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제작진 3명 ‘중징계’,
거기엔 더 큰 음모가 숨어있다.
예상했던 대로다. 회사는 오늘 오전 추적60분 ‘4대강’ 편의 불방과 관련하여 재심에서 MC인 강희중 CP에게는 ‘견책’을 통보했고 김범수, 임종윤 PD에게는 ‘경고’의 징계를 확정했다. 원심에 비해 징계 수위는 한 단계씩 낮아졌지만 이는 그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성 징계다. 김범수, 임종윤 PD는 불방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직접 게시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강희중 CP는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사측이 말하는 징계 사유다.
추적60분 제작진들이 지난해 말 문제의 현수막을 사무실에 게시한 것은 ‘4대강’편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2주나 회사가 불방시킨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추적60분 제작진 전원이 언론노조 KBS 본부와 협의를 통해서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 사태를 주도한 이화섭 당시 시사제작국장은 총국장으로 영전을 하고, 비폭력적 방법으로 언론자유의 의사를 표시한 제작진들은 중징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KBS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민주적인 조직으로 전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징계에서 ‘4대강’편이 어떠한 이유에서 결방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 정권이나 사측 고위 간부의 적절하지 못한 개입이나 간섭이 없었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불방을 누가 결정했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니 애초부터 밝힐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방에 항의했던 일선 제작진만 징계한다는 것은 이번 징계의 부당성을 명백히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징계를 ‘추적60분’을 비롯한 탐사프로그램에 대한 회사와 정권의 탄압이라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던 보도본부 이관을 강제로 추진한 것도 모자라 ‘추적60분’ 일선 제작진이 탐사 프로그램의 본령을 다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에 대한 사측의 직접적인 탄압이다. ‘천안함’ 편에 대해 불방을 시도했고 ‘4대강’편에 대해서는 방송사상 유래가 없는 2주 연속 불방이라는 폭거를 저지른 당사자가 바로 누구인가. 바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을 방송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KBS 저널리즘의 전통을 망치고 있는 김인규 사장과 그 수하들이 아닌가.
우리는 경고한다.
- 지금이라도 ‘추적60분’ 3명의 조합원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라.
- 4대강 편의 불방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라.
최근 사측은 4대강이나 천안함 편을 제작했던 제작진들을 강제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목소리는 아예 싹을 잘라버리려는 치졸한 음모임을 다들 알고 있다. 이번 징계는 그러한 음모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무런 정당성도 없는 이러한 징계놀음을 당장 그만둬라. 당신들의 행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에 또박또박 기록되고 있다.
2011년 5월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