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본부 32기] 이화섭 본부장 임명은 KBS 기자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보도본부 32기] 이화섭 본부장 임명은 KBS 기자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2.02.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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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의 32기 기자들이 이화섭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화섭 본부장은 이미 평가가 끝난 사람입니다. 더 이상 추태 부리지 말고 깨끗이 물러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김인규, 이화섭 두 사람이 후배들로부터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길입니다.

 

 

 

저희가 입사했을 때 즈음, KBS에 대한 평판은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그 때가 좋았다는 것도, 방송의 정파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보도본부장으로 임명된 이화섭 선배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화섭 선배는 당시 1TV 뉴스제작팀장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오랜 기간 동안 KBS 메인뉴스의 실질적인 1차 책임자를 맡으면서, 이 선배는 자본과 정치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기사들을 거침없이 9시 뉴스에 실었습니다.

이 선배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한 건 2007년 후반기 부터였습니다. 대선 후보 검증기사 등 이른바 ‘민감한 기사’에 대해 전례 없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댔고, 기사가 누락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자 마자, KBS의 임원진은 대폭 물갈이됐습니다. 사라졌던 사람이 나타나고, 있던 사람이 쫓겨났습니다. 혼란의 시절, 이 조직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던 한 노선배는 당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결국 이화섭 같은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다.” 후배들이 ‘이화섭 같은 사람’의 의미를 알게까지는 채 1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떠난 고대영 전 본부장, 저희들은 존경하지 않았습니다. 공영방송 보도본부장으로서 기형적이고 그릇된 철학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고 전 본부장의 행보엔 최소한의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화섭 선배는 공영방송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습니까. ‘권력에 대한 굴종’만이 본인의 유일한, 절대적인 철학이라는 걸 이 선배는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화섭 선배를 보도본부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 MB 정부의 시간을 거쳐 오면서 이화섭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습니다. 공영방송의 발전보다 개인의 출세를 더 중시하는 사람.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향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꺼이 지난날을 내다버릴 수 있는 사람. 고대영 전 본부장과 이화섭 선배는 겉모습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뼛속부터 다른 사람입니다. 김인규 사장은 이화섭 선배의 보도본부장 임명을 철회해야 합니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 등 다양한 싸움의 전면에 나설 것입니다. “이화섭이 오면 KBS 기자 사회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다.”는 누군가의 예측은 사실이 될 것입니다.

“이게 제작거부까지 갈 사안이냐”는 몇몇 선배들의 우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자협회에게 단체행동권이 없다는 것도, 아직 이화섭 선배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화섭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을 알고도 보도본부 수장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은 공영방송 기자 전체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는 일입니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이어서가 아니라, 기자로서 최소한의 긍지를 지키기 위한 싸움입니다. 후배들을 격려하고 함께 해 주십시오. 선배들에게 진심으로, 두 손 모아 부탁드립니다.


2012년 2월 6일

KBS 32기 기자 일동(가나다순)

강재훈 김기범 김영민 김종수 노태영 박예원

서재희 송명훈 송명희 송형국 이재섭 임주영
임태호 정성호 최광호 홍석우(이상 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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