뉴스부 간부의 지시로 삭제된 장면

 

이 뿐만이 아니었다. 홍준표 대표의 무성의하고 무례한 태도를 꼬집는 의도가 담긴 자막들을 지적하면서 홍 대표 잘못을 ‘물타기’하는 내용으로 갈아엎기까지 했다. 수정 전후 자막은 다음과 같다.

 

 

기존 자막

수정 지시 후 자막

눈을 감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 추도사 때도 꼭 감긴 두 눈

간간이 보이는 눈을 감은 참석자들

종교 행사 땐 아예 머리를 대고 숙면

종교 행사 땐 눈을 감은 여당 대표 옆 머리를 젖히고 기댄 제 1야당 대표

오랜 시간 눈만 감은 채 돌아간 홍 대표

홍준표 대표, 추도식만 참석하고 분향식은 PASS

 

    

     

 

▶ 수정 지시로 바뀐 자막 모습

 

결국 동영상도, 자막도 누더기가 되다시피 가위질을 당한 채 동영상 뉴스가 다시 제작됐다.  

     

야당 정치인 풍자하는 트위터 글도 수정 지시

     

디지털뉴스부의 이 국장급 간부가 보인 ‘야당 눈치 보기’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일에는 안철수 국민의 당 당대표 경선후보에 관한 KBS뉴스 트위터 글에 대해서도 풍자적인 ‘해시 태그’를 삭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문제를 삼은 해시태그는 ‘#국민의 당도_서울시도_내가_다_할거야’로, 안 철수 후보가 당대표는 물론 서울시장까지도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을 비판적으로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해당 간부는 트윗을 작성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해시태그를 삭제하라고 명령하면서 “말 자체는 틀린 게 없지만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정치라는 게 워낙 세심해서...중요하니까 조심해야 한다”며 삭제할 것을 종용했다. 결국 담당 기자는 고민 끝에 팀장과 상의해 해당 기사에 대한 트위터 글 자체를 아예 삭제했다.

 

 

▶ KBS 간부가 문제를 삼은 트위터 내용

 

고대영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언제부터 KBS 뉴스에서 야당 지도자가 비판의 성역이 되었단 말인가? 정치 관련 기사에 대한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접근을 이렇게 시시콜콜 간섭하고 삭제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아니 올해 4월까지만 하더라도 그토록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현미경처럼 비난과 비판을 퍼붓던 고대영의 KBS 뉴스였다. 여당 의원 보좌관까지 익명으로 포장해가며 야당 의원(박주민 의원)을 비판했었고, 하지도 않을 일을 거론하며 야당 의원(표창원 의원)을 공격했던 게 고대영의 KBS 뉴스였다. 그런데 왜 이토록 갑자기 야당에 대해 관대해지고 소심해졌는가?

     

고대영의 KBS를 이대로 둘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 사건은 똑똑히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정치권 눈치 보기 ‘기사 검열’일랑 집어치워라! 당신들이 쌓아놓은 적폐는 이미 차고 넘친다. 우리 노동조합은 고대영과 그 순장조를 자처한 보도책임자들이 KBS를 망친 책임이 무엇인지를 톡톡히 깨닫게 해줄 것이다. 그 날이 멀지 않았다.

 

     

2017년 8월 22일

강한 노조! 정의로운 노조! 연대하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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