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침출수 재앙' KBS는 왜 외면하는가?
'구제역 침출수 재앙' KBS는 왜 외면하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2.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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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호 (2월 다섯째 주)

 

‘구제역 침출수 재앙’KBS는 왜 외면하는가?

 

구제역으로 인한 사상 최악의 가축 매몰 사태에 이어 침출수 피해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KBS 뉴스에서는 구제역 침출수 보도가 갑자기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는 구제역 침출수는 ‘괴담’임을 강조하는 듯한 정체불명의 특집이 방송됐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구제역 침출수 보도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구제역 점검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났을 때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과학적 근거 없는 괴담이 돌아 걱정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과학적으로 증명해서 이해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이른바 구제역 침출수 우려에 관한 문제를 괴담수준으로 격하시키며 국민 이해의 문제로 전환시켜 버린 것이다. 사실 모든 문제를 ‘국민의 과학적 교양지식 부족’으로 돌려버리며, 국민과 싸우자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야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라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런데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발언 이후 KBS 보도에서 구제역 침출수 문제가 갑자기 사라지다시피 하고 있다.

9시 뉴스에는 문제가 된 2월 18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포함한 2건의 보도 이외에 26일(토)까지 단 2차례의 보도가 있었을 뿐이다. 특히 갑작스런 강우로 침출수 피해가 우려되는 데도 불구하고 금요일, 토요일을 걸쳐 단 한차례밖에 보도되지 않은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9시뉴스 침출수 보도 (2011년 2월 18일 ~ 26일)

 

일시

제목

배열순서

2월 18일

구제역 매몰지 허술, 야생동물 무방비 노출

대통령 “내달 말까지 매몰지 정비 완결하라”

14번째

15번째

2월 21일

16번째. 구제역 가축 매몰지 침출수 첫 정화

16번째

2월 26일

14번째. 상수원내 매몰지 급히 이전…관리도 비상

14번째

 

 

구제역 침출수 아이템을 자제하라고? 왜?

그 배경의 일단에는 간부진의 침출수 보도 자제 요청이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일부 제작 현장에서는 ‘구제역 침출수 아이템을 자제할 것’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 지시를 누가, 어디까지 하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사불란하게 침출수 보도가 사라진 정황을 봤을 때 명백히 권력층의 지시이든 현 KBS간부진의 ‘알아서 기기’든 권력에 불편한 내용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시에서 시작한 구제역 대재앙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초동대응에도 실패했으며, 백신 접종 시기조차 놓쳐 소, 돼지 340만 마리를 땅에 파묻은 일대 사건이다. 구제역 사태는 이제 축산업의 붕괴를 넘어 물가폭등, 환경재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이 시기 구제역만큼 중요한 탐사보도 거리는 없음이 당연하다. 그런데 KBS는 구제역 사태와 관련 탐사보도를 오히려 외면하고 정부가 변명할 수 있는 장 마련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긴급진단> 구제역, 환경 피해는 없나? (2011. 2/26 19:10∼21:00)

지난 토요일(26일) 무려 1시간 50분이란 긴 시간에다 저녁 7시와 8시라는 황금시간대에 배치한 긴급좌담이 그런 예이다. ‘긴급진단, 구제역 환경피해는 없나?’라는 제목으로 나간 토론 프로그램은 일단 그 기획의도가 매우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목대로 구제역 환경 피해의 정확한 실상을 이해하자고 한다면 당연히 심층취재가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 책임의 당사자인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시종일관 구제역 침출수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유언비어’, ‘괴담’으로 매도하며 정부의 정책실패를 변명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MC는 클로징 멘트에서 IMF때 금모으기를 했던 것처럼 국민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프로그램 어디에도 구제역 대응에 대한 과오를 규명하고 침출수 피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겠다는 기획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구제역과 관련, 이런 비언론적, 퇴행적, 관료적 태도는 지난 1월 6일 ‘구제역 비상! 출구는 있다’ 편(저녁 5:20~7:00 1TV)에서도 노골적으로 보여졌다. 행안부 장관에다 농수산부 국장, 탤런트 등이 출연한 이 특별생방송에서도 정부의 구제역 관련 대책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70년대 새마을운동 시대 방송처럼 국민들이 정부시책을 따라줄 것을 호소하고 홍보하기에만 급급했다. 정부야 촌스러워질 수도 있다지만, 촌스러움이란 곧 죽음을 뜻하는 방송국에서 어떻게 이런 기획이 나올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은 편제위 상정안에도 버젓이 ‘구제역 극복을 위한 국민홍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KTV가 사업영역 침해로 울고 갈 일이다.

 

사상최악의 구제역 재앙.. KBS는 언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지난 18일자 미디어오늘에는 “이명박 정부 겨냥한 ‘조선일보 칼날’ 왜?”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조선일보가 2월 7일자 1면에 <구제역 가축 매몰지 봄이 오면 무너진다>라는 구제역 침출수 문제를 머리기사로 내보낸 이후 미숙한 정부대처에 대한 기사가 봇물처럼 터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조선일보의 의제설정 능력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물론 미디어오늘 기사는 종편 특혜를 노린 조선일보의 정치적 술수를 비판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구제역 문제에 관해 조선일보는 그 의도와 상관없이 가장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문제를 가장 언론적으로 푼 것이다. 그것이 구제역에 관한 한 조선일보의 의제설정 파워를 갖고 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언론의 파워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의 힘이란 결국 사실에 기반하고 날이 벼린 비판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등의 프로그램들은 국가적 재앙으로 번진 이번 사태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침출수 소문은 괴담이다’, ‘잘잘못 따지지 말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되뇌고 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구제역으로 흉흉한 민심을 돌려보려는 정부의 의도에 KBS가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구제역 침출수 문제를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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