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취재’, 안전 대책은 있는가?
‘일본 지진 취재’, 안전 대책은 있는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3.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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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취재’, 안전 대책은 있는가?

- 취재진의 고통과 피해를 당연시 하지 말라!

“방사능 누출된다고 여기서 어떻게 알겠어요?” “취재하다보면 땅이 흔들려요” “아침 먹고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저녁에야 먹을 수 있어요”

일본 지진을 취재중인 KBS 제작진이 KBS 본부를 통해 전달한 통화내용이다. 현재 KBS 본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보도본부에서만 30여 명의 취재인력이 일본 피해 현장에 파견돼 고군분투하며 취재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콘텐츠본부 소속 PD와 제작리소스센터 카메라 감독 10여 명도 현장에 급파됐다.

이 가운데에는 폭발이 일어나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는 후쿠시마 원전 부근까지 접근해 취재를 한 인력도 다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도국 역시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 1팀의 취재진을 오늘까지 상주시키며 뉴스 제작에 참여토록 했다. 오늘 철수를 지시했다고는 하지만 타 방송사 취재진의 경우 어제 이미 철수한 것을 감안할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실 이번 일본 지진 피해 지역 취재는 잇따른 여진과 원전 사고 우려 등으로 인해 그 어느 지역, 어느 때보다 위험하고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취재진의 안전을 위해 어떤 사전적인 조치가 이뤄졌는지를 살펴보면 암담할 따름이다. 지진과 방사능 누출 지역 취재에 대한 기본적인 사전 안전 교육은 전혀 없었다. 안전 교육을 못하더라도 위험지역 취재 매뉴얼이라도 배포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방사능 누출 우려 지역 취재에 필요한 기본 안전 장비도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이는 ‘위험지역 및 특수위험 상황시 방송제작(취재)과 보상에 관한 기본 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취재진의 안전 문제만이 아니다. 먹고 자는 등의 기본적인 것조차 취재진 스스로 현장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 50명 가까운 취재인력이 급파됐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현장 지원팀은 전혀 없다. 이러다보니 하루에 한 끼 식사하는 것이 다반사다. 밤마다 숙박시설을 구하지 못해 잠자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기 일쑤다. 24시간 만에 처음 컵라면으로 배를 채웠다는 한 취재진의 얘기는 과연 KBS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지를 의심케 한다. 대부분의 취재진이 기름마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위험지역을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는지 조차 장담할 수 없다. 현장에서는 만일의 사태 발생하더라도 간단한 방독면조차 구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사실상 난민 상태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기자와 PD들 니들이 현장에서 알아서 하라며 손을 놓은 채 방치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중동, 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를 취재하던 취재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여건 속에서 목숨을 무릅쓰고 취재를 강행해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우리 조합원을 비롯한 수많은 우리 취재진이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에 대해 조합원의 권익을 책임져야할 노동조합으로써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또한 사측에게도 차제에 조합과 협의하여 취재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위험지역 취재 지침’을 개정하고, 구체적인 ‘취재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이번 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취재하고 온 모든 취재진에 대해 즉각적인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직원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1년 3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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