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KBS 예능PD 엑소더스 김인규 사장에게 묻는다!
'2001 KBS 예능PD 엑소더스 김인규 사장에게 묻는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4.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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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KBS 예능PD 엑소더스

김인규 사장에게 묻는다!

“내가 돈 때문에 나간다구? 정말 돈 때문에???.”

곧 나간다는 설이 분분한 예능국 A PD는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무심코 크게 내뱉고 만다. 이직을 막으려는 선배 간부와 면담을 마친 직후였다. 하긴 돈 때문에 나간다는 생각을 하는 이가 어디 이 간부뿐이랴?

(※注: 본문에 나오는 A PD는 KBS 예능 PD로서, 종편 또는 케이블PP로부터 이미 이직을 제안 받았거나 앞으로 이직을 제안 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상의 인물임을 미리 밝힙니다.)

유력한 이직 대상으로 거론되는 종편이나 케이블 PP가 많은 돈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곳은 정글이다. 준 만큼, 아니 준 것보다 훨씬 많이 빼먹을 것이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조차도 경쟁자다. 옆자리의 동료보다 못하면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유일한 생존 법칙이다. 게다가 사주 앞에서라면 검은 것도 하얗다고 할 만큼 충성심을 보여야한다. 국가권력은 유한하지만 자본의 권세는 반영구적이지 않은가? 선배나 간부 앞에서 또렷하게 소신을 내보이던 태도는 당장 쓰레기통으로 내던져야 한다. KBS에서야 인사상 불이익 정도지만 그곳에서는 바로 게임 오버다.

A PD도 자기가 가려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A는 일찌감치 이직을 결심했다. KBS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KBS에서 예능 PD의 존재라는 것은 언제나 주인 눈치 보며 더부살이하는 객식구 같은 느낌이다. 시청률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있지만 ‘공영방송다움’을 요구하는 내외부의 엄격한 기준은 예외가 없다. 이런 핸디캡을 갖고 있다고 성적(시청률)에 대한 평가가 관대하지도 않다. 한쪽 팔과 다리가 다소 부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꼴이다. 하지만 이도 회사가 그나마 ‘공영방송다웠을’ 때는 감내할 수 있었다. 이제는 아니다.

꼬리무는 관제성 특집...KBS 예능국인가? MB 홍보국인가?

지난 1~2년 사이 KBS 예능국은 MB의 홍보국으로 전락했다. 음악프로그램에 뜬금없이 여권의 유력 정치인을 연달아 출연시키더니 설날에는 그들을 위한 특집 프로그램까지 마련해준다. 사랑의 리퀘스트에서는 여당 국회의원의 선행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열린 음악회는 정권 홍보를 위한 성대한 잔치를 틈틈이 벌려준다. 유력한 재벌 창립자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려던 음악회는 아쉽게도(?) 비난 여론이 폭주하면서 무산된다. 이외에도 천안함, G20 등 온갖 관제성 오더 특집이 쉴 틈 없이 예능국을 뒤흔든다. A는 다행히 그러한 특집에 동원되지는 않았지만 정권의 홍보 담당으로 전락한 동료들을 보며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 입사 이래 KBS 예능 프로그램에 이렇게 많은 비난이, 그것도 정치적 비난이 쏟아진 적은 없었다.

일 잘하는 선배는 한직, 꼬투리 잡히면 징계...널뛰는 인사!

A는 특히, 최근 2~3년 사이 이뤄진 인사를 보면서 본인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 잘하고 존경받는 선배 중 상당수가 한직으로 소외되었다. 발탁 기준이 업무 능력보다 정치력이 우선인 경우가 많았다. 백번 양보해서 어느 정도 정치적 인사는 있을 수 있다 해도 조직 경쟁력의 근간을 흔들 정도의 인사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다른 제작부서도 마찬가지다. 제작 경험이 전혀 없거나 근 10년 사이 제작 경험이 없었던 사람이 제작EP를 하는 엽기적인 경우도 있다. 상당수는 소위 ‘공정방송노조’나 ‘정상화추진위’와 관련된 인물이다.)

