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편집구역] 한때 동료였던 이들에게
[시사편집구역] 한때 동료였던 이들에게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11.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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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편집구역 성명]  한때 동료였던 이들에게 

 

친근했던 선배였고 동료였다. 회사 안팎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주고받았다. 축하할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그랬던 선배였고, 동료들이었다. 그리고 파업이 시작되는 시점에, 그 동료들 가운데 몇몇은 우리와 다른 선택을 했다.

처음에 우리들은 안타까움을 공유했다. 오랜 기간 동료였고, 누구보다 각자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누군가는 성실하게 주어진 일만 하는 천성을 타고 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해해주려 노력했다. 적어도 저 선배는, 저 팀장과 부장은, 저 국장은 고대영을 지켜주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기꺼이 그렇게 했다.

그렇게 새노조의 파업이 80일,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는 87일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세 달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들에 대해 가졌던 감정은 달라지고 있다. 안타까움은 사그러들고, 고대영에게만 집중됐던 분노는 남아있는 이들에게로 퍼져가고 있다. 지난 시간 쌓여온 동료애로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승리를 단 한번도 의심한 적 없다. 파업이 진행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새노조에는 노조 가입서가 끊이지 않고 날아들고 있고, 민주광장 집회 현장은 80여일째 조합원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다른 결론은 없다. 파업은 우리가 승리한 뒤에야 종료될 것이다.

이제, 동료였던 선후배들에게 진심을 담아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 더 이상 적폐들과 몸을 섞는 우를 범하지 말라. 당신의 진심은 달랐을지 몰라도, 자리를 지키는 당신의 행동은 결국 고대영 체제를 지탱케 하는 가장 큰 힘으로 이용되고 있다. 선택의 시간은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고대영 체제를 지지하는가? 고대영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아니라면, 고대영 체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우리들과 함께 파업 전선에 동참하자.

시간이 흐른 뒤, 승리해 복귀한 조합원들의 얼굴을 어떤 낯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신들에게 남아있던 최소한의 애정을 우리 조합원들은 간신히 붙잡고 있다. 하지만 그 인내의 시간은 결코 길지 않을 것이다.



2017년 11월 22일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편집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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