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정례 공정방송위원회 결과 보고서>
□일시•장소 : 2019년 1월25일(금) 본관 지하1층 화상회의실 16:00~17:30
□공방위원
▪노측 : 조성래 수석부본부장, 강성원 부본부장, 임현식 노사국장, 송명훈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사측 : 정필모 부사장, 김의철 보도본부장, 임장원 국제주간, 김현석 정치부장
□안 건
1. 일단 베껴 쓰는 외신보도
2. 폴리널리스트 논란 소극적 보도
3. 재난방송주관방송사 미세먼지 대응, 무엇이 달랐나?
□안건 협의 결과
노측, “4년 전 연구결과 검증없이 보도...외신보도 신중해야”
사측, “전문가 자문 거쳤다...외신 인용 관행 돌아보겠다”
1. 일단 베껴 쓰는 외신보도
2018년 12월28일 1TV 뉴스광장에 <NBC “북, 연구개발서 대량생산으로 전환...2020년 핵탄두 100개”> 리포트가 보도됐다. 이 뉴스는 뉴스광장 1,2부에 이어 12시 뉴스까지 전파를 탔다.
기사의 작성 과정을 살펴보면 당일 03시03분에 연합뉴스가 똑같은 제목의 기사를 올렸고, KBS는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NBC가 보도한 ‘핵탄두 100개’는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NBC는 미국과 영국의 국제관계 연구소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 가운데 북한 핵탄두에 대한 예측은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워크의 인터뷰에서 나온다.
“연합뉴스 =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워크 수석부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생산속도라면 2020년까지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고, 이는 영국이 보유한 물량의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NBC는 전했다.”
NBC를 번역한 연합뉴스, 그리고 연합뉴스를 가져다 쓴 KBS뉴스 모두 리트워크가 왜 이런 분석을 내놓았는지 그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북 핵물질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수집된 것인지, 아니면 북 내부 관계자로부터 핵심적인 제보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지만 기사는 친절하지 않다.
실마리는 로버트 리트워크의 보고서에 있다. 리트워크는 2017년 2월
「Preventing Northkorea’s Nuclear Breakout」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 보고서는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인 2018년 8월 업데이트 됐다)
보고서에서 로버트 리트워크는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의 연구를 인용했다. 그런데 올브라이트의 연구는 2015년에 발표된 것이었다. 다음은 리트워크가 올브라이트의 연구를 인용해 “2020년 핵탄두 100개”를 주장하는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Preventing Northkorea’s Nuclear Breakout」
by Robert S. Litwak
Woodrow Wilson Center
February 2017, Updated August 2018
A 2015 study by David Albright of the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Studies analyzed the possible trajectories for North Korea ’nuclear-weapon programs. The DPRK’s projected acquisition of weapons-usable material was the key determinant driving three alternative futures for the year 2020: a low end projection of 20 weapons; a medium projection of 50 weapons; and a high-end projection of 100 weapons. In the worst plausible growth scenario, North Korea, a failed state, could have a nuclear arsenal just under half the size of Britain’s within three years!
정리하자면, NBC가 보도한 “2020년 핵탄두 100개”는 올브라이트의 2015년 보고서를 인용해 리트워크가 주장한 것이다.
물론 미국 연구기관의 분석과 정세 평가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북한의 이중적 태도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속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따라서 이들의 분석과 정세전망이 아예 보도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내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소한 “2020년 핵탄두 100개”는 새로운 분석은 아니다. 새로운 팩트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2015년의 연구보고서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즉 속보적 가치가 높은 뉴스는 아니라는 말이다. KBS 뉴스에서는 이런 맥락을 알 수 없고, 제목으로 강조된 “2020년 핵탄두 100개”만이 뇌리에 남을 뿐이다.
노측은 영향력 있는 해외 매체라하더라도 모든 팩트는 기본적인 검증을 한뒤 보도하는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핵처럼 민감하고, 분석 주체에 따라 상대성이 강한 의제는 더욱 더 다층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사측은 국내 원자력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거쳤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국회 발언 등을 토대로 NBC의 보도가 사실관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측은 대북 문제를 더 신중하게 다뤄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며, 그동안 외신보도 인용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팩트체크가 소홀하지는 않았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노측, “민경욱 사례 잊었나!...권언유착 스스로 경계해야”
사측, “방송뉴스 못한 것 아쉽다...디지털뉴스로 짚었다.”
2. 폴리널리스트 논란 소극적 보도
1월8일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임명됐다. 명예퇴직 8일만에 청와대에 입성한 것이다. 1월9일에는 여현호 한겨레신문 기자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 기자는 사표를 내고 이틀만에 청와대 문턱을 넘었다.
