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집에서 한 숙제는 검사하지 않겠다는 방통위
[언론노조] 집에서 한 숙제는 검사하지 않겠다는 방통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8.04.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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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한 숙제는 검사하지 않겠다는 방통위

 

다시 한 번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TV조선, MBN, 채널A, JTBC. (이하 종편)) 재승인 심사에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종편의 오보와 추측 보도를 예방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3기 방통위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종편 3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에서 1년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를 4건 이상 받을 경우 시정 명령과 재승인 취소까지 검토하겠다는 강력한 조건을 부과했다. 사실상 재승인 취소 결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던 종편이었다. 그나마 이 조건은 개국 이후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오보, 막말, 편파 방송을 개선할 유일한 규제였다.

 

그러나 지난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납득할 수 없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재승인 조건에 포함된 1년 4건 이상의 법정제재 대상에서 선거방송 때 받는 제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방통위가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법률 자문에는 종편 재승인 심사 조건으로 부과한 관련 심의 규정에 ‘방송심의규정’은 명시되었지만, ‘선거방송심의 특별 규정’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종편의 출범 초기를 되돌아보자. 2012년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한 종편이 부족한 제작비와 부실한 편성에도 당시 총선과 대선이라는 선거 기간 동안 오보, 막말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얻었다. 종합편성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시사보도자유편성 채널이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종편의 오보와 노골적인 편파 보도가 재승인 조건에 영향을 미칠 법정제재에서 제외된다면 문제의 진원지는 놔두고 변죽만을 울리는 규제가 된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종편에 내려진 선거방송심의의 법정 제재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재승인 조건 이행에 반영될 것인지의 여부 또한 방통위는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드러난 허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부 종편은 미디어렙 심사에서 지분 제한을 초과했음에도 승인을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TV조선은 재승인 점수가 미달되었음에도 조건부 승인을 받음으로써 심사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통위에 분명히 밝힌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선거방송 심의 결과를 종편 재승인 조건에 제외한다는 ‘유권 해석’은 학생에게 숙제 검사를 한다고 해놓고 집에서 한 숙제는 검사하지 않겠다는 꼴이다. 상식적으로 납득 되지 않는 유권 해석은 이제 그만하길 바란다. 설령 이 조건이 지난 3기 방통위의 결정이었다고 해도, 지금의 방통위는 제대로 된 방송통신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거의 청산과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방통위는 조속히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지방선거 기간 동안 종편의 심의 결과를 재승인 조건에 반영함을 알리고, 지난 대선 때의 심의 결과와 반영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2018년 4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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