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사] 1년 전 광화문의 다짐을 생각해 봅니다
[신년인사] 1년 전 광화문의 다짐을 생각해 봅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1.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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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광화문의 다짐을 생각해 봅니다.

 

 

 

 

  1년 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광화문의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 서있었습니다. 밤을 세워가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과천 관악산에서 내려오는 아침 냉기를 온 몸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목청을 높였습니다. 고대영 퇴진, 이사회 해체 !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 희망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부적절한 인물들은 물러났고 질곡의 9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KBS가 시작됐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상황을 살펴봅니다. 변화의 노력은 계속됐지만 변화의 흔적은 그다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눈을 돌려 가야할 길을 보지만 안개가 자욱합니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고 가야할 길은 멀고 아득하기만 합니다. 교수들은 2018년의 사자성어도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고 합니다. 우리의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 탓일까요? 냉정히 성찰합니다. 모두가 개혁을 외치면서도 그 대상은 항상 남입니다. 일에 시시비비를 가려보지만 옳은 것은 내 탓이고 그른 것은 남 탓입니다. 주고자 하는 것은 인색하고 얻고자 하는 것은 차고도 넘칩니다. 무엇이 숙제인지 알면서도 해결하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혁의 칼자루를 줄 테니 쥐겠느냐” 물으면 슬그머니 꽁무니 뺍니다. 지난 1년간 이것이 KBS의 구성원 우리가 모두 받아든 성적표입니다. 누구 탓이 아니라 우리 탓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합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조만간 40% 대 밑으로 내려간다고도 합니다. 연초 80%에 육박하던 것과 비교하니 격세지감입니다.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문재인을 선택한 것은 대한민국을 바꾸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낡은 것을 걷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불의(不義)와 타협하지 말고 의(義)를 쫓으라는 요구였습니다. 하지만  바뀐 흔적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낡은 것은 여전하고 새로운 것은 미약합니다. 불의는 여전하고 때론 억울해합니다.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으니 지지를 보냈던 그 시민들이 지지를 거둬가는 것은 아닐까요?

 

  여의도로 눈을 돌려봅니다. 양승동 사장 2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해년(己亥年) 이 시작됩니다. 지난 1년과는 달라야 합니다. 허니문도 끝났습니다. 초보의 미숙함은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심사숙고가 길어지면 결정 장애일 뿐입니다. 사측 내에서 불거지는 불협화음이 커지면 누군가 조직을 통솔하지 못하는 것이고 누군가는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에는 성과가 뒤따라 와야 합니다. 이제는 달라진 것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무엇이 달라질 것이다. 무엇이 좋아질 것이다” 라는 말의 잔치가 오래되면 ‘허풍’ 일 뿐입니다. 

 

  1 년 전 광화문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외친 것은 ‘고대영 퇴진’과 ‘이사회 해체’였지만 우리가 진정 바란 것은 그 다음의 KBS입니다. 그 다음의 KBS가 무엇인지는 내가 알도 우리가 알고 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신발 끈 조여 매고 더 힘차게 달려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다짐합니다.

 

 

 

 

 

언론노조 KBS본부 이경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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