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느니 차라리 재가 될 것이다!
요사이 사측은 MB특보 김인규 사장의 KBS 접수가 끝났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김현석 기자에 대한 보복인사와 김덕재 PD협회장에 대한 부당징계를 봐서도, 일방적인 정권홍보방송의 편성과 방송을 봐서도 그렇다. 사측의 태도에서 이젠 일말의 주저함이나 눈치보기를 엿볼 수 없다. 뻔뻔한 그들의 태도는 승리한 자의 자만, 바로 그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측은 종이 협약 한 장, 기본급 인상없는 보너스 몇 푼으로 노사대표가 화기애애 떡을 써는 신년기념사진 촬영에 성공했을 뿐더러, 말 잘 듣는 중간 간부들을 재촉 동원해, 아주 정성들여 온갖가지 정권 홍보용 신년특집과 보도특집들을 제작해 청와대에 상납까지 했으니 이게 승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보복인사,부당징계...수신료 거부운동을 부르는 ‘관제화’
하지만 그들이 승리에 취해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KBS 내외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관제화’에 대한 분노와 혐오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사측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KBS에 대한 인내가 내외부적으로 이제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촌스러워 측은하기까지 하다.’ 신년에 벌어진 KBS의 각종 관제 홍보방송을 본 어느 대학생의 소감이다. 이 대학생은 홈피에 1박2일과 개그콘서트를 인터넷 홈피나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런 저질 관영방송의 시청률 경쟁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미 여러 시민단체와 시민사회 인사가 수신료 거부 운동을 천명하기도 했다.
임계점 넘어선 ‘기도비닉 부역방송 시스템’
내부적으로는 ‘부역’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요사이 여러 관제성 뉴스와 프로그램의 제작은 바로 옆의 동료조차도 누가 만드는지 잘 알 수 없다. 부역에 차출당한 기자와 PD는 부끄러울 뿐이고, 그 일을 시키는 중간 간부는 쉬쉬하며 있는 듯 없는 듯 빨리 넘어갔으면 좋을 뿐이고, 높은 간부는 오직 사장만을, 사장은 오직 MB만을 시청자로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이니 당연히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그 과정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기도비닉(企圖秘匿) 부역방송 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당연히 앞으로 프로그램을 둘러싼 팀내부, 간부와 평직원들 사이의 갈등은 커지고 격화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이런 시스템을 제작자들이 견디기에는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KBS인의 부끄럽지 않을 권리를 위하여!
새 노조와 구 노조는 확실히 ‘감수성’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신년에 우리는 확인했다. 바로 떡썰기 이벤트에서이다. 비록 사측과 임금협상과 단협이 마무리 됐다고 한들, 새 노조의 감수성으로는 그러한 구 노조의 이벤트 동참은 참으로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러한 감수성의 문제를 넘어 구 노조의 행태는 내부 비판세력을 모두 잠재웠다는 섣부른 오판을 사측으로 하여금 하게 했다.
오판은 파국을 낳을 뿐이다. 승리에 취한 사측에 경고하지만 언론노조 KBS본부의 투쟁은 쉬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적어도 부끄럽지 않을 권리를 쟁취하기 전까지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지가 되느니 차라리 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