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왜곡하는 대통령 주례연설, 즉각 폐지하라!
사실 왜곡하는 대통령 주례연설, 즉각 폐지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5.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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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왜곡하는 대통령 주례연설, 즉각 폐지하라!

드디어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국민의 다수인 노동자들을 범법자로 몰아세우며 반노동적 가치를 선동하는 방송을 했다. 바로 오늘(5월30일) 오전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통해 발생한 일이다. 우리는 이미 2008년 11월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정례화 될 때부터 이 방송이 공영방송의 위상을 저해할 수 있음을 누누이 지적해 왔다. 그간 KBS에서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언제고 터질 일이 마침내 터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오늘 방송에서 대통령은 “연봉 7천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이번 경우는 단순히 그 기업만의 파업이 아니라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이제는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짧은 문장에 대통령은 그의 초헌법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전국방송에 전했다는 점에서 그 첫 번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의 기본권리인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리이다. 그것은 노동자의 급여의 높고 낮음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최소한의 헌법적 장치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헌법이 규정한 노동자의 기본권한을 급여의 수준에 근거해 판단하는 대통령으로서는 해서 안 될 커다란 과오를 범했다.

두 번째로 팩트가 잘못됐다. 해당 사업체(유성기업)의 평균연봉이 7천만 원이라는 자료는 이미 오보로 확인된 사항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보수언론이 주장하면서 알려졌으나 공개된 급여명세표에 따르면, 8년차 노동자 월급은 연장근로 30시간, 휴일특근 15시간, 세금, 보험 포함해 251만원이고, 퇴직금 포함해 계산해도 연봉 3천만 원 수준이다. 이 대통령 발언대로 연봉이 7천만 원이 되려면 근속년수 30년 가까이 된 사람이 연장근무, 특근까지 모두 더해야 나오는 액수로 해당자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선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기한 기존언론들까지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확인도 안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 됐다.

대통령이 온 국민을 상대로 왜곡된 사실을 일방적으로 전파할 동안 KBS는 무엇을 했나?

우선 팩트에 대한 사실 확인 없이 방송제작을 했으며, 녹음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검증과 편집 없이 초헌법적인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국에 방송했다. 이는 이 정권 들어 정치적 대척점에 서있거나 정권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사측의 대처방식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어서 이에 대한 사측의 책임은 입이 열이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간 사측은 ‘추적60분’을 비롯한 여타 정책비판이나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방송에 대해선 팩트가 부족하다는 등의 어설픈 이유를 들어 심지어 방송을 중단시키기까지 했다. ‘천안함’과 ‘4대강’ 관련 보도나 프로그램을 말 할 것도 없고, 가까운 예로 지난 4.27 재보궐 선거 전에 있었던 박지원 민주당 대표의 라디오 연설 때만해도 이미 사전 원고조율을 마치고 녹음 완료한 내용을 선관위까지 동원해 통편집해서, 야당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의 사측의 작태는 정권의 ‘입’을 자처하는 행태임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방송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해당 데스크(부장)가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서 제작하는 대통령 라디오 연설의 기형적 제작 관행은 공영방송인으로서는 부끄럽고, 굴욕적이기까지 한 현재 KBS의 자화상이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이 그 태생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권력에 조아리는 방송을 할 수 없다. 더욱이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에서 이런 방송은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이다. 이에 사장은 초헌법적 발언을 방송한 대통령 주례연설에 대해 대국민 사과방송을 하고, 해당 책임자를 엄벌 문책하며, 지금이라도 당장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즉각 폐지하라!

2011년 5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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