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공사, 수백억 대 국정원 ‘비자금 창고’ 의혹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고, KBS와 MBC의 기자, PD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든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와 검찰의 수사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인 양지회다.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에 깊숙이 관련돼 있는 정황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KBS 파업뉴스팀은 양지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용역 업체 <양지공사>로 국정원의 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대거 흘러들어갔고, 이 회사가 국정원의 비자금 창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1 국정원 청사 독점 관리 ‘양지공사’ 정체는?
KBS 파업뉴스팀의 취재 결과, 국정원은 양지회의 자회사 ‘양지공사’에 매년 100억 원대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특히 양지공사에 매년 수억 원 씩을 ‘찬조금’이란 불분명한 명목으로 지급해 왔다. 주목되는 건 국정원과 양지회, 양지공사의 이런 수상한 거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직후부터 급증했다는 점이다.
양지공사는 양지회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인데도 법인 등기부등본에 ‘공사(公社)’라는 이름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또 민간기업인데도 국가기밀시설인 국정원 청사 관리를 독점적으로 맡고 있다. 양지공사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양지공사’는 양지회가 소유한 서울 서초구의 건물 7층에 입주해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해당 건물에선 사무실을 찾을 수 없었다. 건물관리인 조차 이 회사의 존재를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 양지공사가 밝히고 있는 주요 사업 내용은 시설관리와 경비, 복지사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정원의 청사관리, 경비, 청소용역을 도맡고 국정원 청사 안에도 사무실을 두고 복지 매장을 운영 중이다.
2 누적 매출 수천억 추정…‘댓글부대’ 지원 의혹
양지공사의 매출액은 연간 100억 원대다. 청사관리와 경비용역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다. 2011년에는 92억 원, 2013년 99억 원, 2016년 107억 원 등 최근 6년간 매출액이 600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1992년에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누적 매출은 수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운영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고작 연 30억 원 가량뿐이다. 운영경비를 제외한 최소 수백억 원이 어디에 쓰였는지가 의문점으로 남는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검찰은 이 돈 중 일부가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에 쓰인 단서를 잡고 관련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양지공사의 사업 목적에는 '전파매체를 활용한 홍보·선전'도 명시돼 있어 이 회사가 ‘민간인 댓글부대’를 비밀리에 지원했을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3 용처 불명 ‘의문의 자금’ 수십억 원 지원
양지회와 양지공사에 대한 지원은 이명박 정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기간에 급증했다. 원세훈 전 원장 취임 직후부터 양지공사에 맡기는 시설관리 용역이 늘어났고, ‘찬조금’이라는 명목의 ‘의문의 자금’ 지원도 바로 이때부터 시작됐다.
원 전 원장이 있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수십억 원이 양지공사에 찬조금 형식으로 지급됐다. 2012년에 지급된 돈만 6억9000만 원. 매년 수억 원씩 이런 ‘용처불명’의 돈이 양지공사로 흘러든 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의 예산에서 나온 이 ‘의문의 자금’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 앞으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4 댓글부대 운영자금? 국정원장 비자금?
국정원-양지회-양지공사의 ‘의문의 삼각 커넥션’은 검찰 수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 씨와 사무총장 박모 씨에 대한 소환 조사에서 검찰은 양지공사에 대한 자금 지원과 관련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양지회 전현직 간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수사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KBS 파업뉴스팀의 취재 결과 검찰은 이 돈이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자금이나 국정원장 등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양지공사’의 실체가 KBS 파업뉴스 팀의 취재로 드러나면서 국정원 댓글부대 운영과 전직 고위간부들의 비자금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