많은 언론이 ‘권언유착’ 우려를 제기하며 ‘폴리널리스트’ 논란을 보도했다. SBS는 1월9일 <현직 언론인 잇단 청와대행...“전 정권과 뭐가 다른가” 비난>이라는 제목으로 8시 뉴스에 리포트를 내보냈다. JTBC도 같은날 메인뉴스에서 <청와대 비서관급 7명 인사 단행...현직 언론인 또 ‘직행’>이라고 비판했다.
KBS는 방송용 리포트를 하지 않았다. 단지 디지털기사를 통해서만 논란을 짚었다.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KBS에 뼈아픈 기억을 남겼다. 2014년 2월5일, 오전 편집회의까지 참석했던 당시 민경욱 문화부장은 오후엔 청와대에 가 있었다.후배기자들은 “이러고도 KBS가 권력을 감시하는 공영방송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냐”면서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언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한국 정치지형의 특수성이나 언론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직 기자에서 곧바로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언론윤리를 가볍게 본 청와대의 태도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더구나 공영방송 KBS는 그 어떤 언론보다 언론 윤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에 소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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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대해 사측은 노측의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방송 리포트로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디지털뉴스로 상세하게 보도했고 저널리즘토크쇼J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다고 해명했다.
노측, “미세먼지 대응, 재난방송주관방송사 책무 다했나?”
사측, “공포·불안 조장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했다.”
3. 재난방송주관방송사 미세먼지 대응, 무엇이 달랐나?
◇메인뉴스 미세먼지 방송 리포트 보도
| KBS | SBS | MBC | JTBC |
1/11(금)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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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토) | 1 | 1 | 2 | 1 |
1/13(일) | 2 | 2 | 2 | 3 |
1/14(월) | 3 | 6 | 4 | 7 |
1/15(화) | 3 | 6 | 4 | 4 |
1월14일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잿빛 하늘 아래 피할 곳이 없는 암담한 현실에 많은 국민들이 공포를 느꼈다.
이날 재난방송주관방송사인 KBS는 9시뉴스에서 3꼭지를 리포트 했다. 반면 JTBC와 SBS는 각각 7꼭지, 6꼭지를 보도했다. 타 방송사는 실내 공기질 문제까지 아이템을 확장하며 공세적으로 보도를 이어간 반면, KBS의 뉴스는 단정했다.
이튿날도 뿌연 하늘은 그대로였고 KBS는 전날과 비슷한 기조로 3꼭지를 보도했다. 이날도 SBS는 6꼭지, MBC와 JTBC는 4꼭지를 보도했다.
KBS가 재난방송주관방송사이지만, 최소한 양적인 측면에서는 타 방송보다 소극적이었다. 뉴스 뿐만이 아니다. 정규 뉴스 이외에 미세먼지와 관련해 다른 긴급 프로그램도 편성되지 않았다.
물론 미세먼지가 아직 법적 지위로서 ‘재난’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규정하는 ‘재난’의 범주에 지난해 폭염과 한파가 포함됐지만, 여기에 미세먼지를 포함시키는 개정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그렇다고 국민의 체감도 이러할까. 이미 공포 수준이 되어버린 국민들에게 미세먼지가 자연 재난이냐, 사회적 재난이냐를 따지는 것은 지극히 관료적인 발상으로 비칠 따름이다. 법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최소한 언론의 영역에서는 중요한, 피할 수 없는 핵심 의제인 것은 분명하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상 재난방송주관방송사라는 KBS의 법적 책무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입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앞서는 최우선 가치다. 이런 측면에서 메인뉴스 방송 리포트의 개수는 그 질적인 측면을 떠나 미세먼지를 대하는 공영방송 KBS의 ‘태도’의 문제로 읽히기도 한다.
그동안 KBS의 미세먼지 보도는 일관되고 깊이 있는 리포트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보도국의 특정 한두 부서에만 맡겨둔 채 재난방송주관방송사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자칫 공포와 불안 심리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 또한 적극적인 자세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력으로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노측은 이번 공방위에서 미세먼지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의제에 있어서 KBS는 보도국을 넘어 전사적 차원에서 그 역할을 고민하고 압도적인 포퍼먼스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측은 재난방송주관방송사라는 법적 책무가 거추장스러운 ‘의무’가 아니라, KBS의 우월적 ‘권한’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대해 사측은 미세먼지 대응은 질적인 측면에서 타사와 차별화해왔다고 밝혔다. 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 스케치나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재난방송주관방송사로서 KBS의 책무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며, 조직 개편을 통해 재난방송센터가 신설되면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