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마우스피스-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KBS 뉴스
MB의 마우스피스-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KBS 뉴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4.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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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4월 둘째주>

MB의 마우스피스-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KBS 뉴스

-신공항 공약 파기 KBS 뉴스9 분석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관련 특별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전 조율’이나 ‘각본’ 없이 진행된 최초의 회견이었다고 한다. 이전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모두 사전각본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긴 했지만, 그래도 이날 기자회견의 형식 자체에 대해선 꽤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KBS 뉴스였다. 청와대는 나름대로 회견의 형식에 변화를 모색해서 진정성과 소통의 모습을 보이려 한 것 같지만 회견을 다룬 KBS 9시 뉴스는 MB의 확성기 역할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했다. 대통령의 공약 파기 행위를 ‘국익’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합리화, 정당화하는 논조가 주를 이뤘다.

‘국익을 위한 결단’ 일방적 주입

이날 KBS 9시 뉴스는 대통령 회견을 톱부터 모두 4꼭지로 다뤘다. 이 가운데 2건이 신공항 관련 회견 내용, 1건은 정치권 반응, 나머지 1건은 독도와 북한 문제였다. 이날 회견에서는 모두 7명의 청와대 출입기자가 신공항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다. 사전 질문지를 내지 않아도 됐던 탓인지 제법 날선 질문도 있었다. 하지만 9시 뉴스의 관련 리포트에선 기자들이 한 질문 내용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대신 뉴스 시청자들은 대통령의 ‘확신에 찬 어조’와 ‘국익’을 위한 결단을 일방적으로 주입당해야 했다.

신공항 관련 2꼭지의 리포트엔 국익이라는 단어가 5번이나 들어갔다. 대통령의 사과 멘트로 시작된 톱 리포트는 결국 “앞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전력을 쏟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공약과 국익이 상충되면 국익이 우선이라며 이번 결정은 국익을 위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됐다. 톱 리포트에서 이처럼 국익이 ‘거듭 강조’됐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뒤에 이어지는 앵커멘트와 기자 리포트는 또 국익을 들고 나온다.

<4월1일 뉴스9>

앵커멘트 : 이명박 대통령은 40분 동안 진행된 오늘 회견에서 신공항 건설 백지화 가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멘트 : 공약 무산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 대통령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확신에 찬 어조로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설명했습니다.

KBS 김인규 사장은 틈만 나면 방송뉴스에서 객관성과 사실성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하지만 이상하게 KBS 뉴스는, 특히 대통령 관련 뉴스는 이처럼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라거나 “확신에 찬 어조”라는 류의 ‘어조’가 동원되는 이른바 인상비평식의 주관성이 도처에 개입되고 있다. 요즘은 수습기자도 이런 주관적 표현은 방송뉴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주관적 표현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37분간의 회견 동안 ‘당황한 표정으로’, ‘목이 메서’, ‘힐난하는 어조로’ 등의 주관적 표현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순간도 수없이 포착할 수 있다. “억지논리를 내세워 약속위반의 정당성을 강변했습니다.”라는 멘트도 가능하다.

 

 

‘국익’은 각자의 입장에 따른 주관적 개념

 

리포트에서 반복되는 ‘국익’이란 단어의 개념은 이미 학계의 연구에서도 드러났듯이 누구나 동의하는 어떤 불변의 가치가 아니다.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제각각인 주관적 개념일 뿐이다. 저마다 국익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 국익의 내용은 다 다르다. 이처럼 불확실한 개념을 어떤 중요한 결정의 핵심 변수로, 특히 대선공약 파기의 구실로 내세우는 것을 KBS 뉴스가 반복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KBS 뉴스의 특정한 지향성을 드러낼 뿐이다.

이날 기자회견 리포트의 또 다른 문제는 톱 리포트와 두 번째 리포트의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두 리포트 모두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과 문책성 인사는 없다는 내용, 또 박근혜 대표에 대한 입장 등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사한 내용의 반복이 시간에 쫓겨서 발생한 단순한 오류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불가피한 선택’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충분하게 대변해 주고자 한 고민의 산물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뉴스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KBS 뉴스는 백지화 발표 때부터 청와대가 내세우는 신공항의 ‘경제성’ 프레임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의 ‘경제성’ 문제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면 대통령의 여러 공약과 그 이행 혹은 파기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정략이나 이해득실 관계를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어떤 사업은 경제성 때문에 백지화되고 또 어떤 사업은 대통령의 신념 때문에 강행되는 모순을 지적해야 하고, 그 배경이 뭔지 살펴서 시청자에게 알려야 한다.

 

사실 이번 신공항 백지화 건의 본질은 단순한 비용·편익 비교분석의 문제 즉, 경제성의 문제 너머에 있다. 책임 있는 언론 기관이라면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잇따르고 있는 이 대선 공약의 파기라는 뚜렷한 정치 현상을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 우리는 흔히 공직자를 선출할 때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말고 사람 됨됨이와 함께 정책과 공약을 따져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직자를 선택할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공약이 여반장처럼 될 때 유권자의 투표 행위는 사실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KBS 뉴스에서는 이런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다. 공약 파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하긴 했지만 그것마저 굉장히 교묘하고, 기만적이었다.

 

공약 파기를 ‘정쟁’과 ‘지역 이기주의’ 프레임으로 처리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지난달 30일 KBS 뉴스는 모두 5꼭지의 리포트를 통해 백지화 결정 이유와 과정, 영남권의 반발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약속 파기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정쟁’ 혹은 ‘지역 간 갈등’의 프레임으로 처리했다. 즉 비판의 목소리는 야당과 지역민들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경제성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 결과를 집중 보도한 뒤 공약 백지화에 반대하는 야당과 지역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공약 파기에 대한 비판을 국익과 경제성을 무시한 무책임한 정쟁, 또는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구도였다.

 

 

<3월30일 뉴스9> MB를 위한 ‘눈물겨운 마지막 한방’...집중점검

 

특히 5건의 리포트 뒤에 배치된 <집중점검-국책사업 냉정해야>는 ‘KBS 뉴스’다운 압권이 아닐 수 없었다. 해묵은 지역공항 적자 문제 등을 다시 끄집어내 신공항 백지화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눈물겨운 ‘마지막 한방’이었다. 지역공항의 과잉투자나 적자 문제는 MB가 대선 공약을 발표할 때나,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지역을 다니면서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할 당시에도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문제 아니었는가?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 현상 뿐 아니라 배경과 맥락(context)까지 독자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의무다. 주요 행위자들의 주장만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칠 뿐이라면 공영방송이 굳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

 

MB의 마우스피스로 전락한 KBS뉴스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던 광고 카피가 있었다. 지금 KBS 뉴스와 청와대의 관계를 이 보다 더 잘 표현한 구절이 또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 여러분, 혹시 일본 원전 사고로 우리가 입는 피해는 없을까 걱정하시는 분 많으신 줄로 압니다. 먼저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본의 방사성 물질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수는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방사능 낙진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나 비과학적인 억측에,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연설 다음날인 3월 22일 KBS 9시 뉴스다.

앵커 멘트 : 방사능 공포는 일본뿐 아니라 피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방사능 괴담’이 사람들 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방사선 오염으로 부터 안전한 만큼 과잉대응을 피하고 일본의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가 이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MB의 마우스피스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이제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 이런 습성이 완벽하게 고착화돼 다음 정권 하에서도 대물림될까 두려울 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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