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공영방송을 죽이는가!
한국 공영방송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일들이 MBC와 KBS에서 연이어 벌어졌다. 8월 17일 MBC에서는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4대강’을 다룬
하나같이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일대 만행이요, 전대미문의 폭거다. MBC나 KBS나 정권의 낙하산사장들이 하는 짓이 어찌 이리도 같은지 실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MBC 김재철 사장은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들의 ‘사전시사’ 요구에 제작진이 불응했다”는 이유로
더불어 김재철 사장의 행태는 시청자 알권리 충족을 위해 공들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기능을 수행하려했던 방송제작자의 역할을 무참히 짓밟은 만행 그 자체이다.
KBS는 또 어떤가.
경찰의 수장으로 내정된 자가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두고 밝혀지지도 않은 ‘차명계좌’를 들먹이며 부관참시나 다름없는 망언을 하고, 천안함 침몰 사망 장병 유족들의 비극을 동물에 비유하는 반인륜적 극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이를 최초 입수한 <추적60분>은 정작 이를 방송하지 못하는 폭거가 벌어졌다.
<추적60분>을 책임진 시사제작국장은 ‘<추적60분>이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며 아이템을 보도국으로 넘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고, “‘9시뉴스’는 되지만, ‘추적60분’은 안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특종이 오히려 망신으로 추락했고, 이미 ‘조현오 막말’은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추적60분> 방송은 끝내 불방될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어제와 오늘,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에서 벌어진 일은 정권에 장악된 방송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정권에 의해 낙점된 낙하산사장들과 그 수족 노릇을 하는 이른바 ‘간부’들이 정권에 대한 비판은 물론 조금의 불리한 내용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관제언론인에 불과함을 다시 한 번 온몸으로 증명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37일간 파업을 벌인 MBC나 29일 동안 파업을 한 KBS나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확인했다. 공영방송이 존재하려면 스스로 존재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 낙하산 사장, 관제사장들이 무너뜨린 공영방송의 존재가치를 반드시 우리가 다시 되찾을 것이다. KBS와 MBC의 언론노동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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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