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한상대’, 9시 뉴스 편집 기준은 무엇인가?
‘현빈’과 ‘한상대’, 9시 뉴스 편집 기준은 무엇인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1.08.0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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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일) 9시 뉴스 16번째 꼭지 아이템은 ‘현빈’의 해병대 소식이었다. 해병대 훈련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소개하는 리포트를 앵커는 “또 한차례 현빈앓이를 예고하고 있습니다”라며 손발이 오그라드는 멘트까지 곁들이며 소개했다. 내용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한계 극복을 위해 해병대 자원...충성, 후회하지 않는다” 인기 절정에서 해병대에 자원했다는 이유로 한 연예인을 영웅화하기 위해 9시 뉴스를 이렇게까지 할애해야했는가? 도대체 9시 뉴스가 중요하게 다룰만한 사회적 현안이 없어서 현빈의 해병대 소식을 이렇게 우대했는가? 문제는 더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 인사청문회’ 리포트는 ‘현빈 아이템’보다 뒤인 무려 19번째 꼭지로 방송됐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현빈이라는 연예인 한명보다 가볍고 의미가 약한 자리인가? 더구나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쏟아진 의혹이 한두개가 아니다. ‘고급승용차 무상사용, 위장전입, 병역기피 의혹’...결국 검찰총장 후보자는 어제 사과까지 했다.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자격과 자질이 있는지 국민이 알고 판단하려면, 청문회 리포트를 이렇게 홀대해서는 안된다. 언론으로서 권력 감시를 방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현빈의 해병대 소식을 한상대 청문회 소식보다 비중있게 다룬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9시 뉴스의 편집 기준은 무엇인지 보도본부 수뇌부에 묻는다.

어제 9시 뉴스의 한상대 청문회 편집은 전형적인 관심 피해가기, 면피성 편집이다. 뉴스 뒷부분에 배치해 사회적 관심을 피해가는 것을 노렸을 것이고, 보도본부 수뇌부는 ‘그래도 한상대 청문회 소식을 9시 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느냐, 순서는 고유의 편집 권한이다’라며 책임을 피해갈 것이다. 동시에 현빈 아이템에 대한 우대는 전형적인 시청률 편집이다. 어제 9시 뉴스 톱도 그렇다. ‘충청권 폭염...열대야 계속’을 9시 뉴스에서 톱으로 다룰 정도로 중요한지 묻고 싶다. 시청률이 아니라면, 그리고 사회적으로 불편한 현안을 9시 뉴스 톱에서 피해가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MBC 뉴스데스크의 어제 톱은 ‘식료품 물가 역대 최고치’였다. 9시 뉴스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면 지난 십여일 9시 뉴스 톱을 보라.

‘중부 밤새 폭우..태풍 북상’(8월 3일), ‘태풍 북상...해일 우려’(8월 2일), ‘남부 내일까지 최고 150mm'(8월 1일), ’중부 최고 160mm 폭우‘(7월 31일), ’주말 잊은 수해복구‘(7월 30일 ), ’하늘에서 본 수해복구‘(7월 29일), ’수해복구 분주‘(7월 28일), ’서울 물바다, 산사태‘(7월 27일), ’박태환 아쉬운 4위‘(7월 26일), ’박태환 200m 결승‘(7월 25일), ’박태환 금메달‘(7월 24일)

아무리 서울의 기록적 폭우와 수해가 있었다고 하지만 너무 과하다. 날씨 관련 소식과 스포츠를 제외하면 9시 뉴스 톱에서 사회적 의제나 현안을 찾아볼 수 없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사회적 의미는 박태환의 금메달 소식보다 뉴스 가치가 약한가? 지난 주말 전국에서 만여 명이 버스를 타고 부산에 집결하게 만든 한진중공업의 비정규직 문제보다 날씨 소식이 더 중요한가? 9시 뉴스의 시청률은 날씨와 스포츠와 현빈과 사건사고로 든든하게 보장될 지 모르지만, 그러는 사이 9시 뉴스의 저널리즘 기능, 의제 설정 기능은 고사된다. 개그콘서트도 하고 있는 이른바 ‘불편한 진실’, 권력과 자본이 불편해하는 사실과 진실을 9시 뉴스에서도 보고 싶다. 보도본부 수뇌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2011년 8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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