A는 외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만큼, 나름 능력있는 PD다. 빠르면 2~3년, 늦어도 7~8년이면 간부를 할 연차이다. 그러나 5년 정도 위의 선배들 모습이 미래의 자기 모습이라 생각하니 암담하기만 했다. 1주일에 2~3일 회사에서 밤새며 일을 해도, 프로그램이 뚜렷한 성과를 올려도, 그것과는 별개로 조직이 운영된다면 도대체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잘하다가도 한번 삐끗하면 문책은 칼 같다. 자회사에 파견되었던 K선배는 2편의 영화를 연출하면서, 그리고 그 전에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히트시키면서 회사에 많은 공헌을 해왔다. 외부의 사업자가 영입 1순위로 삼을만한 인재로 연초부터 이직설이 돌았다. 최근 K선배는 징계를 당한다. 본인의 실수라고 보기 힘든 사소한 행정상의 착오가 문제가 되었다. K선배는 곧 사표를 제출한다. 잡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뺨을 때려 내쫓은 격이다.

미래 고민하지 않는 경영진, 자신의 생존에만 목메는 간부들

A는 생각한다. 회사 경영진 누구도 KBS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다. 조직의 경쟁력을 키울 의지조차 없다. 능력 있는 구성원의 중요성도 알지 못한다.

물론 정확히 능력대로 대우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불합리한 수준이 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 있든 없든 모두가 뜻을 모아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개개의 능력보다는 잘 조직된 시스템의 힘이 훨씬 강력하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하는 간부는 없다. 그저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려 자신의 위상만 강화할 수 있는 재료만 찾을 뿐이다. 간부 본인의 생존이 중요하지 조직의 생존이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예능과 드라마마저 PD가 아닌 BJ로 뽑는다고 한다. 교양이건 예능이건 PD는 씨를 말리겠다는 건가? PD로서의 최소한의 전문성도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A는 회사에 미련을 갖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며칠 전 PD협회 집행부와 노조 집행부 일부가 길환영 본부장을 면담했다. 예능PD의 대규모 이직 사태를 막기 위한 회사 측의 대응 방안을 문의했다. 면담 내용을 전해들은 A는 한숨에 가까운 웃음을 내비쳤다. 이직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본부장이 거론한 것이 예능PD의 해외촬영과 해외연수 기회를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시절 밖에 못나가서 안달난 사람 있나?’ A의 허탈한 웃음 뒤에는 이런 생각들이 스치는 듯 했다. 하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고위간부들의 ‘해외출장 사랑’을 보면 본부장의 말은 진심으로 ‘배려’하기 위한 의도일지도 모른다. 단, 당사자들은 그것을 ‘배려’라고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인규 사장!

KBS 예능 PD들이 왜 나가는지, 그 이유를 진정 아는가?

작년부터 종편 사업자의 예능 공략이 예견되는 기사가 쏟아졌다. 올 들어 이직이 예상되는 PD 3~4명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급기야 이탈이 본격화되었다. 여전히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다.

MBC가 약 4명의 예능PD 이탈을 예상한다. SBS는 아직 1명도 없다. 이탈했거나 이탈이 예상되는 PD의 수는 방송 3사 중 KBS가 단연 최고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이는 없다. 군대 같으면 이렇게 많은 병사가 적에게 투항하면 부대장은 보직해임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한 없이 가혹하지만 누구에게는 한 없이 너그러운 회사다.

김인규 사장에게 진심으로 충고한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경영은 어느 한쪽으로부터만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념과 무관한 영역에서 무능력과 무책임은 좌우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다. 조직의 최소한의 경쟁력은 유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쟁력은 능력 있는 구성원으로부터 나온다. 그들의 이탈을 막아라. 최고경영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2011년 4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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