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 KBS초등학교 학생 여러분
[33호] KBS초등학교 학생 여러분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3.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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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에서는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황당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사가(社歌)가 사내를 울려 퍼진다. 우리는 KBS~ 기쁨과 행복을 함께하리라~ 이 노래를 들으면 애사심을 함양된다는 것이다. 사원들 개인 차량에 허락도 받지 않은 수신료 홍보 스티커가 부착됐다. 휴대전화 컬러링도 어느 날 갑자기 수신료 홍보멘트로 바뀌었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사기업에서도 벌어지기 힘든 일들이다.
이 같은 행태는 김인규 사장이 취임한 이래 KBS에서 진행된 퇴행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상명하달 구조가 강화되고, 제작 자율성과 방송의 독립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무너져 내리고, 코비스 게시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사내 소통 구조가 붕괴된 일련의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KBS는 수업시간에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하고, 오후 6시가 되면 길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애국가를 듣는 국부독재 시절 교육기관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이제 직원들을 쉽게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듯하다. KBS 사내 문화가 10년 전을 넘어서 70년대로 회귀하고 있는 징후들이다.

왜 우리에게만 애사심을 강요하는가


“여보, 차 뒤에 붙은 게 뭐야? 당신이 붙였어?” KBS에 다니
는 김 아무개 기자는 주말에 가족을 태우고 운전을 하다 뒷유리에 뭔가가 붙어있는 것을 룸미러로 발견했다. “내가 붙이기
는... 당신 회사 수신료 올린다는 내용인데.”
김 기자는 뭔가 좀 불쾌했다. 월요일 출근해서 사정을 알아
봤다. 상당수 동료들의 차에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회
사에서 일괄적으로 붙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통상적으로 회사 홍보 스티커는 사원들에게 나눠주고 붙이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아니었다. 김 기자는 며칠 뒤 스티커를 직접 떼어냈다. 찝찝한 기분이었다.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입에서 욕이 나왔다.

2백만 원 들인 수신료 스티커... 욕만 먹어
2월 28일 코비스에는 홍보주간 명의의 업무공지가 하나 올라왔다. 직원들 차량에 수신료 홍보 스티커를 부착할 것이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홍보실은 다음날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해 직원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 스티커를 일괄적으로 부착했다. 스티커 인쇄비와 아르바이트 인력 고용비용 등을 포함해 모두 225
만 원이 들어갔다.
무단 광고물 부착은 10만 원 이하의 경범죄에 해당된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순수한 개인 소유물에 회사가 허락도 받지 않고 손을 댈 수 있다는 발상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직원은 코비스 게시판에 “제 개인 재산에 소유주 동의도 없이 뭔가를 했다는 것이 매우 불쾌했습니다. 안전하라고 내 돈 내가면서 주차하는 회사 주차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어이가 없습니다.”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정작 사장 차에는 수신료 스티커를 붙이지 않아

본관 지하1층 주차장은 사장과 본부장급 임원들의 관용차가 주차된 공간이다. 3월 8일 이 주차장에 가봤다. 당시 본관 1층 주차된 사장과 임원들의 차량에는 수신료 스티커가 단 한 장도 붙어있지 않았다.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세차 상태가 완벽하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홍보실에 문의해봤지만 아르바이트 직원이 붙이지 않은 것인지, 붙였는데 떼어버린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겉으로는 수신료 인상에 나서자고 떠들면서도 작은 일조차 솔선수범하지는 않고 있었다.


스티커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컬러링도 어느 날 일괄적으로 변경됐다. 수신료 인상을 홍보하는 멘트였다. SKT에 확인해본 결과 법인 대표가 일괄적으로 컬러링 변경 신청을 했으며 컬러링 설치 대상은 총 5,080회선이었다. 한 회선 당 비용은 900원 씩, 모두 450여 만 원이 지출됐다.

사측은 회사 유선 전화 수신음을 수신료 홍보멘트로 바꾸면서 휴대전화도 똑같이 적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
와서 시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전체주의와 애사심의 차이는?”
컬러링 변경은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다. 한 조합원이 “전체주의와 애사심의 차이는 종이 한 장입니다”라
는 제목으로 코비스에 올린 컬러링 강제 변경 비판글은 1,600건이 넘는 조회수와 42개의 댓글을 기록
했다. 한 조합원은 댓글에서 “우리는 자유 민주국가에 살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창의성을 강조해야 할
방송국 사람들입니다.
파시즘적 발상으로 직원들, 나아가 국민들 괴롭히지 말길 바랍니다.”라고 꼬집었다. 사측은 직원 전체를
‘수신료 돌격대’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쇼비니즘을 내세우며 개인의 개성과 인권을 말살하는 전체주의
의 발상과 유사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3월 10일 현재 5,000여 회선 가운데 1,000여 선의 회선이 수신료 컬러링을 해지했다.

그럼 사장의 컬러링은 어떤 멘트가 나올까.
2001로 끝나는 사장의 휴대전화에는 띠리리리~~ 하는 그냥 전화 수신음만 흘러나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점심시간 직전, 퇴근시간 직전 KBS 사무실에는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있는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애사심은 물론 민족정신과
인류애마저 고취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 가사를 자세히 감상해보자.

1 밝은 미래를 함께 여는 우리는 KBS / 새시대 새로움으로 이 세상을 가득 채운다
우리의 진실한 열정은 세계를 밝혀주리라 / 우리는 KBS 사랑과 정의를 전해주리라
우리는 KBS 기쁨과 행복을 함께하리라 / KBS 한국방송

2 맑은 지혜가 샘 솟는다 우리는 KBS / 사랑과 믿음이 모여 동서남북 하나가 된다
우리의 인류애로 온 누리엔 평화의 꽃 피어난다 / 우리는 KBS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리라
우리는 KBS 이 세상 환하게 비춰주리라 / KBS 한국방송


사장은 옆 사진과 같은 모습을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사가(社歌)로 하나되는 KBS 한국방송! 사가에 KBS라는 이름 대신 OO초등학교, OO출판사를 넣어도 뜻이 이렇게 잘 통할 수 없다. 사통팔달 뜻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 궁극의 보편성을 획득한 진정한 사가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사가를 바꾸는데 2,800만 원이 들어갔다.

 

 

<주요기사>

2면 : KBS에 전체주의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70년대로 회귀한 KBS문화.

사장 차에는 수신료 스티커가 없었다

휴대전화 컬러링도 회사돈으로 해주는 고마운 사장님

사가는 애사심을 용솟음치게 하리라

3면 : 기자협회, 고대영 본부장 제명투표 실시

김현석 기자는 도대체 언제 돌아오나

표적징계.표적심의-KBS사측.방통심의위 추적60분 길들이기 합동 작전

4면 : 공추위보고서-일본지진취재 안전대책은 있는가?

전국에서 가장 좋은 사무실-강원지부 개소식

이강택 조합원, 언론노조 위원장 당선

5면 : 공추위보고서-23초, 쌍용차 희망 퇴직자 사망 보도

편파방송 종결자, 길환영을 어서 종결하라

6면 : 하늘이 무너져도 대통령님은 앞에 크게 보도하라

[시론]KBS의 완장들

재잘재잘 트위터세상

7면 : <만두양이 만난 사람>PD수첩에서 쫓겨난 MBC 최승호 PD

[서평]저널리스트의 글쓰기, 제대로된 인도이야기<인도, 끓다>-이재강 저

8면 : 하종강의 노동과 꿈-우리가 노동문제에 대해 무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신여의도18-KBS에서 장기매매가 벌어지고 있다는데........등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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