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인가? '국정홍보마당'인가?
'아침마당'인가? '국정홍보마당'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0.12.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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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KBS 직원인 A씨는 아침에 KBS 1TV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촛불시위 이후 좀처럼 TV에서 볼 수 없
었던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이 <아침마당>에 출연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 A씨는 쇠고기 졸속협상의 주역이 한식의 세계화 운운하는 모습을 보고 ‘토할 것 같았다’고 한다.
이런 불쾌한 감정을 느낀 것은 비단 A씨만은 아니었던 듯. 방송이 나간 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왕굴욕 협상’의 주인공이 아침마당까지... 참 얼굴 표면 두꺼우시더라고요” “서민들에게 친근한 프로그램으로 교묘히 위장한 청와대 홍보방송임을 자처하신 건지” 등등. 시청자들의 비난은 신랄했다.
정운천 씨가 아침마당에 출연한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일까? 그날 그는 전직 농림부 장관이 아니라 한식재단 이사장 격으로 출연했다. 촛불시위를 비난하거나 쇠고기 협상을 변명하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대통령 부인의 한식 세계화 동을 홍보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한식의 우수성을 역설하고 자신의 인생역정을 들려주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침마당> 출연은 그 의도가 수해 보이지 않는다. 그가 출연하기 엿새 전인 8일, 한
나라당은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날치기 직후 템플스테이예산과 각종 복지예산이 무더기로 잘려나간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그 와중에 통령 부인이 추진하는 ‘뉴욕 한식당 50억’ 예산이 날치기 통과된 사실도 밝혀졌다. 결식아동 급식,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은 전액 삭감하면서 ‘형님예산’, ‘영부인예산’은 기를 쓰고 챙긴 정부여당의 뻔뻔함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런 시기에 정운천 씨의 출연은 너무도 절묘했다. 대통령부인의 역점사업에 대한 비난여론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출연이 유발한 효과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정운천 씨가 <아침마당>에 나온지 이틀 후인 18일, 그가 한나라당 고위원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틀 뒤 그는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민동석 씨에 이어 정운천 씨의 복귀가 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2년 전 쇠고기 협상은 정당했으며, 잘못은 MB정부가 아니라 ‘촛불세력’에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운천 씨의 복귀에 대한 비난여론이 뒤따랐다. 정운천 씨는 오로지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아침마당>출연을 결심했을까? 이틀 전이면 이미 최고위원 임명이 결정됐을 수도 있다. 그날 <아침마당>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은 사실상 한식재단 이사장 정운천이 아니라 ‘촛불끄기’의 선봉에 선 정치인 정운천이었다.

정부정책 홍보장으로 변질된 <아침마당>

 

올해 들어와 <아침마당>에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정운천 이사장편도 그 시리즈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추석에는 이명박 대통령부부가 출연해 대통령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7월에는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한나라당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이 나왔다. 그 외에도 전 한나라당 의원인 이재창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역시 전 한나라당 의원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위원장,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친여권 인사들이 무더기로 출연을 했다.

여권,관변 인사 출연 및 관제 기획 <아침마당> 사례 (2010년)

반면 2009년, 2008년에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출연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대선 직후 이명박 당선인 부부가 출연을 한 적이 있고, 그 외에는 한명숙 전 총리, 김문수 경기지사,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아침마당>에 정치인들, 특히 여권 인사들의 출연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의 잦은 출연과 함께 또 하나의 문제는 최근 <아침마당>이 정책 홍보에 단골로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3일에는 ‘G20 서울 정상회의 D-100 특집’을 방송했고, 이후에도 ‘G20기획’을 무려 다섯 편이나 내보냈다. 6월 8일에는 새마을운동 40주년을 맞아 세계로 진출하는 새마을 운동의 의미를 역설했다. <아침마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국가정책을 홍보하고 국민들을 계도하는 프로그램으로 탈바꿈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이나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침마당>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침마당>은 20년 가까이 여성들과 서민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치인 개인이나 정부정책의 업적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데 이만큼 좋은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인들의 출연이나 정부정책 홍보성 아이템을 다루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지만 지금 <아침마당>은 그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사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에는 <아침마당>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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