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 예산안 날치기 보도
KBS '뉴스9' 예산안 날치기 보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12.1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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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무려 430억원을 확보했고...’ ‘가장 많이 확보한 의원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으로.. 천억 넘게 배정받았습니다’ 지난 9일 우리 9시뉴스 리포트 ‘치고 받는 와중에 챙길 건 다 챙겨’의 일부분이다. ‘무려 430억원’은 사례 가운데 첫 번째고 ‘가장 많이 확보한 이상득 의원 천억’은 30초 이상 지난뒤 나오는 사례의 마지막 부분이다.

‘무려 430억!’이면 ‘천억’에는 어떤 수식어가 어울릴까? 남들은 다 1,600억이라고 하는 걸 ‘무려’ 600억이나 깎아 ‘천억’으로 했지만 그래도 ‘무려 1,000억’으로 첫 사례가 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대입 논술시험이었으면 분명 낙제점일 이런 사태가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뉴스’라는 KBS 9시뉴스에서 가능한 것일까?

 

날치기를 날치기라 하지는 못할지언정..

 

방송뉴스에서 ‘날치기’라는 단어는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이번의 경우도 3사 모두 ‘단독 처리’로 표현했다. 그러나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KBS는 그냥 ‘단독 처리’였지만 타사들은 모두 ‘단독 강행 처리.’였다. ‘강행’이란 단어를 쓰지 않음으로써 한나라당의 예산안 처리는 최소한의 ‘하자’도 없는 정당한 권한 행사가 된 것이다.

이런 단어선택의 ‘자기 검열’은 남들은 다쓰는 ‘형님 예산’,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라는 보편화되고 핵심을 찌르는 단어선택을 주저하게 만들어 결국 위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봐주기’, ‘권력 눈치보기’로 이어진다.

권력 눈치보기의 절정은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의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대한 폭력 동영상’ 누락 건이다. 상대사가 이미 1시간 전에 소개한 ‘충격적인 동영상’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최근 KBS를 좀먹고 있는 ‘권력에 누가 되는 것은 욕먹더라도 눈감겠다’는 자폐아적인 몰염치에 다름 아니다.

 

‘난장판 국회’로 덮는 집권당의 의회 폭력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민주당이 피해자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폭력 동영상’을 소개하지도 않으면서 국회 폭력사태를 소개하고, 그것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폭행을 당하는 것을 앞세워 마치 ‘한나라당이 피해자인 것처럼’ 비춰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원들에 둘러싸여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몸싸움을 하던 최영희 의원의 ‘몸부림’을 ‘발길질 폭력’으로 ‘클로즈업’한 것은 KBS의 ‘렌즈’가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이러한 인식의 경향성은 ‘물리적 충돌은 야당이 중앙홀을 점거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는 멘트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거대 집권당이 폭력의 피해자로 인식되는 순간 ‘난장판’ ‘육탄전’ ‘전쟁터’ ‘전운’을 조성한 것은 야당의 폭력이 되고, ‘파행 악순환 언제까지’ ‘폭력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듯 해도 결국 폭력의 책임은 야당에 귀결되는 것이다. 그러니 파문이 커지자 본인 스스로 잘못을 공개 사과하기까지 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의 폭력 동영상’은 알고도 소개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더구나 “‘너나 없이’ 지역구 예산은 대폭 늘었”으니 ‘그놈이 그놈이지!’. 차분하고 분석적인 기사는 없이 이처럼 국회를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 얻으려는게 무엇인가?

 

권력 눈치 보기에 무너지는 KBS의 취재 역량

 

안타까운 것은 이런 ‘자기 검열’ 과정을 거치며 KBS 정치부의 취재 역량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형님 예산 1,600억’ 증가 물타기 기사와 ‘폭력 동영상 누락’은 함량미달 리포트와 기사누락으로, ‘권력 눈치보기’가 아니면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국회 폭력’ 리포트 기사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입 안쪽을 여덟바늘 꿰맸다’고 밝히면서도, 당일 다른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모두 알았을 그 원인은 전혀 설명하지 않은 것은 ‘기사의 기본 개념’을 상실한 것이었다.

이번 예산안 처리 시기 KBS 9시뉴스만 보면 도대체, 왜 여.야가 극한 충돌을 했는지 알길이 없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대강 사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단 이 한마디로 9시뉴스가 전한대로 ‘난장판’, ‘전쟁터’가 된 국회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한나라당이 결사적이었다’든지, ‘이재오 특임장관이 나서면서 여.야 대화가 실종돼 상황이 악화됐다’든지 아니면 ‘여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에 야당은 투쟁에 집착할 뿐 대화와 타협은 사실상 없었다’든지 하는 분석은 기대하기 어려운가? 중점 추진 예산안의 누락으로 여당이 내홍에 휩싸일 정도로 이번 처리과정은 어느 매체의 지적처럼 ‘3년 연속 부실 처리된’ 것이었다. 과연 언제까지 KBS 뉴스는 타사뉴스나 인터넷 뉴스를 참고해야만 이해가능하다는 품평을 들어야 하는가?

4대강 공사로 수자원공사에 특혜를 주는 ‘친수구역 특별법’과 원전 수출 댓가로 준비된 것이라고 비판 받았던 ‘UAE 파병안’이 통과된 사실을 KBS 9시뉴스는 전혀 전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중요하고, 논쟁적인 기본 사실조차 전하지 않고 사흘 지난 리포트에선 ‘UAE 파병’이 이렇게 이뤄진다고 기술적인 설명만 하고 지나갈 수 있는가?

우리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스스로’ 만든 리포트라고 믿고 싶지 않다. 그 뛰어난 기자들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을 반복한다고 믿을 수 없다.

‘한나라당 당보라고 해도 좋은 KBS 9시뉴스’라는 비아냥을 마냥 비아냥이라고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가? 우리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파, 지향점을 가진 뉴스를 요구하는게 아니다. 최소한 헌법과 상식에 기반한 국회의 기본 기능, 민주주의적 절차에 천착하는 기사작성과 비평을 바랄 뿐이다. 그것이 ‘공영방송 KBS’ 정치부 기자의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KBS 정치부 기자들이여 눈을 떠라! 그대들의 굴종과 침묵이 KBS뉴스를 좀먹고 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드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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