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하는가?
또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하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2.07 16: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하는가?

김미화 씨와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쓸데없는 곤욕을 치른 사측이 또 다시 소모적인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내일(8일) 밤 방송예정인 <시사기획 KBS10> '국가인권위‘ 편에서 당초 윤도현(가수) 씨가 내레이션을 맡기로 섭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측 제작책임자들이 완강히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제작 실무진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에서 윤도현 씨를 내레이터로 섭외한 것은 윤 씨가 마침 ‘인권위원회 홍보대사’인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홍보대사가 직접 ‘인권위원회’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아준다면 프로그램의 취지나 시청자에 대한 효과 면에서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측은 윤도현 씨가 ‘내레이터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고, 특히 시사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적이 없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불가를 고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가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방송 관계자라면 누구나 안다.

윤도현 씨는 KBS에서 다수의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한 적이 있는 베테랑 진행자다. 또한 KBS와 MBC, SBS 등에서 다수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은 적이 있다. 이 가운데는 '탈북청소년 문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시사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사측이 윤 씨의 내레이션을 기를 쓰면서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윤 씨에 대한 거부는 윤 씨가 평소 사회 참여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이른바 ‘의식 있는’ 연예인이라는 점과 이른바 지난 정권의 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선입관’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추측은 윤 씨에 대한 섭외가 이미 끝나고 ‘종편’과 ‘더빙’ 작업만을 남긴 시점에 뒤늦게 사측 제작 간부들이 부랴부랴 반대를 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확신을 갖게 한다. 담당 부장과 국장은 그동안 제작자로부터 윤 씨를 내레이터로 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제작자는 담당 팀장을 통해 수차례 보고했음을 제작자와 주변 사람을 통해 확인했다.

KBS는 이미 지난해 여름, 김미화 씨와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쟁을 벌이며 고소, 고발까지 가는 쓸데없는 소모전을 치른 바 있다. 특정인에 대한 방송 불가를 주장하려면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합리적인 이유를 내놓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제작 자율성을 위해서라도 실무진의 판단과 결정을 함부로 뭉개서는 안된다. 제작진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방송 불가 사유에 대해 당사자인 윤도현 씨가, 그리고 시청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불을 보듯 뻔한 ‘블랙리스트’ 논란을 사측은 또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이래놓고도 정말 KBS에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11년 2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8대 집행부 본부장 박상현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13 KBS누리동 2층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